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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명품 골목을 찾아서

명품 DNA는 영원하다

  • 파리=김현진 패션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명품 DNA는 영원하다

명품 DNA는 영원하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뉴 룩’의 과거(위)와 현재.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명품거리인 몽테뉴의 샤넬 매장. 이 매장의 하루는 포장용 액세서리로 제작된 카멜리아(동백꽃) 장식을 꺼내 차곡차곡 쌓는 것으로 시작된다. 판매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물건을 건네기 전, 흰색의 이 모조 꽃을 쇼핑백에 정성스럽게 붙여준다. 샤넬의 강력한 코드 중 하나인 카멜리아로 소비자에게 다시 한 번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샤넬의 창시자 가브리엘 샤넬은 유년시절을 수녀원에서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재까지 샤넬의 주요 디자인 모티브로 사용되는 DNA를 발견했다. 샤넬 의상의 주조색인 블랙 & 화이트는 모노톤의 수녀복에서 비롯했고, 수녀원 창틀의 문양은 두 개의 알파벳 C가 서로 등진 형태로 겹쳐진 로고의 태동이 됐다. 수녀원 담 밖으로 자라던 카멜리아 꽃잎은 액세서리 라인의 주요 테마이며, 보석 디자인에 종종 쓰이는 별 패턴은 수녀원 안뜰의 바닥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DNA 지켜내는 노력에 따라 브랜드 성패 좌우

럭셔리 브랜드들의 DNA는 브랜드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일컬어진다. 이러한 DNA를 지켜내는 노력에 따라 브랜드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이를 브랜드 스스로에게, 고객들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박물관을 짓는 경우도 많다.

최근 방문한 루이비통 박물관의 테마는 여행이었다. 파리 외곽 아스니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여행용 트렁크 제작으로 시작된 이 브랜드의 역사가 여행이라는 테마와 더불어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물로 가득했다. ‘여행과 연결되지 않는 물건은 만들지 않는다’는 회사의 철학은 거실용 가구를 제작해달라는 한 일본인 고객의 특별 주문을 거절했다는 일화에도 반영돼 있다.



조금 덜 노골적인 방식으로 브랜드의 코드를 지켜내는 경우도 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브랜드 창시자를 이어 디자인 사령탑을 맡았던 여러 명의 디자이너 중에서도 가장 ‘디오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미스터 디오르 생전의 디자인과 현재 갈리아노가 만드는 디자인은 전혀 딴판이다. 전자가 부르주아와 우아함을 내세운다면 후자는 때때로 퇴폐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섹시하다.

그럼에도 갈리아노가 브랜드 DNA를 가장 잘 재해석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허리 라인에 있다. 허리는 잘록하고 치마는 봉긋 부푼 디자인의 ‘뉴 룩(New Look)’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디오르처럼 갈리아노의 의상에서도 허리선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유난히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명품 DNA는 영원하다
김현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경제부, 위크엔드팀 기자로 일했다. 패션 및 해외 명품 기업을 취재하면서 럭셔리 산업에 매력을 느껴 프랑스의 상경계 최고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 ESSEC에 입학, 럭셔리 브랜드 매니지먼트 MBA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와 버버리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브랜드 코드와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 덕분이다. 이들은 각각 승마와 체크무늬로 대표되는 브랜드의 DNA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해내고 있다.

트렌드는 유한하지만 브랜드는 영원하다. 각종 예술의 고전(古典)이 세월이 흘러도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렌드에 휩쓸려 원래의 가치를 잃었던 명품 브랜드들이 과거의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것도 브랜드 고유의 DNA를 되찾기 위해서다.

에르메스의 광고 문구는 이러한 명품 업체들의 철학을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내주는 것 같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강물이 흐르듯이 모든 것이 변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난은 격주로 연재 합니다-편집자)



주간동아 529호 (p55~55)

파리=김현진 패션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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