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1

2007.04.17

고급 주거단지 업그레이드는 계속된다

‘원스톱 욕망 해결’ 3세대 복합단지 건설 붐 … 주거와 상업·공공시설 결합 다양한 기능 소화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4-11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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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주거단지 업그레이드는 계속된다

    충남 아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펜타포트’ 조감도.

    내년 봄 결혼을 앞둔 부산시민 김모(34) 씨는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 주상복합아파트 ‘트럼프월드 센텀’에 신혼집을 장만해뒀다. 부산시가 3대 밀레니엄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센텀시티는 35만 평 규모의 단지 안에 주거, 상업, IT·영상, 관광, 엔터테인먼트, 공공시설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춘 미래형 도시다.

    “지금은 아파트와 홈플러스, 벡스코밖에 없지만 2~3년 후에는 센텀시티 단지 밖으로 나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그의 아파트 길 맞은편에서는 롯데와 신세계가 한창 공사를 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백화점뿐 아니라 면세점, 아쿠아랜드, 영화관, 아이스링크, 골프 드라이빙레인지 등을 갖춘 종합엔터테인먼트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라 김씨의 기대가 더욱 크다.

    쇼핑하고 학교 가고 단지 나갈 일 없어

    센텀시티가 완성되면 김씨는 정말 단지 밖으로 나갈 일이 없을 것이다. 단지 안을 ‘걸어다니며’ 장 보고 쇼핑하고 외식하고 영화 관람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에 초·중·고등학교 또한 모두 들어서기 때문에 앞으로 태어날 그의 자녀도 단지에서만 살아도 불편함을 모를 것이다. 김씨는 “우리 단지에 입주하는 회사로 옮기고 싶다”고도 말했다. 일터까지 단지 안에 있어야 ‘내가 필요하고 욕망하는 모든 공간이 내 곁에 있는’ 진정한 원스톱(One-stop) 라이프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고급 주거단지 업그레이드는 계속된다

    터파기 작업이 한창인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공사 현장.

    ‘코엑스와 타워팰리스의 결합’. 지난달 말 ㈜신영이 충북 청주 지웰시티 분양을 개시하면서 한층 관심이 고조된 3세대 복합단지를 간단히 정의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코엑스 같은 상업시설 중심의 1세대 복합단지나 타워팰리스처럼 주거시설 중심의 2세대 복합단지와 달리, 3세대 복합단지는 주거와 상업, 산업, 공공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형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현재 3세대 복합단지로 불릴 만한 곳이 여러 곳 추진되고 있다. 이미 입주를 시작한 센텀시티 외에도 청주의 지웰시티,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메타폴리스, 충남 아산 펜타포트 등이 ‘2007년 분양, 2010년 입주 시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와 철도공사가 추진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도 주거시설을 일부 포함하기로 해 도심 속에서도 3세대 복합단지가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복합단지가 탄생한 배경에는 단순한 용도 구분 위주의 정책으로는 도시가 욕망하는 다양한 기능을 소화할 수 없다는 점이 놓여 있다. 1962년 제정된 도시계획법은 용도지역을 주거, 상업, 공업, 녹지지역 네 가지로 엄격하게 구분했으나, 이후 조건부 허가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용도 혼합이 점차 용인되는 추세로 변했다. 외국에서는 3세대 복합단지와 같은 ‘도시 속 미니도시’를 낙후된 도심 재개발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나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등이 그러한 예이다.

    3세대 복합단지는 원스톱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민들은 쇼핑이나 영화 관람을 위해 차를 타고 단지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3세대 복합단지 주민은 그럴 필요가 없다. 지웰시티 관계자는 “단지에 들어서게 될 현대백화점과 가장 먼 주상복합아파트 동까지 거리는 500m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들 3세대 복합단지는 각자가 속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자 한다. 각 지역의 대표적인 고급 주거단지이자 상업 및 산업의 중심으로 위치를 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지웰시티는 인근에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의 배후 단지로, 펜타포트는 아산·천안 신도시의 중심으로, 메타폴리스는 동탄신도시의 대표 상업지구가 될 것을 꿈꾼다. 메타폴리스 관계자는 “화성 인근에는 이렇다 할 현대적인 상업지구가 없기 때문에 메타폴리스 내 상업시설이 동탄신도시 주민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3세대 복합단지의 높은 분양가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3세대 복합단지가 ‘무력화’한다는 지적이다. 4월6일까지 1차 분양을 마친 지웰시티의 평당 분양가는 1140만원. 이는 청주 시내 아파트 평균가인 평당 800만원보다 300만원 이상 비싸고, 지난해 평당 975만원에 분양돼 청주 최고 분양가를 경신한 두산위브제니스(흥덕구 사직동)보다 165만원이나 뛴 가격이다. 이에 대해 지웰시티 관계자는 “우리는 단순히 아파트를 파는 것이 아니라 원스톱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것이다”라며 상품가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최윤정 팀장은 “지웰시티 때문에 주변 아파트값까지 모두 상승하는 부작용이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평당 분양가를 1560만원로 계획한 메타폴리스는 고분양가 논란으로 화성시와 마찰을 빚고 있다.

    3세대 복합단지가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주거단지가 아니라 산업기능까지 갖춘 지역으로 개발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메타폴리스는 56층짜리 미디어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며 펜타포트 또한 여의도 63빌딩(249m)보다 높은 251m 규모의 사이클론 타워를 세울 예정이다.

    고분양가 논란에 분양 미달 우려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도심도 아닌 지방에서 그 많은 오피스 공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겠느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세대 복합단지를 추진 중인 모 시행사 관계자는 “오피스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는 “2010년 입주가 시작된다 해도 오피스 공간에 입주할 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020년까지는 3세대 복합단지에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2년 등장한 타워팰리스 이후 ‘고급주거’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3세대 복합단지 건설 붐을 타고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자 브랜드’를 갖추기 위해서는 높은 층수에 살 뿐만 아니라 ‘걸어서’ 백화점에 갈 수 있느냐는 조건이 따라붙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 현재 사업 추진 중인 3세대 복합단지 비교
      센텀시티 지웰시티 메타폴리스 펜타포트
    위치 부산 해운대구 우동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충남 아산 배방

    택지개발사업지구
    대지면적 35만 평 15만900평 2만9000평 1만6900평
    주거시설 일반아파트 및

    주상복합아파트

    5000가구 이상

    주상복합 17개 동

    4300가구
    주상복합 5개 동

    1266가구
    주상복합 3개 동

    793가구

    주거 외

    주요 시설

    벡스코

    부산월드비즈니스센터

    호텔

    오피스텔

    백화점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랜드마크 타워(55층)

    백화점

    복합쇼핑몰

    학교

    공원

    공공청사
    미디어센터(56층)

    백화점

    호텔

    도심엔터테인먼트시설

    쇼핑몰

    스포츠센터

    할인점
    사이클론 타워(51층)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형서점

    할인점

    백화점

    식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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