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2006.08.22

인간 본성과 사회성

  • 박진열 도서출판 늘품미디어 상임연구위원

    입력2006-08-21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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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문 1) [가] 자연은 인간 사이의 갈등을 이용하여 인간의 모든 소질을 계발하도록 한다. 사회의 질서는 이 갈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갈등은 인간의 반사회적 사회성 때문에 초래된다. 반사회적 사회성이란 한편으로는 사회를 분열시키려고 끊임없이 위협하고 반항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를 이루어 살려는 인간의 성향을 말한다. 이러한 성향은 분명 인간의 본성 가운데에 있다.

    [나] 인간은 사회 속에서만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사회화하고자 한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만 자신의 자연적 소질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을 개별화하거나 고립시키려는 강한 성향도 있다. 이는 자신의 의도에 따라서만 행위하려는 반사회적인 특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저항하려는 성향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 자신도 곳곳에서 저항에 부딪히게 되리라 예상한다.

    [다] 이러한 저항을 통해 인간은 모든 능력을 일깨우고, 나태해지려는 성향을 극복하며, 명예욕이나 지배욕, 소유욕 등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그리하여 동시대인들 가운데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인간은 야만의 상태에서 벗어나 문화를 이룩하기 위한 진정한 진보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이때부터 모든 능력이 점차 계발되고 아름다움을 판정하는 능력도 형성된다. 나아가 자연적 소질에 의해 도덕성을 어렴풋하게 느끼기만 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계몽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 원리를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는 성숙한 단계로 접어든다. 그 결과 자연적인 감정을 기반으로 결합된 사회를 도덕적인 전체로 바꿀 수 있는 사유 방식이 확립된다.

    [라] ㉠인간에게 이러한 반사회성이 없다면, 인간의 모든 재능은 꽃피지 못하고 만족감과 사랑으로 가득 찬 목가적인 삶 속에서 영원히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양처럼 선량한 기질의 사람들은 가축 이상의 가치를 자신의 삶에 부여하기 힘들 것이다. 자연 상태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자연적 소질을 계발하여 창조의 공백을 메울 때, 인간의 가치는 상승되기 때문이다.

    [마] 불화와 시기와 경쟁을 일삼는 허영심, 막힐 줄 모르는 소유욕과 지배욕을 있게 한 자연에 감사하라! 인간은 조화를 원한다. 그러나 자연은 불화를 원한다. 자연은 무엇이 인간을 위해 좋은 것인지를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안락하고 만족스럽게 살고자 한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이 나태와 수동적인 만족감으로부터 벗어나 노동과 고난 속으로 돌진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은 인간이 노동과 고난으로부터 현명하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한다.



    - 칸트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 2004년 수능

    제시문 2) 인간의 본성에는 싸움을 불러일으키는 세 가지 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경쟁심이고, 두 번째는 소심함이며, 세 번째는 명예욕이다. 경쟁심은 인간으로 하여금 이득을 보기 위해, 소심함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명예욕은 좋은 평판을 듣기 위해 남을 해치도록 유도한다. 경쟁심은 타인과 그 처, 자식과 가축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소심함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명예욕은 자기 자신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가족, 동료, 민족, 직업 또는 이름에 간접적으로 먹칠을 하는 말, 비웃음, 상이한 견해뿐만 아니라 경멸의 몸짓 등과 같은 하찮은 일에도, 인간으로 하여금 폭력을 사용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강력한 국가가 모든 이에게 두려움의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살아갈 때 인간은 ‘전쟁’이라고 불리는 상태에 놓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전쟁 상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을 의미한다. 그러한 상태에서는 노동의 결실을 누릴 수 없는 불확실성이 삶을 지배하기 때문에 노동할 이유가 없다. 그 결과 토지의 경작도, 항해의 필요성도,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물건의 가치도, 널찍한 건물도, 물건을 이동시키고 옮겨주는 운송의 수단도, 지구가 어떠한 모습인가에 대한 지식도, 시간에 대한 계산도, 예술이나 문학, 사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그 무엇보다 나쁜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감이고 피비린내 나는 죽음의 위험성이다. 전쟁 상태에서 인간은 고립되고 비참하고 험악하며 단명하고 짐승 같은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국가가 등장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천성적으로 자유를 사랑하는 동시에 타인을 지배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국가의 구속 아래 살아가고 자기 자신에게 제약과 통제를 가하는 것에 동의하게 되는 궁극적 원인이나 목적 및 동기는, 그들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고 그 결과 더욱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려는 인간 자신의 통찰력에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 위에 무서운 존재로 군림하고 그들에게 처벌에 대한 공포감을 불어넣어 옭아매는 가시적 권력이 없을 때,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와 열망에 의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처참한 전쟁 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간 자신이 국가에 의한 구속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만인으로 하여금 그들 모두의 권력과 힘을 한 사람이나 한 집단에게 양도하고 그들 모두의 의지를 다수결에 따라 그 사람이나 그 집단의 의지로 축소·대체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개개의 인간이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을 지명하여 자신의 모든 권리를 송두리째 양도하고, 만인의 공동 평화와 안전에 관련되는 사안에서 그 사람이나 그 집단이 취하거나 취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 바로 개개인 자신의 행동이라는 사실을 만인이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전쟁 상태로부터 탈출하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결국 만인은 그들 자신을 그의 의지에 복종시키고 그의 판단에 맡기는 셈이다.

