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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大에 어떤 비리가 있었기에…

교수채용· 비자금 조성 등 잇따른 시비 … 의혹제기 김창원 교수 “학교 아닌 복마전”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여주大에 어떤 비리가 있었기에…

여주大에 어떤 비리가 있었기에…

각종 비리의혹이 불거지며 송사에 휘말린 여주대학 전경과 교육부 감사관실이 작성한 ‘여주대학 사안감사 결과 보고’ 문건(오른쪽).

경기도 여주에 자리한 여주대학. 이곳에서 15년 동안 경영학을 가르친 김창원(46) 교수는 2월23일 부교수직에서 직위해제됐다. 2002년부터 4년간 기획실장을 맡아 안살림을 도맡았던 그에게 해임통보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게다가 해임 사유가 학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현재 재단(학교법인 동신교육재단·이사장 정태경) 측과 1년 넘게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툼의 이유는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폭력 등 가짓수만 10여 개에 이른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여주대학은 10~13대 국회의원과 6공화국 시절 체육부 장관을 지낸 고 정동성 박사가 1992년 설립한 전문대학. 현 정태경 이사장은 정 박사의 아들로 1999년 정 박사가 사망한 이후 이사장에 올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 교수와 재단 측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김 교수가 여주대학 기획실장에 오르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인사, 예산, 구매 등을 총괄하는 여주대학의 ‘실세 교수’였다. 그러나 이 자리는 동시에 불행의 씨앗이 됐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학교의 발전기금을 횡령(배임수재)한 혐의로 법정에 설 처지에 놓였다.

김 교수가 ‘주간동아’에 털어놓은 여주대학 관련 비리 의혹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비자금이 조성되고 폭력이 난무하며, 교비가 해외로 유출됐다는 등의 주장들. 이 모두가 사실이라면 영화 ‘공공의 적 2’의 현실판에비견될 일이다.



여주大에 어떤 비리가 있었기에…

재단 관련 각종 비리를 고발, 재단-대학 측과 소송을 진행 중인 김창원 교수.

놀랍게도 김 교수의 주장 중 일부는 취재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주간동아’는 지난해 8월11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감사관실이 작성한 ‘여주대학 사안감사 결과보고’ 문건을 단독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여주대학의 일부 관계자들이 경찰과 검찰에 제출한 각종 사실확인서와 진술서 등도 김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제는 대학을 떠난 한 교수가 털어놓은 사학법인의 비리,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를 검증해 실체적 진실로 다가가보자.

쟁점 1 : 교수채용 비리

지난해 7월2일 SBS는 여주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비리의혹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는 재단이사장의 논문대필 의혹, 교원 채용과정에서의 부적절한 금전거래 등이 망라됐다. 특히 ‘비전공자가 이사장의 압력으로 부당하게 교수에 임용됐다’는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6년 1월 여주대학은 보건학 전공 전임교원을 채용했다. 그런데 채용된 사람은 엉뚱하게도 체육학(에어로빅) 전공자인 이모 씨(현 여주대학 보건행정과 교수). 게다가 그는 채용심사과정 가운데 ‘전공일치’ 항목에서 0점을 받은 인물이었다. 탈락이 유력했던 그가 채용된 데는 이 대학 이모 교무처장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심사위원인 B 교수에게 점수 조작을 지시했던 것. B 교수는 경찰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지원자) 이모 씨를 전공불일치 0점 처리했으나 2006년 1월27일 학교 측(교무처장)이 (이사장님의 지시로) 이씨를 채용해야 한다며 심사점수를 고쳐줄 것을 요구해 이씨의 심사조서를 다시 작성, 심사점수를 1위로 수정했습니다.”

SBS 보도가 나간 후 여주대학 측은 즉각 반발했다. 기사를 보도한 기자는 김 교수와 함께 형사고소를 당했다.

