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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한미 FTA 시대, 소비자 주권 허점!

온라인서 제품 구매 한국 소비자 경계경보!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온라인서 제품 구매 한국 소비자 경계경보!

  • 1년여 산고 끝에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가깝게는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소비자 분쟁에서부터 미국산 먹을거리의 안전성 문제에 이르기까지 ‘먹고사는 데’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한미 FTA의 ‘숨은 1인치’를 들여다본다. - 편집자
온라인서 제품 구매 한국 소비자 경계경보!
사례 #1

김모 씨는 2005년 3월 인터넷을 통해 미국 뉴욕의 한 필기구 업체에서 만년필을 구입해 사용하던 중 필기의 품질이 좋지 않아 사업자가 지정한 캐나다의 AS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하지만 오랫동안 되돌려받지 못하자 결국 한국소비자원(당시 한국소비자보호원·이하 소비자원)에 도움을 청했다. 소비자원은 미국 사업자에게 한국의 소비자정책 집행기관임을 밝히고 계약 내용의 조속한 이행 협조를 바라는 e메일을 보냈고, 이에 사업자 측은 수리 지연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문제의 만년필을 수리해 김씨에게 반환했다.

사례 #2

황모 씨는 2006년 6월 독일의 한 화장품 판매 사이트를 통해 400유로 상당의 독일산 유아용품과 선탠제품 등을 구입키로 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했지만, 배송이 늦어지자 다음 달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사이트에 계약 이행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아무 답변이 없자 황씨는 소비자원과의 상담을 거쳐 신용카드사의 ‘Chargeback’(신용카드사가 판매자를 대신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보상해주는 제도)을 활용해 대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됐다.

둘 다 외국산 제품 구입으로 일어난 국내 소비자 피해에 대한 구제 사례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2006년 한 해 동안 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 소비자분쟁 상담은 136건. 2005년의 87건에 비해 56%가 증가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소비자가 직접 구매한 경우가 115건, 국제 구매대행을 통한 거래가 9건, 국외 소비자(외국인)의 구매가 12건이다. 사업자의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호주가 각각 29건으로 가장 많고, 태국과 뉴질랜드 등이 뒤를 잇는다. 거래물품은 건강식품, 침구류, 의약품, 가방, 보석류, 의류, 화장품, 호텔예약 서비스, 신발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중 소비자원이 피해구제 사실을 확인한 것은 불과 10건 미만. 전화상담을 통해 피해구제 절차를 안내받은 소비자들이 실제로 피해보상을 받았는지에 대한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인다. 한미 FTA 협상 타결로 급격히 늘어나게 될 미국산 제품(또는 서비스) 구입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대다수 언론은 FTA 시행과정에서 수입관세 인하에 따라 국내 다수 소비자들이 누릴 후생 증가를 ‘과실’처럼 부각하면서도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소비자 피해 문제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FTA 체결로 소비자 후생이 최대 1000억원 이상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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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터넷 판매 사이트를 통해 물품을 구입할 경우 자칫 피해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해 국제 소비자 분쟁 136건 상담, 구제는 10건 미만

그러나 후생 측면 못지않게 시장개방에 따른 소비자 피해의 구제도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따진다면, 지금 같은 글로벌시대에 외국산 제품 구입에 따른 국제 소비자 분쟁이 FTA 시행으로 새롭게 생겨날 부작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전부터 있어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FTA 시행으로 그런 분쟁의 발생 여지가 훨씬 커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국산 제품에 의한 소비자 피해는 어떤 경로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을까.

현행법상 우리나라 소비자가 잘못 만들어진 외국산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의 해결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기존처럼 소비자원과의 상담을 통해 개별적인 피해보상을 모색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보상받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난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3월28일부터 시행 중인 소비자기본법에 의한 ‘집단(일괄적) 분쟁조정제도’다. 이는 다수 소비자의 피해를 한데 묶어 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뒤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역시 소비자기본법에 규정돼 2008년 1월부터 시행될 ‘소비자단체소송제도’다. 이는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정 요건을 갖춘 단체가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을 침해하는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 이를 금지하거나 중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어서 금전적 보상과는 관계가 없다.

이 세 가지 해결방안은 국산 제품뿐 아니라 외국산 제품에도 적용된다. 소비자원 홍보실 이상훈 과장은 “소비자기본법 덕분에 외국산 제품으로 인한 피해도 원칙적으로 한국 내 수입업자나 판매업자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므로 FTA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방치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피해 구제 구멍 … OECD 가이드라인 준용 협약 바람직”

그러나 문제는 앞서 사례에서 본 것처럼, 미국의 인터넷 판매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거나 미국 방문 시 직접 산 제품으로 인한 피해구제에는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이다. 외국산 제품 소비자 불만의 유형은 주문한 물품의 미배송, 주문 물품과 다른 물품의 배송, 파손 혹은 훼손된 제품 배송, 품질 불만, 배송 지연이나 착오 등 국내 물품 구입 시 벌어질 수 있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피해가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 개인 차원에서 피해구제를 도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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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된 외국산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 피해보상은 원칙적으로 국내 수입업자나 판매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국경을 넘는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소비자원은 2005년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ICPEN)에 국제소비자분쟁해결(CCDR) 프로그램 구축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ICPEN 사무국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사이트를 개설해 각국의 국제 소비자분쟁 사건을 접수하고, 해당 사건을 사업자가 소재한 국가의 분쟁조정기관에서 조정결정해 소비자분쟁이 원만히 해결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아직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상태. 현재로서는 외국산 제품으로 피해를 본 국내 소비자들의 사례를 사업자 소재 국가의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팀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외국산 제품 직구입에 대해선 우리의 현행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아직까지 CCDR 프로그램에 의한 국내 소비자 피해구제 효과도 전무하다시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006년 12월1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제11회 소비자의 날’ 기념식에서 “FTA는 값싸고 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줄 것”이라며 “한미 FTA 협상에서 소비자 보호조항을 별도로 마련해 앞으로 발생할 국경간 소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체결된 FTA 협정문엔 어떤 소비자 보호조항이 포함됐을까.

재정경제부 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FTA 협정문에 들어간 소비자 보호조항은 ‘한미 양국이 소비자 후생증진과 소비자 보호 부분에서 상호 협력하자’는 선언적 의미의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소비자 보호방안은 추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소비자원은 2006년 12월 중순 ‘FTA와 소비자 보호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어 내부 자료로 활용했다. 보고서는 ‘국경을 초월한 국제거래가 급증함에 따라 국제소비자 분쟁 역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이며 시스템적인 소비자 피해 예방조치가 요구된다’면서 ‘해당 국가간 적절한 대응과 협력을 통해 법 집행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기·기만에 의한 국제 소비자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자인 소비자원 소비자연구팀 황정선 연구위원은 “한미 FTA에서도 과거 미국-호주 FTA에서와 같은 ‘국경간 사기 및 기만적 상거래 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준용할 것을 협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07.04.17 581호 (p12~14)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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