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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유기의 진실 … 엄마 입은 열릴까

서래마을 사건 온통 미스터리 … 프랑스인 부부 진술에 수사 전적 의존, 28일 귀국 여부 관심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영아유기의 진실 … 엄마 입은 열릴까

영아유기의 진실 … 엄마 입은 열릴까
“This is chicken(이건 닭고기잖아요).”“No, babies(아닙니다, 아기예요)!”

벌써 3주째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영아유기 사건은 이 같은 대화로 시작됐다. 사건 현장은 이 동네 부동산중개소들이 ‘서래마을의 대명사’라며 즐겨 소개하는 K빌라의 한 가정집. 이 빌라 경호원 김모(65) 씨는 빌라 주민이자 프랑스인인 C(40) 씨의 부탁을 받고 그의 집 베란다에 있는 냉동고 안을 들여다보다가 그만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처음에는 닭고기인 줄 알았어요. 자세히 보니까 검은색 비닐봉지 안에서 아기 손가락이 보이더라고요.” 김 씨는 몸서리를 쳤다. “나보다 그 집 양반이 더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더라고요. 내가 ‘Don’t worry, Don’t worry’ 하며 경찰이 올 때까지 다독여줬죠. 글쎄요, 그런 모습이 연기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서울 지역 경찰서 가운데 ‘한산한’ 곳으로 손꼽히던 방배경찰서가 이번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DNA 검사 결과 C 씨의 아내 V(39) 씨가 숨진 영아들의 엄마로 밝혀진 이후에도 강력계 형사들은 사건 관련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C 씨 부부의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숨진 영아들의 친부모 아닐 가능성 전혀 없다”



8월7일 방배서가 V 씨가 영아들의 엄마이며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발표하기 전까지 모두들 C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여성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나흘 전인 3일, 이미 ‘V 씨가 엄마’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다들 엉뚱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냥 웃고만 있었죠.” 한면수 유전자분석과장은 워낙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다 보니 신중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어 경찰에 결과를 넘기는 것이 늦어졌다고 했다. 그는 혹시나 C 씨 부부가 숨진 영아들의 친부모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나는 아버지가 아니다”라는 C 씨 주장에 대해서는 “그럼 가족들의 유전자를 다시 보내달라”며 맞수를 뒀다.

한 과장이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집에서 수거된 칫솔 등에서 확보한 유전자가 숨진 영아들과 양쪽 부모가 같은 친형제 사이이고 △칫솔 유전자는 C 씨와 부자(父子) 사이이며 △귀이개에서 찾아낸 여성의 유전자가 칫솔 유전자와 영아들의 엄마라는 점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귀이개에서 유전자를 찾아내지 못했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C 씨의 두 아들과 영아들의 엄마가 동일하다는 결론을 얻었으니까요.” 한 과장의 설명이다.

시체가 심하게 부패해 영아들이 언제 태어났는지, 쌍둥이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일부 언론은 쌍둥이 몸무게가 400g씩 차이 나는 경우가 드물다며 V 씨가 두 번 출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 이태성 교수(대구가톨릭대)는 “쌍둥이 몸무게가 1kg까지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과수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경찰에 전달되기 전인 6일 오후, 방배서는 복수의 언론 브리핑 자료를 미리 만들어뒀다. 영아들의 엄마가 누구로 나오는지에 따라 골라 쓰기 위해서였다. 이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천현길 강력계장은 “수십 명의 기자들이 경찰서에 진을 치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라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배서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자신감이 있으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C 씨 부부에 관한 사소한 사실이라도 새어나갈까봐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자칫 프랑스와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 있는 데다가 C 씨 부부가 입국을 거부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 당국이 프랑스에서 C 씨 부부를 수사한 뒤 법정에 세울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방배서로서는 아깝게 ‘큰 사건’ 하나를 놓치는 셈이 된다. 천 계장은 “현재는 ‘정적인 수사’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간밤에 V 씨가 내 사무실에서 조사받는 꿈을 꿨다”며 피곤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V 씨는 2003년 12월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다(이 정보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방배서가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실수로’ 흘러나왔다). V 씨가 수술을 받은 서울의 모 종합병원에 따르면 V 씨는 자궁에 염증이 심한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왔으며, 다음 날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C 씨 가족이 지난해 가을에 사건 현장인 K빌라에 이사 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V 씨의 ‘출산’은 그 이전 거주지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C 씨 가족이 전에 살았던 곳은 K빌라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C 씨 부부를 기억하는 주민들은 “그들 부부가 그럴 리 없다”며 경악한 표정들이었다. C 씨 부부가 사는 빌라의 위층 주민은 “임신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C 씨의 이전 집에서 현재 살고 있는 주민은 “이 집은 기본적인 살림도구가 갖춰져 있는데 부엌 냉장고에 아기 시체가 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끔찍해서 새 냉장고를 사려고 한다”고 했다.

