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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조기유학, 고달픈 ‘차이나드림’

중국어 습득·한국 진도 따라잡기 이중고… 유학생 늘면서 大入 경쟁 치열 갈수록 ‘고민’

  •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덜컥 조기유학, 고달픈 ‘차이나드림’

덜컥 조기유학, 고달픈 ‘차이나드림’

한국 조기유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중·고등학교. 금요일 오후 기숙사에서 나온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교문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2005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조기유학을 떠난 한국의 초·중·고교생 2만400명 중 중국으로 온 학생은 6300명이라고 한다. 통계로만 봐도 중국은 각광받는 조기유학지로 떠오른 셈이다. 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삼은 중·고등학생이 주를 이뤘던 중국 유학시장이 점차 초등학생으로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느끼는 조기유학의 체감지수는 이런 통계를 훨씬 웃돈다.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으로 알려진 왕징(望京) 지역에 있는 소학교(한국의 초등학교)는 10여 개인데, 한 반에 보통 5~6명의 한국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또 2006년 문을 연 한국계 국제학교의 초등학생 정원은 언제나 만원이다.

중국 조기유학이 급증하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는 국제무대 속 중국의 위상과 점점 가까워지는 한중 관계에 따른 중국어 조기학습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 때문이다. 영미권보다 저렴한 유학비용, 한국과 가까운 거리 등도 중국 조기유학의 장점이다. 아예 부모가 중국으로 ‘이사’ 오는 가정도 눈에 띈다.

한국 뺨치는 사교육 열풍 부담 가중

그러나 중국은 유학지로서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렴한 유학비용을 기대했던 많은 한국 부모들은 만만치 않은 대도시 물가와 교육비, 기부금 등에 혀를 내두른다. 낯선 중국어, 빡빡한 중국 학교의 교육일정, 여기에 한국 못지않은 사교육 열풍으로 아이들의 중국 생활은 고단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면 희망 대학이 요구하는 중국어능력시험(HSK) 점수를 획득하고 대학별로 치르는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비록 중국 현지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험준비 과정은 한국의 입시 과정만큼이나 어렵다. 응시자가 늘어나면서 외국인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족집게 과외와 입시학원이 성업 중이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대입을 위해 과외나 학원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난’을 통과해 중국 대학에 들어간다면 일단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도탈락’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학생들이 한국에서 한국 학교의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이 문제는 유학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면서 학부모들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학부모들은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중국의 교육환경이 미덥지 못하다. 한국계 국제학교를 선택해 ‘중국에서의 한국 교육’을 추구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서툰 중국어 실력이 걱정이다. 한국 교육과 중국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결코 쉽지 않다.

왕징에 자리한 중국 소학교 1학년인 조기유학생 이모 군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된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중국에서는 등교시간이 보통 7시30분이다. 오후 3~4시까지 수업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중국어와 수학 숙제를 하고 나면 오후 8시. 이군은 서툰 중국어로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군의 엄마는 쑥쑥 느는 아이의 중국어 실력을 지켜보며 중국 학교를 선택한 것에 만족을 느끼지만, 나중에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하면 불안하다. 그래서 이군은 토요일에는 한글학교에 나가고 매일 한국 학습지로 공부하고 있다. 이군 엄마는 요즘 가을에는 한국 학교로 전학을 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중소기업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3년 전 중국에 온 박모(9) 군은 한국 유치원을 거쳐 한국계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다. 오후 3시30분 모든 수업이 끝나면 학교 앞으로 마중 오는 학원버스를 타고 학원에 가 영어수업과 피아노 레슨을 받은 뒤 늦은 저녁에야 집에 돌아온다. 박군 어머니는 주위 아이들보다 더딘 아들의 중국어 실력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그래서 매일 중국어 과외를 시키지만 실력은 쉽게 늘지 않는다.

베이징 왕징 지역 보습학원 즐비

이모(37) 씨는 한국계 국제학교에 다니던 두 자녀를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중국계 국제학교로 전학시켰다. 갑절로 증가한 학비가 부담스럽지만 자녀들의 더딘 중국어 실력을 보완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씨는 “이번에는 한글공부와 한국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한국 부모들의 걱정을 반영하듯 왕징 지역에는 한글, 수학, 영어, 중국어, 태권도, 미술, 음악 등 한국에 있는 모든 종류의 보습학원 간판을 볼 수 있다. 방과 후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학원버스를 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결국 중국 조기유학생들은 중국학교 공부와 한국학교 공부 모두 잘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답답한 한국 교육 현실에서 탈피하려고 온 조기유학이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의 이중 부담, 이중 고통으로 변질돼버렸다.

생소한 언어와 완전히 바뀐 생활환경 속에서 지내야 하는 조기유학은 아이들에게 큰 부담이다. 제대로 키워보고 싶은 부모 마음에서 출발한 조기유학. 혹시 우리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 하나를 더 얹어주는 것이 아닌지 되새겨볼 때다.



주간동아 2007.04.17 581호 (p52~53)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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