채용과정에서 의혹은 없으며 단순한 행정착오였다는 것이 여주대학 측 주장이다. 이 대학 현석환 부속실장(경찰경호학과 교수)은 4월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보도내용은 모두 허위였다”며 “오히려 B 교수가 자기와 안면 있는 사람을 교수로 채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지원자를 0점 처리한 의혹이 있다. B 교수는 사적으로 지원자를 만나는 등 교수 채용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다”며 정반대 의혹을 제기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확인 결과 현 실장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교육부 감사 결과는 B 교수가 자신과 친분 있는 특정인을 교수로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교무처장의 주장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교무처장이 교수로 채용된 이씨의 지원서류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학장과 교무처장에게 각각 징계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대학 측(현석환 실장)은 지금도 “교육부 감사 결과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쟁점 2 : 재단발전기금의 최종 배달지는 어디?

학내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시작된 김 교수와 대학 간 법적 공방의 핵심은 학내 조경사업자에게서 거둬들인 재단발전기금의 최종 목적지로도 모아지고 있다. “조경업자에게서 대학발전기금을 거둬 모두 이사장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김 교수의 주장과 “여주대학에는 대학발전기금이라는 제도가 없으며, 이사장은 단 한 푼의 발전기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재단 및 대학 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단 1라운드는 재단 측 승리로 돌아갔다. 1월 검찰은 “김 교수가 지위를 이용, 각종 방법으로 학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했다”는 재단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김 교수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김 교수가 조경업자에게서 4년간 거둔 발전기금의 액수는 총 1억600만원이다.

그러나 재단의 주장과 검찰의 결정에 대해 김 교수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배달사고는커녕 돈을 만져보지도 못했다”는 것.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사장 지시로 만들어진 대학발전기금을 그에게 분명히 전달했다. 그것이 기획실장의 일이라고 가르쳐준 것도 이사장이었다. 배달사고는 없었다. 대학발전기금 자체가 없다는 이사장 측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이 대학의 전직 부학장(박경환 오산대 교수)과 여주대학 직원 이모 씨도 김 교수의 주장에 힘을 보탠다. 이들은 검찰(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사실확인서를 통해 “1999년경부터 이미 이사장의 지시를 받아 대학발전기금을 조성해왔다”고 밝혔다.

반면 대학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 교수가 교육부에 진정서를 냈지만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학장부속실 관계자)는 것.

한편 발전기금을 전달했다는 조경업체 D기업 최모 사장은 배임증재죄로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이다.

김 교수와 재단 측 가운데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건, 검찰의 기소로까지 이어진 이 사건의 진실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쟁점 3 : 공짜 해외여행 논란

재단이사장 등 재단 관계자들이 대학 교비를 이용해 10여 차례 국외출장(여행)을 다녀왔다는 것도 논란의 핵심이다. 교육부 감사 결과 정 이사장과 홍석보(비봉재단 이사장) 재단이사는 여주대학 관계자들과 함께 2005년 12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총 13차례 중국 대만 일본 뉴질랜드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여행 목적은 여주대학의 국제교류사업을 추진하고 자매결연 대학인 뉴질랜드 캔터베리체육경영대학(CSMC)을 홍보하기 위한 것. CSMC는 비봉고등학교 등을 소유한 비봉재단이 2005년 뉴질랜드에 설립한 3년제 신설 대학으로 경영학과, 골프학과, 레저스포츠학과 등 3개 과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까지 여주대학 국제교류팀장을 맡았던 직원 P씨는 이 문제와 관련,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작성한 진술서에서 “재단 관계자가 출장을 가는 경우 학교 기안내용에 성명을 기입하지 않으며 출장비는 교비에서 공동으로 지불하고 비행기 티켓은 장영훈 행정처장이 개인카드로 결제해주는 것 같음”이라고 밝혔다. 진술서에는 자신도 이 같은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직접 확인했다는 부분도 포함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은 재단의 자산과 학교 자산을 분리해 재단(관계자)이 학교 자산을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만약 P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여주대학 교비는 재단 관계자들의 사금고처럼 쓰였던 셈이다.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두 재단 관계자의 여행경비 5500여 만원은 모두 장영훈 행정부학장(당시 행정지원처장)의 개인카드로 결제됐다. 이에 대해 대학측은 여행 경비를 정 이사장과 홍 이사에게 각각 2000만원씩 현금으로 돌려받았고 잔액은 추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 부학장은 “돈은 모두 돌려받았다.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재단이사장이 돈을 갚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기획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이들의 여행경비는 모두 교비로 지원됐다”고 반박했다.

