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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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자산운용사가 돈은 은행·증권사 몫

펀드 보수비율 3대 7로 판매회사에 유리한 불합리 구조

  • 김명룡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dragong@moneytoday.co.kr

    입력2007-04-11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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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펀드 7대 3 법칙’이 상식처럼 통용된다. 펀드 판매회사와 돈을 직접 굴리는 자산운용사가 가져가는 보수 비율이 7대 3으로 펀드 판매회사가 더 많이 챙긴다는 뜻이다. 펀드 판매회사는 펀드를 일반에게 파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재주는 자산운용사가 돈은 은행·증권사 몫

    서울 여의도 증권타운의 야경.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하면 수수료와 보수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일회성 비용인 반면, 보수는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판매수수료’는 증권사나 은행 등 펀드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가져가고,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운용보수’, 펀드자산을 보관해주는 은행 등은 ‘신탁보수’를 챙긴다.

    현재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와 보수는 총 2.3% 정도. 이중 판매수수료가 1.5%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돈을 운용하는 대가로 받는 운용보수는 0.7%, 나머지가 신탁보수다. 펀드를 판매하는 대가가 돈을 운용하는 것보다 훨씬 큰 셈이다. 이런 수익구조 때문에 펀드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은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7개 시중은행이 펀드 판매를 통해 올린 수익은 6340억원으로 2005년 3127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7개 시중은행 펀드 판매수익 6340억

    미국은 자산운용사가 총보수의 70% 정도를 운용보수로 받고 있다. 판매사들이 피델리티처럼 운용 능력이 뛰어난 운용사의 펀드를 팔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미국의 경우 실제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회사가 판매회사보다 2배 이상 많이 가져가지만 한국은 반대”라면서 “미국 펀드의 경우 평균 수수료율이 우리보다 낮은 것을 감안하면 국내 펀드 판매수수료가 높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펀드산업의 ‘진화’를 위해선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판매수수료가 높은 것은 판매회사의 입김이 운용회사보다 훨씬 세기 때문에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산운용사의 운용 능력보다 어떤 판매사에서 파느냐에 따라 펀드의 명암이 엇갈린다.

    그러나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 직원들의 전문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적금 가입으로 1억원을 유치했을 때 은행의 연간수익은 20만원도 안 되지만 펀드로 같은 금액을 맡기면 연간 100만원 정도 이익이 남는 것으로 안다”면서 “창구직원들이 투자자의 재무구조에 맞는 펀드를 추천하기보다 수수료가 더 높은 펀드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주는 자산운용사가 돈은 은행·증권사 몫
    이 같은 상황은 자산운용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간판 펀드’ 육성을 소홀히 해 적정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장기 투자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펀드매니저를 단기 성과로 평가하는가 하면, 성적이 안 좋은 펀드를 은근슬쩍 이름만 바꿔 새 펀드인 양 내놓기도 한다. 또 자산운용업계는 적잖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재투자에는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은행의 튼튼한 판매망을 바탕으로 펀드시장이 성장해온 만큼 당분간은 판매수수료가 높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은 거미줄 같은 지점망을 통해 펀드 대중화에 앞장서 펀드 계좌 수 1000만 시대를 연 일등공신임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은행이 적립식 펀드를 판매하지 않아 수탁액이 늘지 않으면 회사를 유지하기 힘든 중소형 자산운용사가 많은 것도 사실 아니냐”고 되물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 표정관리 중

    해외펀드 인기 덕 운용 수입 짭짤


    재주는 자산운용사가 돈은 은행·증권사 몫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JP모건체이스은행 본사 건물(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해외펀드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2월 말 현재 국내 해외펀드 투자 규모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투자펀드 18조5084억원,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역외펀드 13조7801억원 등 모두 32조2885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중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해외펀드의 인기 덕에 소리없이 미소짓는 회사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다. 해외펀드 판매로 적잖은 운용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주식형 역외펀드는 1.2% 정도의 운용보수를 받는다. 이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운용보수 0.7%보다 높은 수준이다. 역외펀드의 경우 펀드 형태가 다양하고 형태별로 운용보수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지만 적잖은 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역외펀드의 운용보수는 100% 외국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편 원칙대로라면 국내 운용사가 만들어 해외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의 경우 운용보수는 국내에 머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이 해외로 유출된다. ‘미러 펀드(거울 펀드)’ 때문이다. 이는 해외펀드 인기에 편승하고자 외국펀드를 거의 그대로 베껴 내놓는 펀드를 말하는 것으로, 최근 설정되는 해외펀드의 상당수가 ‘미러 펀드’다.

    이는 정부가 해외투자펀드 주식매매차익 양도세(15.4%)에 대한 비과세를 추진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역외펀드는 과세 대상이다. 3월27일 현재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해외펀드의 2월 말 수탁액은 18조5084억원으로 역외펀드 수탁액(순자산총액 기준) 13조7801억원보다 4조7283억원 많았다. 비과세 혜택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펀드로 몰린 결과다.

    문제는 국내 운용사들이 제휴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러 펀드’의 경우 총운용보수 중 70%를 자문을 담당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나머지 30% 정도를 국내 운용사가 가져간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아직 국내 운용사가 직접 해외펀드를 운용하기엔 인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해 생긴 현상”이라며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경쟁력 향상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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