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8

2006.06.06

창조력 필요한 일이 ‘뜨는 업종’

  • 김현정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6-01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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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력 필요한 일이 ‘뜨는 업종’
    1990년대 후반 미국의 모 컨설팅회사가 소개한 21세기 최고 유망직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였다. 한국에도 1997년 말에 터진 외환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수많은 IT(정보기술) 벤처회사가 설립됐고, 정부의 전방위 지원은 많은 프로그래머와 웹 디자이너를 양산했다. 예측대로 전 세계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IT 산업이 장악했다.

    컴퓨터 종사자들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벌 못지않은 부를 축적한 프로그래머들이 다수 생겨났다. 하지만 문제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보통’ 프로그래머들이다. 과도한 경쟁, 열악한 근무환경, 짧은 기술수명, 대체인력의 양산으로 그들은 IT 강국의 거대한 그림자가 된 것이다. 당시 양산된 7~8년차 프로그래머들이 커리어의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8년차 프로그래머 양은석 씨는 네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대기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벤처 붐을 타고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됐지만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평범한 프로그래머가 돼버렸다. 이후 두 번 이직했지만 더 이상 회사에 남아 있기가 쉽지 않음을 호소한다. 동종 회사를 차리는 방법이 있기는 하나, 자신은 사업가 스타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양 씨는 평범한 직장 생활조차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어 고민하다 지금은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 입으로 ‘사업가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또다시 어떤 붐에 편승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기계나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 택해야 경쟁력 확보

    직업을 선택할 때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본인의 적성과 능력이며 비전이다. 그런 것이 없다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직업도 내 것이 되지 못한다. 미래의 전도유망한 산업이 한 개인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적성에 맞더라도 피해야 할 산업은 분명 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해도 산업이 사라진다면 뜻을 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때 최첨단 이동통신 기술이던 호출기 개발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산업이 뜨고 지는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인 직업의 측면에서 볼 때 뜨는 직종과 지는 직종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과,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사무기기의 빠른 발전과 함께 단순사무직은 그 일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으므로 지는 직종이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창조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은 뜨는 직종이 된다. 세계 미래학회에서도 21세기는 ‘하이퍼 휴먼(초월적 인간, 가장 인간다운 인간)’의 세상일 것이라고 예견한다. 기계나 컴퓨터로 대체할 수 없는 직종을 택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직종 선택뿐만이 아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그 일 안에서 특화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마케팅 담당자 김 대리의 예를 들어보자. 김 대리는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고 그 위에서 창조적인 개념을 정립하는 일과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지금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일이 시간과 사람의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과거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이 발전해온 속도를 생각한다면 머지않아 큰 노력이나 기술 없이도 할 수 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김 대리가 지금 치중해야 할 부분은 더욱 예리한 분석력, 직관력, 창조력을 개발하는 일이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디자인 안목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면 된다.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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