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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이 북한에 열 받은 이유

  •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정치학

중국이 북한에 열 받은 이유

중국이 북한에 열 받은 이유
얼마 전 중국을 다녀왔다. 중국은 북한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6·25전쟁 당시 젊은이들의 목숨을 바쳐 북한을 구했던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은 왜 북한에 화가 났을까? 우리나라는 7월5일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시위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역(逆)발상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보다 중국을 의식한 행동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핵문제 해결 방향에 있어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 초 중국을 방문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한반도 장래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제의했으며,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고위급 대화에서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은 중국에 놀랄 만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첫째, 중국이 바라는 한반도의 현상 유지는 지속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뿐 아니라 위조지폐 등 범죄활동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이 바라는 현상 유지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에도 좋고 중국에도 좋은 한반도 장래 시나리오를 검토하자는 의사다. 셋째, 미국은 한반도 장래 시나리오와 관련해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이 현상을 타파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말을 들은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선임부부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 기뻐했을 것이다. 졸릭 부장관의 말에 따르면, 핵무기만 없다면 미국은 북한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상관없으며,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수용하는 것도 체제변환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당초 부시 정권은 북한의 정권 변화를 핵 문제의 선결 조건으로 봤다. 그러나 졸릭의 말은, 미국은 더 이상 김정일 정권의 교체를 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신을 압살하려고 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놓고 본다면, 졸릭의 말은 문제 해결에 중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이어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동일한 의사를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미국의 의사를 전달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의 정책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한의 핵 포기와 6자회담 복귀를 종용해왔다.

한반도 국제 역학관계 상상보다 훨씬 복잡

이러한 상황에서 1월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 코스를 답사했다. 남순강화는 덩샤오핑이 톈안먼 사태 직후 개혁·개방 수정 압력에 직면했을 때 중국 남부를 돌면서 개혁·개방 노선을 견지하는 모멘텀을 형성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김정일의 남순강화 답사는 향후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 노선을 고려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미국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여기는 중국식 모델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여기까지는 미국과 중국의 의도대로 일이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 되살아났다. 무수단리의 발사대에 대포동 2호가 세워졌으며, 중국 최고위층이 북한에 자제를 요청하고 고위급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려는 순간 북한은 대포동뿐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위를 감행했다. 6발의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은 중국의 주요 도시를 사정권으로 한다. 북한의 미사일 시위는 더 이상 중국이 나서지 말라는, 그리고 중국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북한에 화가 난 배경인 동시에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한 까닭이다. 이는 북한을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가 상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이내믹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554호 (p100~100)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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