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2006.08.22

직장인들 “주말 연휴 알바 뛰죠”

불안한 미래 대비 30, 40대 최다 … 기술과 특기 살린 틈새 업종이 바람직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입력2006-08-16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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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들 “주말 연휴 알바 뛰죠”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최경민 씨는 주말엔 액세서리를 판다.

    서비스 업계의 ‘암행어사’로 불리는 미스터리쇼퍼(Mystery Shopper) 6개월차인 양해창(29) 씨. 어느 토요일 오후, 그는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강원 원주시의 한 주점으로 ‘출두’했다. 주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예리한 눈초리로 서비스 평가작업에 돌입한 그를 발견한 누군가가 저만치에서 반갑게 달려왔다. ‘일단 첫 손님맞이는 친절하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그의 앞에 선 사람은 주점 사장이자 고모부. 고모부가 주점을 한다는 건 알았지만 하필 암행을 나간 곳이 고모부 가게라니. 무슨 일로 왔냐고 묻는데 말은 못하고 정말 난감했다고.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양 씨가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후 겪었던 가장 황당한 사건이다.

    미스터리쇼퍼·웨딩헬퍼 상한가

    주5일 근무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양 씨처럼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다음에 따르면,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인은 남녀 구분 없이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30, 40대 중반이 가장 많다. 직장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과 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장래가 불안해지는 시기인 까닭이다. 주말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20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아직까지 고용 불안정에 대한 부담감이 없고, 미래나 돈벌이보다 여유를 즐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고객을 가장하여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미스터리쇼퍼는 직장인 사이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로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1~2시간가량 소요되는 작업에 따른 건당 보수가 3만~20만원으로 일반 아르바이트(시간당 4000~5000원)에 비해 매우 높고, 일정 기간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자부심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5년 전 미스터리쇼퍼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한 ㈜리스피아르조사연구소(www.leespr.co.kr) 이성호 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방영된 KBS2 주말연속극 ‘슬픔이여 안녕’의 여파로 교육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극중 여주인공 박선영의 직업이 그전까지 명칭조차 생소했던 미스터리쇼퍼였던 것.

    아르바이트 전문사이트 알바루트(www.albaroot.com)를 운영하는 ㈜커리어다음 신길자 홍보팀장에 따르면, 알바루트에 등록된 주말 아르바이트 업종만 100여 개에 달한다. 주5일 근무 트렌드에 맞춘 틈새 업종도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다. “미스터리쇼퍼나 주말 수요가 많은 웨딩헬퍼는 최근 새로 생긴 일이다. 관광업체 전화안내, 대형마트 주말 판매원, 호프집 주말 아르바이트 쪽 수요도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 외 최근 인기를 끄는 아르바이트 업종은 웨딩헬퍼, 예식 진행, 좌담회 등으로 노동시간과 강도에 비해 보수가 높은 것들이다.



    동작구 흑석동에서 던킨도너츠 매장을 운영하는 김윤석(35) 씨도 2년째 미스터리쇼퍼로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100여 건의 업무를 수행한 그는 “매장에만 묶여 지내기가 답답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세상 경험을 쌓고 싶었다. 기왕 할 바에야 단순한 것보다 전문적인 일을 하자는 생각에 미스터리쇼퍼의 세계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관심 분야를 ‘골프숍’으로 특화시켜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김 씨는 “골프숍이나 외제차 전시판매장, 호텔 쪽으로 파견되는 미스터리쇼퍼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점 등 일반 영업장 일을 할 때보다 보수가 두세 배 높은 편이다. 특히 호텔은 건당 20만원에 달한다”며 웃었다.

    직장인들 “주말 연휴 알바 뛰죠”

    미스터리쇼퍼 교육장.

    웨딩헬퍼는 신부 옆에서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 진행을 돕는 도우미로, 여성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웨딩헬퍼가 여성의 아르바이트 영역인 반면 예식 진행은 남성들 몫이다. 담배와 엔진오일에서 스낵, 휴대폰,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품평을 하는 좌담회 아르바이트는 보통 1~2시간 진행되며 보수는 3만~10만원 선이다. 좌담회를 위해 따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가 높다. 이밖에 직장인이 관심을 갖는 주말 아르바이트로 ‘호텔리어’가 있다. 결혼식 등 각종 행사가 몰리는 주말이면 호텔마다 연회장 서빙 또는 주방보조 등의 일을 주말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있는 것.

    “일당은 시급으로 지급되는데 하루 평균 7~9시간 일하면 4만~5만원 정도 받는다. 서빙 경력이 있으면 보수가 조금 높아진다. 일반 아르바이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수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깔끔하고 쾌적한 호텔 분위기를 즐기면서 일할 수 있어서 젊은 회사원이 많이 찾는 것 같다.”[(호텔 아르바이트 전문사이트 호텔리어(www.hotelier.cc) 관계자)]

    한 달 평균 100만원 미만 수입

    직장인들 “주말 연휴 알바 뛰죠”
    색다른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보험회사 텔레마케터인 최경민(여·33) 씨가 그런 경우. 그는 6개월 전부터 취미 삼아 인터넷을 통해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다. 그는 “원래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아 토·일요일을 투자하고 있다. 수익이 크진 않지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다. 직장생활에는 일정한 틀이 있고 내가 결정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거의 없어서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런데 토요일마다 시장에 나가서 액세서리를 고르고 인터넷에 올릴 사진을 찍다 보면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풀린다. 주말 아르바이트로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도 없으니까 즐겁고 재미있다”고 했다.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기보다는 기술과 특기를 살린 틈새 업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일에 대한 보람뿐 아니라 수익도 가져온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대표적인 예가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이재현(32) 씨의 경우다. 그는 주말마다 베이비시터 파견업체로 출근해 경영 전반을 돕는 일을 2년째 해오고 있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 사장님(베이비시터 파견업체)이 출연해 주부취업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며칠 뒤 사장님을 직접 찾아가 사업 전반에 관한 조언과 대안을 제시했는데, 그게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 국제관계학과 경영정보학을 복수전공한 이 씨는 사업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분야의 사업정보를 수집 중이었다. 베이비시터 관련 사업은 미래 전망이 밝은 업종으로 일찌감치 그가 점찍어뒀던 것. 덕분에 텔레비전을 보고 베이비시터 파견업체를 찾아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간 여유는 없지만 분명한 삶의 목표가 있고, 베이비시터로 일하려는 구직자들이 주로 35~45세 주부들이라 정부에서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주부취업에 일조한다는 보람이 있어 주말 아르바이트가 즐겁다”는 이 씨는 내년쯤 직접 파견업체를 차릴 계획을 갖고 있다.

    주말 아르바이트로 직장인이 벌 수 있는 돈은 한 달 평균 100만원 미만이다. 커리어다음 신 팀장은 “주말 아르바이트로 100만원 넘게 버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잘 벌어야 100만원, 아니면 겨우 몇십만 원이다. 어쩌면 주말 아르바이트 시간을 자기 계발에 투자해 현재 직장과의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단순히 돈만 보지 말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가능한 한 직장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일을 선택해야 직무 흐름이 끊기지 않게 되어 생소한 두 가지 일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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