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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숙적 … 한 방이냐, 연속 잽이냐

한국 축구 vs 일본 축구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영원한 숙적 … 한 방이냐, 연속 잽이냐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한국 축구, 아기자기하고 정석에 강한 일본 축구.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는 누구인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보다 나은 성적’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또 다른 목표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은 즉흥적이다. 그러나 그런 즉흥성도 쌓이다 보니 묘하게도 하나의 틀을 잡아간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는다. 한국 축구도 그렇다. 뭔가 있긴 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느 땐 세계 최강 브라질도 이기고 어느 땐 삼류팀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에도 허무하게 나가떨어진다.

일본 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브라질이나 프랑스의 2군이 경기하는 것 같다. 아기자기하다. 물론 1군인 브라질이나 프랑스 대표팀에 비해 아직은 수준이 좀 떨어진다. 가끔씩 흉내 내는 개인기조차 브라질 선수들의 개인기를 본뜬 게 많다. 작전도 철저히 4-4-2 등 플랫 포 시스템이 기본이다.

자, 그럼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는 뭐가 다른가. 일본 축구는 기초가 튼튼하다. 그래서 지더라도 한국처럼 크게 지지 않는다. 쉽게 지지도 않는다. 일단 경기 내용이 튼실하다. 어떤 땐 지더라도 내용 면에선 이긴 경기도 많다. 다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한국은 기초가 부실하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같다. 잘나갈 땐 금세라도 최정상에 오를 듯하다가도 한 번 무너지면 와르르 무너진다. 또다시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져도 크게 진다. 기본이 부족하면 아시아에서는 몰라도 유럽이나 남미 팀들에는 견디지 못한다.



한국이 강하다는 것은 한 방이 있다는 것이다. 중간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 먹일 카운터펀치가 있다. 한국 축구의 한 방은 강인한 투쟁심과 바람 같은 기동성에서 나온다. 공간에 공을 넣어주면 그 공을 선점해 앞으로 앞으로 돌진하는 게 한국 축구다.

일본은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끊임없이 파고들어가는 스타일이다. 거기엔 그물코 같은 촘촘한 조직력과 화려하지는 않지만 튼튼한 개인기가 밑바탕이 된다. 일본 선수들은 대부분 무게중심이 발바닥 가운데 쪽에 있다. 또 무게중심이 낮다. 그래서 쉽게 넘어지지 않고 제쳐지지도 않는다. 물론 한국 선수들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정확한 패스로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낸다. 이런 면에서 일본 팀은 굉장히 안정적이다.

반면 돌진형이 많은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려 있다. 보통 수비수들은 무게중심이 발 뒤쪽에 있게 마련인데, 한국 팀은 수비수들조차 무게중심이 앞쪽에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공격하다가 잘 넘어진다. 대신 발바닥 앞부리 쪽에 무게중심이 있으니 당연히 공격할 때 상대 수비수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 스타일은 바둑 스타일과 비슷하다. 바둑에서 한국은 싸움에 강하고, 일본은 기본 정석에 강하다. 한국 바둑은 모양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일본에서 금기하는 빈삼각도 전투에서 필요하다면 눈 하나 깜짝 않고 둔다. 그래서 한국 바둑은 발이 빠르고 완력이 세다. 조훈현처럼 풋워크가 경쾌하고 언제 어디서 기습이 이뤄질지 아무도 모른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일본 바둑은 싸움을 싫어한다.

축구도 그렇다. 한국 축구는 실전에 강하다. 용맹스럽다. 그래서 거칠기 짝이 없다. 한국 프로팀의 경기를 보면 살벌하다. 선수들은 마치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듯 죽자 사자 뛴다. 아기자기한 일본과 용맹한 한국, 이번 월드컵에서 둘 중 누가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등극할까.



주간동아 535호 (p30~31)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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