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9

2006.04.04

이직 전 ‘타잔의 법칙’ 챙겨라

  • 김현정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3-29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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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직 전 ‘타잔의 법칙’ 챙겨라
    많은 사람들은 ‘경력 개발’이라고 하면 전직이나 이직을 생각한다. 물론 전직이나 이직은 경력 개발에 중요하고, 커다란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매우 큰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다른 회사에서 하기 위해 옮기는 것은 더욱 그렇다. 직장인 70% 이상이 책상서랍에 사직서를 넣고 다닌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직자 중 만족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선택의 여지 있을 때 현명한 판단 필요

    ‘타잔의 법칙’이란 게 있다. 타잔이 정글에서 줄을 타듯이 다음 줄을 잡기 전에 지금 있는 줄을 놓으면 떨어져서 다시 줄을 잡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옮겨갈 때에는 다음 줄을 왜 잡아야 하는지 이유가 있어야 한다. 또한 지금 잡고 있는 줄이 착지를 해야 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경영학을 전공한 김모 씨는 모 대기업에 수석 입사한 인재였다. 약간 다혈질이지만 매사에 적극적이며 창의적이던 김 씨. 유머가 넘치고 원만한 인간관계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반면 그의 부서장 이 부장은 성실을 최고 덕목으로 치며, 부하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을 사명으로 아는 사람이었다. 이 부장은 김 씨의 출퇴근 시간부터 일처리 하나하나까지 통제하려고 들었다.

    결국 6개월 후 이 부장과 크게 다툰 뒤 사직서를 제출한 김 씨는 한 달 만에 중견기업에 입사하게 됐다. 하지만 얼마 후 그 회사의 부도설이 시장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좌절하고 있는 가운데 낭보가 날아왔다. 전 직장 선배들이 이 부장의 지방 전출을 알리며 재입사를 권유, 김 씨는 재입사를 했다. 사람 때문에 생긴 문제가 사람으로 풀린 셈이다. 그러나 지방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이 부장은 임원이 되어 본사에 부임했다. 결국 김 씨는 직장생활을 접고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이다.



    회사를 옮길 때 지금 있는 곳에서 이유를 찾아서는 안 된다. 지금이 최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른 곳은 더 최악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옮겨갈 곳에 어떤 장점이 있고, 내가 추구하는 것이 그 회사에 있는지를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직장에서는 얻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때 실행해도 늦지 않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잦은 이직이 몇몇 특수직을 제외하고는 몸값을 올리는 방법이라기보다 커리어에 오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무직 상태에서 직장을 알아볼 때는 성급하고 경솔한 판단을 하기 쉽다. 더 좋은 곳으로 가겠다며 사직서를 썼더라도 한두 달 무직 상태가 이어지면 어디라도 들어가 안정된 삶을 찾고자 하는 것이 직장인의 속성이다. 김 씨도 단순히 다니던 직장이 싫어서 그만뒀기 때문에 어떤 곳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이 없었다. 새로 갈 회사에 대해 깊이 알아보지도 않았으며, 그저 매일 출근할 회사가 생겼다는 데 기뻐했다. 만약 그가 ‘타잔의 법칙’을 생각했더라면 회사를 옮기지 않는 쪽으로 방법을 알아보거나 시간을 두고 더 좋은 회사를 찾아 이직했을 것이다.

    타잔의 법칙은 매월 나가는 보험료나 적금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 더 현명한 판단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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