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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특수대학원 졸업 꿈꾸지 마!

‘김병준 스캔들’ 이후 깐깐한 논문심사 … 탈락자 속출에 직장 가진 학생들 ‘곤혹’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어영부영 특수대학원 졸업 꿈꾸지 마!

어영부영 특수대학원 졸업 꿈꾸지 마!
“드롭(drop)될까봐 염려돼요. 결국 남는 건 논문뿐이라는데 말이죠.”

서울 소재 모 대학의 특수대학원에 재학 중인 직장인 최모(34) 씨는 졸업논문을 써야 하는 마지막 학기 개강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년부터 논문심사 기준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 ‘낙오자’가 거의 없던 예년과 달리 지난 학기부터 논문심사에서 탈락해 졸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아예 ‘제대로 된 논문을 쓸 자신이 없다면 졸업시험을 치르고 비(非)논문 졸업을 하라’고 권장하는 분위기다. 최씨는 “앞으로는 대학원장이 직접 논문제안서를 심사하겠다고 하는 등 여느 때보다 바짝 죄는 분위기라 학생들이 난감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 대학 특수대학원들의 ‘논문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주로 현업을 가진 직장인들이 입학하는 까닭에 일반 대학원보다 ‘느슨하게’ 석사학위 졸업논문을 심사하던 대학원들이 여느 때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모 교수는 “과거에는 이론적 토대가 허술해도, 선행연구를 베끼다시피 해도 봐주는 편이었는데 더 이상 그래서는 대학원의 생존에 불리하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런 까닭에 전에 없던 ‘논문 탈락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의 경우 지난해 2학기 석사논문에 도전한 35명 중 21명만이 심사를 통과해 2월 예정대로 졸업한다. 중앙대 행정대학원 또한 지난 학기에 논문심사를 받은 9명 중 3명이 탈락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탈락자가 1명이 나올까 말까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특수대학원들이 졸업논문 심사를 크게 강화한 데는 지난해 여름 벌어졌던 ‘김병준 스캔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교육부총리였던 김병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자신이 제출한 성북구 용역보고서와 거의 비슷한 내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진영호 전 성북구청장의 지도교수였던 것으로 밝혀지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결국 취임 13일 만에 교육부총리에서 사퇴했다.



전자도서관 확대로 ‘벽장 논문’ 옛말

어영부영 특수대학원 졸업 꿈꾸지 마!
이에 ‘제2의 김병준’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한 교수들이 제자들의 논문을 ‘깐깐하게’ 심사하기 시작했다는 것. 요즘 교수 사회에서는 ‘과거엔 읽지도 않고 도장 찍어주던 논문을 교수들이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는 말도 나오고, ‘논문 한 편 심사하는 것이 논문 한 편 쓰는 것과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라는 엄살도 나온다. 중앙대 행정대학원의 이용규 원장은 “문제 있는 논문에 자기 이름이 지도교수나 심사교수로 올라가 망신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자도서관’의 확대도 이 같은 경향에 일조했다. 과거 특수대학원의 논문은 이른바 ‘벽장 논문’으로 불렸다. 학생과 지도교수만 읽고 대학도서관 한구석에 꽂아두면 어느 누구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전자도서관이 확산되면서 모든 논문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만큼 표절 여부 등이 밝혀지기 쉬운 환경이 된 것. 연세대 특수대학원의 한 관계자는 “부실한 논문을 통과시켰다가 훗날 문제가 생길 경우 대학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요즘 논문심사는 공포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특수대학원 논문에는 현장 사례가 많이 담겨 일반 대학원 논문보다 인용 횟수가 높다. 그만큼 ‘사후 검증’에 걸리기도 쉽다”고도 덧붙였다.

깐깐해진 논문심사는 국내 학문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학술진흥재단 인문학단장을 맡고 있는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부실 논문에 자기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는 교수들의 태도는 소극적인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전문적인 학술논문이라고 보기 어려운 석사학위 논문에 너무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국내 대학원의 풍토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석사학위 논문은 크리에이티브 라이팅(Creative Writing)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이 맞다”며 “바람직한 석사논문 모델 성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충고했다.



주간동아 570호 (p33~33)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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