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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선발권 획일 통제,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나”

역대 교육부 장관 5명 긴급 설문 “3不 족쇄 풀어야 대학 경쟁력 산다”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학생 선발권 획일 통제,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나”

“학생 선발권 획일 통제,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나”
대학이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 본고사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금지하는 ‘3불(不) 정책’이 최근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3월 말 서울대 주요 보직 교수들이 차례로 3불 정책을 비판한 데 이어,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 역시 “세계 유수 대학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3불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3월19일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3불(Three nots)’은 대학 독립성을 명백히 제한하는 규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까지 3불 정책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벌어졌지만, 요즘처럼 강력하게 폐지 요구가 불거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대해 “3불 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현 정부의 공교육을 절대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나 학부모 단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도 3불 정책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다. 심지어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3불 정책’ 폐지론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순회강연에 나설 계획이다. 이렇듯 3불 정책에 대한 옹호와 비판의 목소리가 혼재하면서 한국 교육계는 진통을 겪고 있다.

3불 정책은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대학입시 정책의 근간이다. 본고사는 1997년 논술고사 외에 불허한다는 방침이 나온 후 현재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는 아직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3불 정책 논란은 정치권에까지 점화됐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3불 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는 것.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은 3불 정책 폐기를,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3불 정책 유지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한국 교육계 심각한 진통

한국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3불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가. ‘주간동아’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역대 교육부 장관들을 대상으로 3불 정책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개월 이상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13명 중 5명이 이번 조사에 응했다(설문에 참여한 장관 명단은 참조).

그 결과 “3불 정책이 유지돼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전직 교육부 장관 5명이 모두 “폐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학생 선발권 획일 통제,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나”

1. 이상주 전 성신여대 총장.
2.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3. 박영식 전 광운대 총장.
4. 김숙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5. 오병문 전 전남대 총장.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2000년 1월14일~8월7일 재임)는 “각자 쟁점이 다른 세 제도를 한꺼번에 패키지로 묶어 금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각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보장하는 대신 그만큼 책임을 지게 하면, 교육부가 이들을 통제할 필요가 없다는 게 문 교수의 생각이다.

박영식 전 광운대 총장(1995년 5월16일~12월20일 재임)은 “대입에서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고 수능등급제를 실시하라는 정부의 지속적인 압력이 3불 정책 폐지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다. 3불 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200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대학이 학생들을 뽑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 그는 “정부가 일괄적인 통제를 없애면 대학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숙희 이화여대 명예교수(1993년 12월22일~1995년 5월12일 재임)와 오병문 전 전남대 총장(1993년 2월26일~12월21일 재임), 이상주 전 성신여대 총장(2002년 1월29일~2003년 3월6일 재임) 역시 “정부가 대학의 선발권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곳은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각각에 대한 전직 교육부 장관들의 의견은 조금씩 엇갈렸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금지에 대해서는 5명 모두 반대했지만, 기여입학제 금지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세부 정책에 대한 전직 교육부 장관들의 입장과 그에 대한 근거를 소개한다.



본고사

본고사는 대학별로 실시하는 입학시험이다. 1970년대 각 대학은 본고사만으로 학생을 선발했지만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며 이를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실시했다.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1990년대 수능시험 제도가 도입된 이후 1994~96학년도 3년 동안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본고사가 부활했다. 하지만 본고사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아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준비해도 끝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수능·본고사·내신까지 모두 챙겨야 하는 학생들의 부담은 커졌다. 이후 정부는 1997학년도 입시부터 본고사를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 역대 교육부 장관의 ‘3불 정책’에 관한 생각
정부 역대 이름 설문 참여 여부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참여

정부
7대 부총리 김병준 조사대상 제외
6대 부총리 김진표 X(바쁜 일정으로 응하지 못함)
5대 부총리 이기준 조사대상 제외
4대 부총리 안병영 X(“입장 밝히기 부적절하다”)
3대 부총리 윤덕홍 X(“설문조사 응하지 않겠다”)
국민의

정부
2대 부총리 이상주 O 금지 반대 금지 필요 금지 반대
1대 부총리 한완상 X(“설문조사 응하지 않겠다”)
42대 장관 이돈희 X(“입장 밝히기 부적절하다”)
41대 장관 송자 조사대상 제외
40대 장관 문용린 O 금지 반대 금지 반대 금지 반대
39대 장관 김덕중 X(연락이 닿지 않음)
38대 장관 이해찬 X(“설문조사 응하지 않겠다”)
문민

정부
37대 장관 이명현 X(“‘3불 정책이 맞냐, 그르냐’ 하는 이분법적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
36대 장관 안병영 X
35대 장관 박영식 O 금지 반대 금지 반대 금지 반대
34대 장관 김숙희 O 금지 반대 금지 반대 금지 반대
33대 장관 오병문 O 금지 반대 금지 필요 금지 반대


“학생 선발권 획일 통제,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나”

