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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Antoinette VS Edie Sedgwick

18세기 패션 아이돌과 20세기 트렌드세터의 스크린 대결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Marie Antoinette VS Edie Sedgwick

Marie Antoinette VS Edie Sedgwick

마놀로 블라닉이 제작한 구두.

초여름의 열기와 함께 패션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두 편의 영화가 찾아왔다. 18세기 프랑스 왕실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재조명한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와 20세기 예술과 패션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앤디 워홀의 뮤즈, 에디 세즈윅을 그린 영화 ‘팩토리 걸’이다.

시대극인 두 영화 속 패션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트렌디하다. 두 편 모두 단순한 시대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 스타일을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소녀의 사랑스러운 느낌을 살린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려한 의상이 플라워를 모티프로 한 로맨티시즘을 구현한다면, 레깅스와 미니스커트로 특유의 시크한 매력을 드러낸 에디 세즈윅의 패션은 ‘레트로(복고)’ 열풍을 상징한다. 18세기와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패션 아이콘’은 영화를 통해

21세기 모던 걸로 부활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두 영화를 상영하는 개봉관이 너무 적다는 것일까.

플라워 드레스와 마놀로 블라닉 마니아,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는 개봉과 동시에 논쟁거리로 떠오른 영화다. 프랑스혁명의 희생자 혹은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앙투아네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작 혁명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대부’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이에 대해 “이 영화는 역사 수업이 아니라 통역된 역사”라고 강변한다. 뭐, 투철한 역사의식이 없으면 또 어떤가. 분명한 사실은 이 작품이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의상상을 받을 만큼 ‘예술적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실제 할리우드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통하는 코폴라 감독과 ‘배리 린든’ ‘불의 전차’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은 밀레나 카노네로 의상감독의 의기투합은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Marie Antoinette VS Edie Sedgwick

핑크, 블루, 그린 등 선명한 파스텔톤 컬러의 케이크와 캔디, 과자는 화려한 프랑스 왕실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형형색색의 구두 사이로 비친 컨버스 운동화는 앙투아네트가 평범한 소녀였음을 보여주는 의도적인 장치(작은 사진). 꽃을 오브제로 한 화사한 색감의 드레스는 로맨티시즘을 구현한다(오른쪽).

핑크와 터키즈(그린빛이 도는 블루) 컬러가 넘치는 앙투아네트의 의상은 프랑스 왕실의 화려함과 그녀의 소녀다운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꽃을 오브제로 한 파스텔 색감의 드레스는 클래식하기보다는 발랄한 현대 소녀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 영화 속 앙투아네트의 목에 걸려 있는 것은 묵직한 보석 목걸이가 아닌 앙증맞은 리본 장식이다. 극중 주인공을 맡은 커스틴 던스트의 자유분방한 이미지는 앙투아네트의 자유로움과 발랄함을 극대화한다. 사치와 허영의 대명사인 앙투아네트는 영화를 통해 ‘패션 아이돌’로 재탄생했다.

슈어홀릭의 로망인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만나는 것은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영화에 등장한 모든 구두는 ‘섹스 · 더 시티’로 유명해진 구두 디자이너 블라닉이 특별히 디자인한 것이다.

하지만 블라닉 구두보다 이 영화에서 더 큰 함의가 있는 아이템은 컨버스 운동화다. 앙투아네트가 형형색색의 구두를 바닥에 늘어놓고 오늘은 뭘 신을까 고민할 때 연보라색 컨버스 운동화가 카메라에 잡힌다. 이 소품은 옥에 티가 아니라, 앙투아네트가 그저 평범한 소녀였음을 보여주는 감독의 의도적인 장치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시대물의 의상에서 동시대성을 발견하는 일이다. 코폴라 감독의 재기발랄한 ‘시대착오’와 패셔너블한 감각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미니원피스와 스모키 메이크업에 중독되다, 에디 세즈윅

영화 ‘팩토리 걸’은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에게 영감을 준 뮤즈, 에디 세즈윅의 일생을 다룬다. 영화는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에디가 불안정한 심리로 고통받으며 약물중독으로 요절하기까지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조지 하이켄루퍼 감독은 ‘팩토리 걸’을 통해 1960년대 패션을 생동감 있게 재현한다. ‘1960년대의 패리스 힐튼’으로 불리는 에디 세즈윅. 그는 기하학적인 미니원피스와 레깅스, 샹들리에 같은 귀고리와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대표되는 도시적인 룩의 창시자다. 영국 출신으로 요즘 최고의 트렌드세터로 꼽히는 배우 시에나 밀러는 퇴폐적이면서 천진하고, 중성적이면서 요염한 에디 세즈윅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한다.

Marie Antoinette VS Edie Sedgwick

영화는 앤디 워홀의 작품활동이 이뤄지던 ‘팩토리’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샹들리에 같은 귀고리를 단 주인공이 바로 에디 세즈윅. 소울 메이트처럼 공존했지만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앤디 워홀과 에디 세즈윅의 생전 모습(가운데).

에디의 상징적 패션 아이템을 재창조한 것은 패션 디자이너 존 던의 몫이었다. 그는 1960년대 상황이 기록된 방대한 자료 중에서도 21세기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 만한 패션 소품을 찾는 데 몰두했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옷감과 최대한 비슷한 질감을 내기 위해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빈티지 딜러들과 접촉한 것은 물론이다.

영화에서 에디가 쓴 독특한 프레임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는 60년대 분위기와 시에나의 그런지 룩을 동시에 표현한다. 앤디 워홀과 그의 친구들이 모여 작품활동을 했던 ‘팩토리’에 머물며 단 한 번도 인조눈썹을 뗀 적이 없다는 에디의 스모키 메이크업은 거침없는 자유로움과 스타가 되려는 열망을 상징한다.

‘메멘토’의 연기파 배우 가이 피어스도 영화를 통해 앤디 워홀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날씬한 몸에 창백한 피부와 그것을 감추려는 듯한 금발 가발…. 무표정한 그의 얼굴은 마치 플라스틱 인형을 연상시킨다. 가죽과 데님 소재의 빈티지 의상을 입고 비틀 부츠를 신은 가이 피어스는 앤디 워홀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주간동아 588호 (p54~55)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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