교육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사정기관에 조사자료를 제공,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쟁점 4 : 대학 내 폭력

갈등은 폭력으로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1년이 넘는 송사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재단 측으로부터 물질적, 정신적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경기지방경찰청이 재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던 지난해 9월 재단 관계자(비봉고등학교 유도부장)로부터 경찰서 앞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오른쪽 발목과 복부에 상처를 입고 3주 치료 진단을 받았다.

전화폭력도 심각했다고 김 교수는 주장한다. 현석환 부속실장이 김 교수와 재단 측의 갈등이 시작된 지난해 2월경부터 수십 차례에 걸친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김 교수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 현 교수의 전화폭력 문제는 지난해 경기지방경찰청의 수사를 거쳐 현재 수원지검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 실장은 왜 김 교수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것일까.

현 실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인적으로 김창원 교수로 인해 금전적 손실을 많이 받아 그것을 돌려받기 위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상사다. 현재 재단 측과 김 교수 간에 진행 중인 소송과는 별개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현 실장은 김 교수가 수년간 자신과 직원들에게서 수천만원대의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에게 폭력이 행사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교수는 수업 중 학교 관계자들에게 끌려나오는 등 폭력과 수치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기획실장에서 보직해임된 이후인 지난해 3월이다. 수업 도중 대학 측 관계자들이 강의실로 찾아와 나를 끌어내고 욕설을 퍼붓는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했다.”

-대학 측은 우연한 ‘사고’라고 주장한다.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내 주장의 진실성은 충분히 확인된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여주대학 총학생회장 김모 군은 경찰에 낸 진술서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수업을 받고 있는 도중 (…) 비즈니스경영과 김창원 교수에게 학교 직원분 몇몇이 와서 학생들 앞에서 욕설을 하고, 학교 분위기를 흐리는 행위를 하고 (…) 원인 규명은 물론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사과의 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여주대학 측은 “김 교수가 학생들을 동원해 허위사실을 지어내고 학생들에게 진술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주大에 어떤 비리가 있었기에…

신임 교수 채용과정의 문제점(위)과 대학발전기금의 모금 사실을 확인해준 전·현직 여주대학 관계자들의 사실확인서.

쟁점 5 : 교육부 징계 요구는 무시?

교육부가 실시한 사안감사 결과를 통해 총 7명의 여주대학 관계자가 징계대상자에 올랐다. 이중에는 학장, 교무처장 등 대학 핵심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있다. 오히려 이들 중 일부는 교육부의 징계 요구가 있은 지 4개월 만에 승진하기도 했다.

비전공자인 지원자를 교수로 채용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8월 교육부로부터 중징계를 요구받았던 이모 교무처장은 같은 해 12월 입학관리처장으로 보직만 옮겼다. 대학으로부터 그가 받은 징계는 한 달간의 감봉-정직 처분이 전부였다. 교원승진 임용, 직원 신규채용 부적정 등의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경고(2건)와 주의(1건)를 받은 장영훈 행정지원처장은 같은 달 처장 겸 행정부학장으로 되레 승진했다. 교원승진임용 제한의 문제점과 전임교원 해외파견 업무처리 부적정을 이유로 경고와 주의를 받은 S 당시 입학처장도 현재 교무부학장으로 승진한 상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에 대해 교육부는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교육부 감사가 이뤄진 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아 중징계는커녕 오히려 징계 대상자를 승진시킨 여주대학의 인사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교육부 한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다. 통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학내 사정이 있겠지만 교육부 감사를 통해 징계결정이 내려진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오히려 승진을 시키고 더 중요한 업무를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김 교수와 재단 측은 여주와 서울을 오가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초 김 교수가 경찰에 진정을 하면서 시작된 이 송사는 김 교수와 몇몇 이 대학 관계자에 대한 재단 측의 고소(서울중앙지검)로 이어졌고, 이후 김 교수 측도 지난해 말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에 맞고소를 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이제 법정의 몫이 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우리 사회의, 상아탑의 어두운 그림자가 씁쓸할 따름이다.



주간동아 2007.04.17 581호 (p40~43)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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