이들 주민이 기억하는 C 씨 가족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부부가 함께 자주 장을 봤고, 친구들도 종종 집으로 놀러 왔다는 것. V 씨는 여느 프랑스인 학부모처럼 매일 두 아들을 인근 프랑스인학교에 데려다 주었다고 한다.

영아 살해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대개 인적이 드문 곳에 사체를 파묻는다. 하지만 C 씨 부부는 ‘상식 밖으로’ 죽은 자식의 시체를 냉동고에 보관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주민들 “평범하기 그지없는 부부였는데”

그러나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C 씨 부부가 한국 지리에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합리적인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적 드문 곳이나 야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시체를 집 밖에서 폐기할 방도가 없는 데다 부패를 염려해 냉동고에 넣어뒀을 것이란 추측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일말의 양심 때문에 C 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 아니겠냐”고 짐작했다.

“현재로서는 아내가 남편 몰래 저지른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예 한국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을 하고 죽은 자식들을 매장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희망으로 신고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일이 이렇게 파장이 크게 번질 줄은 모르고서 말이죠.”

과연 C 씨 부부는 예정대로 오는 28일 한국에 돌아올까? 일단 C 씨는 프랑스 경찰에 한국으로 돌아가 조사받겠다고 밝혔다.

C 씨가 귀국하려는 이유는 프랑스가 한국보다 영아살해죄나 영아유기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아살해죄에 대한 한국과 프랑스의 형법 관점은 180도 다르다. 영아살인죄에 대해 한국법은 일반 살인죄보다 관대한 10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지만, 프랑스법은 엄격하게 처벌해 무기징역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프랑스에서는 일반 살인죄의 경우 3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미리 체포영장 등을 발부 받아놓으면 V 씨가 겁을 먹고 입국을 거부할 수 있는 만큼 일단은 28일까지 귀국 여부를 기다리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 일지

.6월29일 C 씨, 휴가차 프랑스로 출국.

.7월18일 C 씨, 회사 회의 참석 위해 잠시 귀국.

.7월23일 C 씨, 냉동고에서 영아 시신 발견해 경찰에 신고.

.7월24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C 씨와 영아들의 DNA 분석 의뢰.

.7월26일 C 씨, 프랑스로 다시 출국.

.7월28일 국과수, ‘DNA 분석 결과 영아 아버지는 C 씨’라고 밝힘.

.8월1일 경찰, 국과수에 C 씨 주변 여성 3~4명에 대한 유전자 분석 의뢰. C 씨, 지인 통해 “나는 아빠 아니다”라고 주장. 경찰, “두 영아의 어머니는 같다”고 밝힘.

.8월7일 경찰, 영아들의 엄마로 C 씨 부인인 V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8월10일 프랑스 경찰, 참고인 자격으로 C씨 조사.

.8월28일 C 씨 부부, 예정대로 귀국?

영아유기의 진실 … 엄마 입은 열릴까

프랑스인 친구들이 놀러 와 자주 모임을 열었다는 C 씨 집 앞 정원.





주간동아 549호 (p36~37)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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