주간동아 588

2007.06.05

할인점 농산물 코너의 ‘세계화’

  • 이갑식 학림논술연구소 중계팀장

    입력2007-06-04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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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인점 농산물 코너의 ‘세계화’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쌓여 있는 수입 가공품.

    대형 할인점의 농산물 코너에는 하와이산 파인애플, 스페인산 아보카도, 필리핀산 바나나, 칠레산 포도 등이 진열돼 있다. 우리 삶 곳곳에 지구촌이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단순한 물자 교류를 넘어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처럼 지역과 세계의 연계는 인류 역사상 새로운 현상이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과 교통체계의 극적 진보가 이룬 결과로, 지난 50~60년간 이 연계는 가속화됐다. 약 50년 전에 만들어진 전 세계 위성통신체계는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상호 접촉할 수 있게 했고,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을 파괴해버렸다. 이와 함께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냉전 종식은 이념적 장벽마저 제거했다.

    프리드먼은 “이제 세계화에서 벗어난 지역은 없다”고 당당히 선언한다. 맥루한은 일찍이 1960년대에 ‘지구촌’이라는 말로 이와 같은 세계의 성격을 요약한 바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관계와 상호의존성이 심화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세계화’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세계화는 국제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국제화가 기존의 국경을 전제로 하면서 나라 사이의 넘나듦이 활발해지는 과정이라면, 세계화는 궁극적으로 국경의 철폐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세계화는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세계화를 촉진하는 것은 시장이다. 그래서 세계화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도 경제 분야다. 세계화는 경제적 도구를 잘 활용할 준비와 여건이 갖춰진 소수의 사람에게 시장에서의 기회를 몰아주고, 단기적 물질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이들을 부추긴다. 그 결과 부자와 빈자 사이의 불평등이 빠르게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21세기 인류의 공동 번영을 위해서 세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하지만, 세계화의 반대론자들은 현재와 같은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는 세계 각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무시한 채 전 지구적으로 획일화된 경제와 사회체제를 강요함으로써 국제적인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한다. ` -서울대 2008년 3차 예시



    이에 못지않게 문화 분야에서도 세계화가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즉, 세계화가 문화적 동질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문화의 생산 분배 소비의 국제적 체제는 근대적인 문화와 생활양식을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 구실을 하는 동시에, 서구 문화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 경우 세계화는 서구 세계의 가치, 양식, 외양이 공세적으로 확산돼 개별 국가의 문화를 질식시키는 ‘문화제국주의’의 한 형태가 된다.

    그러나 발달한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세계화 과정에서 문화적 고유성이 결합돼 새로운 다양성이 창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의 말대로 문화 자체는 우열이 없기 때문에 세계화가 진행된다고 해서 선진국의 문화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보된 기술은 값싸고 재미있는 지역방송국 프로그램의 제작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며 세계 각지에 흩어진 시청자들에게 이러한 소형사의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데 더 적은 비용이 들게 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미디어의 세계화는 미키마우스의 세계화뿐 아니라 지역이나 민족의 차이로 인해 서로 구별되는 사람들에 의해 가치가 부여된 수많은 문화들의 세계화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경희대 2004년

    세계화의 물결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것을 밀고 나가는 양대 추진력이 바로 더 나은 생활을 원하는 인간의 열망과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화의 흐름이 필연적이라면 프리드먼이 말한 렉서스(세계화 체제)와 올리브나무(각국의 문화적 전통)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에 역량을 모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연관 기출문제

    서울대 2008년 3차 ‘개화기와 오늘날의 세계화’, 동국대 2006년 정시 ‘세계화 방향’, 경희대 2004년 수시1 ‘세계화와 영화’, 이화여대 2007년 정시 ‘보편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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