    -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1998년 고려대 논술 제시문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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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마)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 논지와 주요 개념을 제시한다.

    ② (나) : 제시된 개념을 부연하여 설명한다.

    ③ (다) : 논지를 확대하고 심화한다.

    ④ (라) : 다른 각도에서 논지를 강화한다.

    ⑤ (마) :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의를 마무리한다.

    2. 의 내용 중, 위 글에 나타난 인간의 양면성을 설명하려고 할 때 도움이 되는 짝끼리 묶인 것은?



    ㄱ. 예술가는 미리 존재하는 법칙을 거부하고, 자기 스스로 법칙을 부여한다.

    ㄴ.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아온 영감을 표현할 따름이다.

    ㄷ. 예술가의 임무는 일어난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법한 일을 말하는 것이다.

    ㄹ. 위대한 예술가는 그 시대의 표현 양식을 뛰어넘는 자가 아니라, 그 시대의 표현 양식을 가장 잘 따르는 자이다.

    ① ㄱ-ㄴ② ㄱ-ㄷ③ ㄱ-ㄹ④ ㄴ-ㄷ⑤ ㄴ-ㄹ

    3. 위 글에 제시된 ‘진보’의 과정을 와 같이 정리할 때, [A]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반사회성은 개인들 사이의 갈등을 나눈다.



    [ A ]



    지속적인 계몽의 과정을 거친다.



    도덕적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성숙한 사유 방식이 확립된다.

    ① 갈등을 약화시킬 수 있도록 사회성을 계발한다.

    ② 갈등을 계기로 조화롭고 목가적인 삶에 이른다.

    ③ 갈등을 극복할 도덕적 실천 원리를 인식한다.

    ④ 갈등의 과정 속에서 자연적 소질이 계발된다.

    ⑤ 갈등을 극복하여 사회를 이룬다.

    논술 맛보기

    1. ‘제시문 1’과 ‘제시문 2’가 공유하고 있는 인간의 특성을 3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

    2. ‘제시문 2’의 관점에서 ‘제시문 1’의 ㉠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300자 내외로 쓰시오.

    정답 및 예시 답안



    1. ② 2. ② 3. ③



    인간 본성과 사회성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왼쪽)와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1. 제시문 1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를 분열시키려고 끊임없이 위협하고 반항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를 이루어 살려는 반사회적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반사회성을 통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일깨우고, 나태해지려는 성향을 극복하며, 명예욕이나 지배욕, 소유욕 등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야만의 상태에서 벗어나 문화를 이룩하기 위한 진정한 진보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2에서는 인간에게 싸움을 불러일으키는 경쟁심, 소심함, 명예욕의 본성이 있는데, 전쟁 상태에서 인간은 고립되고 비참하고 험악하며 단명하고 짐승 같은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지키고 평화를 위해 국가를 이루며, 국가에 동의하게 된다. 그러므로 두 제시문은 인간의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본성을 말하고 있다.

    2. ㉠은 인간에게 반사회성이 없다면 인간의 모든 재능은 꽃피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즉, 만족감과 사랑으로 가득 찬 목가적인 삶 속에 안주함으로써 새로운 창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간의 반사회성이 강조된다면 인간의 이기심과 지배욕이 심화되어 인간 사회는 투쟁과 전쟁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반사회성을 억제하고 사회성을 함양해야 하는데, 이것이 곧 국가의 존재다. 즉, 인간은 국가를 구성하여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안정과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국가는 국민의 동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민의 보편적인 가치 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즉, 개인은 국가의 보편적 가치를 따름으로써 자아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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