3월2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윤종건 회장이 교총 창립 60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3불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역대 교육부 장관들은 현 정부의 ‘본고사 금지’ 정책을 어떻게 바라볼까. “본고사 제도를 계속 금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5명 모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본고사를 실시할지 여부는 각 대학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상주 전 총장은 “대학별 논술고사가 이미 본고사의 성격을 띠는 만큼 본고사 금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변별력 없는 수능만으로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 대학은 논술시험을 변종 본고사처럼 출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고사를 원하는 각 대학의 요구를 무조건 막을 수 없다. 다만 본고사를 치를 경우 대학마다 입시 전형이 달라지는 만큼 학교와 학생들이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문용린 교수는 “대학에 본고사 선택 자율권을 주되 시험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잘못했을 때 경고를 주는 것이 정부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전직 교육부 장관들이 모두 현 정권의 본고사 금지 정책을 반대했지만, “본고사가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최선의 대안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주 전 총장은 “본고사를 실시하면 국가 발전을 위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야 할 각 대학 교수들이 집단 합숙을 해야 하는 등 소모적인 대목이 많다”며 “본고사 실시로 인한 낭비를 줄이고 싶다면 수능시험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보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상위 5% 이내 학생을 뽑는 대학의 지원자는 어려운 A형 수능시험을, 나머지 대학의 지원자는 쉬운 B형 수능시험을 보게 하면 된다. 물론 B형 수능성적을 참고하는 대학들의 반발도 있겠지만, 대학별로 본고사 문제를 출제하는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이다.”

기여입학제

‘기회의 평등’을 특히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기여입학제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여겨진다. 기여입학제의 시행은 국민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기여입학제는 흔히 ‘기부금을 내고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기여 입학을 허용하는 미국 대학의 경우,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선대(先代)의 기여 사실을 밝히면 대학은 다른 여러 항목을 함께 고려해 선발 여부를 결정한다. 기여는 돈과 같은 물질적 기부뿐 아니라 사회 공헌 같은 정신적 기여까지 포함한다.

“학생 선발권 획일 통제,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나”

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노총 등 10여 개 교육·시민단체가 3월27일 서울 정동에서

한국에서 기여입학제 논의가 공론화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가 “기여입학제를 도입함으로써 사학 재정난을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 그러나 부정적 여론에 부딪혀 기여입학제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당시 연세대에서 기여입학제를 추진한 안병영 명예교수(1995년 12월21일~1997년 8월5일, 2003년 12월24일~2005년 1월4일 재임)가 현 정부에서 3불 정책을 고수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기여입학제 금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역대 교육부 장관들의 찬반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5명 중 3명이 “재정난을 겪는 사립대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여입학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며 지금의 금지정책에 반대했고, 나머지 2명은 “기여입학제가 대학간 불균등을 초래하고 사회정의를 해칠 수 있다”며 기여입학제 금지에 찬성했다.

기여입학제에 반대하는 오병문 전 총장은 “빈부 격차가 심한 한국에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할 경우 대학간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일부 상위권 대학만 기여입학제의 특혜를 누리게 된다는 것. 오 전 총장은 교육부 장관 재직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기여입학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상주 전 총장은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기에는 한국 대학과 재단의 수준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학 교육자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아직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이 기여입학제를 투명하게 운영할 만큼 정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여입학제가 도입되면 온갖 비리가 성행할 것이다. 더욱이 부모나 할아버지를 잘 만나 일류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보며 저소득층 학생의 소외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대학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사회정의에 위배되고 기회의 평등을 침해해 위헌 소지도 있다.”

한편 교육부 장관 재임 당시 기여입학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던 김숙희 명예교수는 “기여입학제는 가난한 사람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기여입학제를 통해 재정을 확충하면 저소득층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여입학제를 통해 들어온 학생은 정원 외로 선발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기여입학제로 재정을 확충하면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국민 정서가 부정적인 이유는 부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돈을 많이 번 것도 실력이 아닌가. 결국 이들이 기부한 돈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만큼 기여입학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

문용린 교수는 “각 대학이 스스로 판단해 기여입학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게 하자”는 견해를 밝혔다.

고교등급제

고교등급제란 전국의 고등학교를 서열화해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제도다. 현행 평준화 체제에서 ‘고교등급제’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고교간 실력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 특히 자립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등학교(외국어고, 과학고)의 재학생들은 “일률적으로 내신을 적용하는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고교등급제가 시행된 적은 없지만, ‘사실상 고교등급제가 존재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2004년 연세대 고려대 등이 특목고 출신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교육부와 대학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교등급제를 계속 금지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5명 모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고등학교간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학생 내신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우수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통적인 이유다.

문용린 교수는 “모든 학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현 정부의 고교등급제 금지 기조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교별로 순위를 매긴다기보다 학교간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 교수의 주장이다.

고교간 격차를 반영하려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상주 전 총장은 “특목고와 일반고 학생들의 실력차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고교 평가 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배들의 성적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등급을 매길 경우, 명문고교에 진학하기 위한 중학생들의 경쟁이 더욱 과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부 장관은 “고등학교를 단순히 양적 통계로 줄세우기 하는 고교등급제를 시행할 경우 계급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해외의 복합적인 고교 평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수험생의 고교 내신, 수학능력시험 성적, 에세이, 봉사활동, 리더십 경력, 예체능 활동 들을 다양하게 고려한다. 주목할 것은 고교 내신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동시에 전국의 모든 고교에 대해서도 질적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대학들이 지역 할당, 발전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합리적 평가제를 도입해야 인재를 균형 있게 선발할 수 있다.”

Tips

‘3불 정책’의 법적 근거


‘3불 정책’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논술고사 외에 필답고사를 실시하지 못한다’는 규정에 본고사가 위반되고, ‘공정한 경쟁에 의해 공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규정에 기여입학제가 위반된다. 또한 기여입학제는 모든 사람이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위배된다고 교육부는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등급제를 금지할 근거가 되는 법적 조항은 딱히 찾기 어렵다.




주간동아 2007.04.17 581호 (p24~27)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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