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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솔직한 장관님, 허~ 참”

오스트리아 크돌스키, 흡연·아이들 기피·인사불성 음주 경력 말했다 구설

  • 빈=임수영 통신원 hofgartel@hanmail.net

“너무 솔직한 장관님, 허~ 참”

지난해 헝가리는 한 정치인의 ‘거짓말 고백’으로 시끄러웠다. 사회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뒤 이 당 출신 주르차니 총리가 “유권자에게 한 말 가운데 진실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표를 얻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말한 녹음테이프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임을 요구하는 국민의 아우성이 격렬한 거리 시위로까지 번진 것이다.

어느 나라 여론조사에서나 거짓말을 가장 잘하는 직업 영순위에 오르는 정치인들. 그러나 정치인의 거짓말에 흥분한 헝가리 국민과는 정반대로, 오스트리아 국민은 너무 솔직한 장관에 대해 ‘적응장애’를 보이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말 신임 가족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안드레아 크돌스키(Andrea Kdolsky·44). 그는 마취과 전문의 출신 여성 장관이다.

보건복지부 수장이 업무에 반한 행동?

크돌스키 장관은 취임 후 가진 첫 인터뷰에서 “가끔 담배를 피우고, 통돼지고기 구이 열혈 팬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유럽연합은 2007년부터 공공장소 흡연금지 사업을 추진 중이며, 비만인구의 증가로 심장병·고혈압 등 성인병 퇴치가 큰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런 마당에 앞으로 금연 및 비만 해소를 담당하게 될 장관이 흡연자일 뿐 아니라 열량 높은 음식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초점이 빗나간 발언이었다. 이 솔직한 인터뷰로 크돌스키 장관은 부임 일주일 만에 야당으로부터 “자격미달이니 사임하라”는 압력에 시달렸다.



이번에는 과거에 썼던 글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크돌스키 장관은 ‘우리는 아이가 없어요. 그래서요(Kinderlos, na und)?’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 ‘비행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짜증이 난다’고 썼다. 재혼한 크돌스키 장관에게 자녀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그는 자기 글을 문제삼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로 골치 아픈 나라의 가족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차라리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나도 자녀를 갖고 싶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하는 편이 더 적절했을지도 모른다.

콘돔 소동도 있었다. 가족보건복지부의 수장으로서 한 고등학교를 방문한 크돌스키 장관은 무료로 콘돔을 나눠주며 성교육에 앞장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장관도 성행위를 한다”는 다소 민망한 발언을 하고, 콘돔을 자기 손가락에 직접 끼우면서 학생들에게 사용법을 가르쳤다.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에 뜨기도 했다. 이 사진에 크돌스키 장관 옆에서 콘돔을 들고 있던 학생들의 얼굴도 그대로 공개돼 해당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솔직해서 친근감” “체면도 차려라” 반응 엇갈려

또한 크돌스키 장관은 청소년 대상 거식증 예방 세미나에서 “나도 소녀 시절 무리한 다이어트를 해 거식증 비슷한 증세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내 몸에 만족한다”는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크돌스키 장관은 100kg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는 온 국민이 경악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홉 살 미하엘이 친구 야콥의 집에 놀러 갔다. 장난기가 발동한 야콥은 자기 잔에는 물을, 미하엘의 잔에는 술을 따라 붓고 ‘술 마시기’ 내기를 했다. 결국 미하엘은 혈중 알코올 농도 1.8%로 병원에 실려갔다.

이 사건과 관련해 문제의 크돌스키 장관이 TV 인터뷰를 했다. “취하도록 술을 마신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크돌스키 장관은 너무나 솔직하게 “반년 전에 취하도록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대답해버렸다.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거나, “하도 오래돼 기억나지 않는다” “젊은 객기에 한 번 그래본 적 있다”고 말해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술 문화를 가진 오스트리아에서는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는 사람은 십중팔구 알코올 중독자 취급을 당한다.

이런 크돌스키 장관의 행적을 지켜보는 오스트리아 국민의 반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입에 발린 소리나 하는 정치인들만 봐오다 자기가 생각한 바를 여과 없이 말하는 장관의 솔직함이 친근감을 준다는 것.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쿨한 것과 우스꽝스러운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장관이 체면을 차리고 대외적으로 좀더 ‘외교적’일 것을 주문한다. 정치인으로서 프로페셔널해지길 바라는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만 먹는다고, 정치인의 솔직함이 영 적응 안 되는 분위기다.



주간동아 588호 (p48~49)

빈=임수영 통신원 hofgar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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