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2006.10.10

가문의 후광 … ‘강한 일본’ 가속도

  • 천광암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입력2006-10-09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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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0일 도쿄(東京)에 있는 자민당사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후임자가 될 총재를 뽑는 의원투표가 진행됐다. 개표 결과는 예상대로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관방장관의 압승이었지만, 무효 처리된 1표에 적힌 이름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외무장관을 지내면서 1980년대 일본 외교를 좌지우지했고, 자민당 간사장으로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었다가 1991년 세상을 등진 아베 장관의 아버지다. 이 한 표는 ‘가문의 후광’을 빼놓고는 아베 장관의 출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상징물이다.

    아베 장관은 9월26일 일본 총리에 취임하면 역대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과 함께 일본 역사상 첫 조손(祖孫) 총리라는 기록을 보태게 된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조 히데키(東條英樹) 내각에서 상공장관과 군수차관을 지내 A급 전범 혐의로 기소까지 됐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다. 아베 장관은 외할아버지에게 강경보수적인 정책 유전자를, 아버지에게 온화한 성격을 물려받았다는 것이 세 남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베 장관 어머니의 평가다.

    아베 장관이 최대 정권공약으로 내세운 평화헌법과 교육기본법의 개정은 기시 전 총리가 못다 이룬 숙원 사업이다. 패전 후 일본이 걸어온 평화 노선의 주춧돌을 뽑아내려는 그의 시도는 군국주의 전쟁의 피해자인 한국 및 중국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의 아베 장관을 만든 두 기둥이 ‘가문의 후광’과 ‘대북 강경론자 아베’라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 역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적극 참배하고 역사교과서 왜곡을 지원해온 그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악화될 소지가 크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반 국민은 물론, 자민당 안에서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최악의 상황에 빠진 대한(對韓) 및 대중(對中)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모든 일본 국민이 다 알 정도로 열렬한 한류 팬인 부인 아키에(昭惠·44) 여사의 영향으로 아베 장관도 정서적으로는 한국을 좋아한다는 점이 한-일 관계 개선의 작은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캐러멜로 유명한 모리나가제과 오너 집안의 딸인 아키에 여사에게 “총리 자리가 캐러멜처럼 단 게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베 장관이 고이즈미 총리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던 대한 및 대중 관계 개선에 성공한다면 캐러멜보다 달콤한 권력의 맛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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