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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 vs 처음처럼 ‘박터지는 술전쟁’

두산, 최단기간 1억 병 돌파 등 시장점유율 쑥…진로 “찻잔 속 태풍” 반응 속 대대적 반격 준비

  • 황재성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참이슬 vs 처음처럼 ‘박터지는 술전쟁’

참이슬 vs 처음처럼 ‘박터지는 술전쟁’
올해 6월 말 진로에 주목할 만한 인사가 있었다. 하이트맥주의 경인지역 영업을 진두지휘해오던 윤기로 전무가 진로의 영업지원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 진로는 이에 대해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을 위한 인적교류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주업계는 하이트맥주 그룹이 두산 소주 ‘처음처럼’의 기세가 생각보다 강력하다고 판단해 전투 병력을 이동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처음처럼’의 기세는 놀랍다. ‘처음처럼’은 출시된 지 5개월 11일 만인 7월18일에 누적 판매량이 1억 병을 돌파했다. 진로 ‘참이슬’이 출시 6개월여 만에 1억 병 돌파 기록을 세운 것에 비하면 한 달가량 빠른 속도다. 두산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 1월 5.2%였던 전국 시장점유율이 연말에는 15%까지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가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처음처럼’의 시장점유율은 6월 말 9.4%로 올라섰다. 자신감을 얻은 두산은 ‘처음처럼’을 진로의 ‘참이슬’에 버금가는 브랜드로 키운 뒤 전국 도별로 분할돼 있는 소주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강릉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영업망도 대폭 늘렸다.

진로, 수출에서도 두산에 2년째 밀려

진로는 이 같은 두산의 행보에 대해 ‘찻잔 속의 태풍’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응. 진로의 한 관계자는 “‘참이슬’은 출시 9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억 병을 기록한 소주업계 사상 최대 히트상품이기 때문에 ‘처음처럼’의 판매 실적에 그다지 신경 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두산이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제품군을 거의 한 개로 일원화했지만, 진로는 ‘참이슬’을 출시할 때 주력 제품이 ‘진로 골드’였던 만큼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참이슬’은 순한 소주시장 개척을 위해 같은 회사 제품인 ‘진로 골드’와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처음처럼’이 1억 병 판매에 소요된 시일을 20일가량 단축시킨 기록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 ‘참이슬’은 출시 당시 기업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직원들이 감내하는 와중에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나갔다.

하지만 진로의 바람과 달리 태풍은 찻잔을 벗어날 기세다. 대한주류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진로의 6월 한 달간 소주판매량(알코올 21도, 1상자 360mℓ 30병 기준)은 작년 동기보다 7.9% 줄어든 454만9586상자였다. 이에 따라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진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56.3%에서 ‘처음처럼’이 등장한 올 2월 55.1%로 밀려난 뒤 3월 54.0%, 5월 54.9%로 계속 떨어져 6월에는 49.5%로 주저앉았다. 진로의 시장점유율이 50% 밑으로 추락하기는 화의 상태였던 2004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지역별로 보면 진로의 시장점유율 하락 상황은 더 심각하다. 먼저 진로가 텃밭처럼 여기는 수도권(서울 포함)에서 90%를 오르내리던 시장점유율이 80%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참이슬 vs 처음처럼 ‘박터지는 술전쟁’
충청·호남 지역에서도 퇴보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충남 지역 소주인 선양은 6월 한 달 이 지역에서 47.4%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6월에 비해 3.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전남의 보해양조는 전년 동월 대비 3%포인트 증가한 81.8%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소주 업계에서는 수십 년간 지속된 진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도 저도주 시장을 두산과 지방 소주사들이 주도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브랜드’에서 ‘제품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진로의 고민은 해외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진로는 소주 수출 1위 자리를 2년째 두산에 내줬다. 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두산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49.5%(38만9682상자)로 진로(45%, 35만2023상자)를 앞질렀다.

진로는 결국 일본 수출시장의 첨병이었던 일본 현지법인 진로재팬을 매물로 내놓는 상황으로까지 몰렸다. 진로재팬의 직영체제로는 일본 산토리의 유통망을 이용하는 두산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결론에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진로가 일본 기업에 팔렸다”는 헛소문까지 시중에 나돌면서 일부 식당에서는 “애국자라면 ‘처음처럼’을 주문하라”고 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져 진로의 속을 태우고 있다.

소문은 지난해 진로가 M·A 매물로 나왔을 때 구매자로 나섰던 일부 기업들이 일본계 기업을 파트너로 삼은 게 와전된 것. 정작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맥주는 군인공제회 등 국내 투자자만으로 구성된 토종 자본임에도 이 같은 소문이 나돈 이유는 경쟁업체들의 ‘마타도어’ 때문이라는 게 진로 측 해명이다.

참이슬 vs 처음처럼 ‘박터지는 술전쟁’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증시 재상장도 부담이다. 2003년 1월 증시에서 퇴출됐던 진로는 이후 절치부심해 상장 요건을 갖춘 뒤 올해 3월 우리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따라서 ‘철옹성’처럼 여겨지던 ‘참이슬’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일본 시장에서의 고전이 모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진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하이트맥주에 M·A된 이후 내부조직 정비 문제로 ‘처음처럼’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주류시장의 비수기가 끝나는 8월 말부터 대대적인 반격을 전개하면 시장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로 출신 스타 CEO 간 자존심 경쟁도 볼 만

두 회사 간 경쟁은 한기선(55) 두산 사장과 하진홍(57) 진로 사장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기도 하다. 하 사장은 1972년 하이트맥주 전신인 조선맥주에 입사해 생산담당 사장 및 진로 인수기획단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진로의 사령탑을 맡은 전문경영인. 하 사장은 진로의 지휘봉을 잡은 뒤 ‘참이슬’의 계속된 판매 호조에 힘입어 소주시장을 선도하는 CEO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

그러나 최근 두산 ‘처음처럼’의 공세에 ‘참이슬’이 계속 밀리면서 하 사장은 난관에 봉착했다. 하 사장이 전 임직원의 영업맨화를 주창하고 나선 이유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다.

두산의 한 사장은 진로에서 영업담당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인 2002년 OB맥주 영업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4년에 다시 두산의 주류 부문 마케팅담당 부사장으로 소주업계에 돌아온 뒤 지난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한 사장은 두산 합류 과정에서 진로 출신 전문인력 상당수를 두산으로 영입했다. ‘처음처럼’의 홍보활동도 두산이 아닌 진로 홍보 중역 출신이 세운 홍보대행사에 맡겼다.

진로의 전·현직 중역이 각각 두산과 진로의 편에 서서 치르는 ‘소주전쟁’의 결말에 귀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549호 (p44~45)

황재성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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