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1

2007.04.17

스트레스랑 사귀어볼까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7-04-13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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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랑 사귀어볼까
    유명 스포츠 심리학자 제임스 E. 로어는 스트레스가 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스트레스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누구든 스트레스에 자극받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들어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트레스를 없애야 한다” 등과 같은 스트레스 전문가들의 주장과는 딴판이다. 로어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활용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세한 스트레스 활용법을 책에 담았다.

    로어가 소개한 유쾌한 스트레스 활용법은 총 7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뜬구름 잡기식 설명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7가지 활용법을 학습하는 데는 3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경험하기 위한 투자치고는 그리 값비싼 조건은 아닌 듯하다.

    로어의 첫 번째 스트레스 활용법은 ‘부정적인 감정을 컨트롤하라’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로어는 감정지능지수를 높이라고 권한다.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 스스로 동기를 유발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면 감정지능지수는 높아진다.

    두 번째는 ‘스트레스에 대비하는 습관을 만들라.’ 자기단련 훈련을 통해 자신만의 성공 습관을 만들 수 있다. 로어는 가장 중요한 습관으로 수면, 운동, 영양, 가족과 시간 보내기, 영적 생활, 업무 수행, 여행, 혼자만의 시간 갖기 등을 꼽았다.

    이 밖에 로어의 유쾌한 스트레스 활용법으로는 △상황이 요구하는 감정을 만들라 △정신력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라 △휴식을 취하는 최고의 기술 △생활의 리듬을 만들라 △스트레스를 강한 긍정의 에너지로 변화시켜라 등이 있다. 각 방법마다 구체적인 실천사항이 빼곡히 들어 있다. 업무를 10분 일찍 시작하라, 현재에 몰입하라, 미래를 위한 비전을 되새겨라, 오늘 하루를 미리 상상하라, 신체 훈련을 병행하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싸우는 스포츠 스타들의 스트레스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런 이유로 많은 스포츠 스타가 로어의 도움을 받았다. 천재 골프소녀 미셸 위를 비롯해 닉 팔도, 모니카 셀레스, 짐 쿠리어, 댄 젠슨 등이 그를 거쳐갔다.

    이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댄 젠슨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500m에 참가했던 젠슨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그러나 그는 경기가 있던 날 아침 여동생이 백혈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충격을 받은 그는 경기 도중 미끄러지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 후 월드컵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여러 차례 우승한 젠슨은 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 도전했다. 이때 역시 그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 공세는 4년 전 악몽을 떠올리게 했고 그는 이번에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젠슨은 결국 로어를 찾아왔고 자기단련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스에서 강해질 수 있었다. 젠슨은 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1000m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따게 된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 모두는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밤늦게까지 사교육에 시달리는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럴 바에야 로어의 주장처럼 스트레스를 친구 삼아 활용하는 것도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제임스 E. 로어 지음/ 이영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96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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