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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 vs 삼성서울 ‘암센터 전쟁’

건물 신·증축, 의료진 확보, 해외 유명 병원 벤치마킹 … 암치료 1등 ‘뺏느냐 뺏기느냐’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서울아산 vs 삼성서울 ‘암센터 전쟁’

서울아산 vs 삼성서울 ‘암센터 전쟁’
‘암 대전(大戰)’에 불이 붙었다. 국내 대형병원들이 앞 다퉈 암센터의 신규 건립과 증축에 뛰어들면서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진 것.

대표주자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삼성서울병원(병원장 이종철·이하 삼성병원). 1994년 개원한 삼성병원에선 2007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삼성암센터’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2004년 8월 첫 삽을 뜬 이 공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현 삼성병원단지 내에 지상 11층, 지하 8층, 연면적 3만2000여 평에 650병상을 갖춘 아시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전용건물 설립을 위한 것. 삼성암센터엔 20개의 수술실, 40개 중환자실, 51개 외래진료실이 갖춰져 하루 평균 1500~2000명의 외래환자와 700명의 입원환자가 암 치료를 받게 된다. 연면적 2만2300여 평에 500병상을 갖춘 국립암센터를 앞지르는 규모다.

삼성병원은 2008년 1월 암센터 문을 열기 위해 지금껏 국내 최고 수준의 인재를 속속 충원해왔다. 2005년 7월 병원계에선 이례적으로 3대 일간지에 암센터 의료진 공채 광고를 내 60여 명의 지원자 중 17명을 ‘낙점’한 뒤 지난 3월2일 인사발령을 냈다. 스카우트에도 공을 들여 소화기암 및 악성육종 분야의 권위자인 임호영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비롯 안명주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연희 원자력의학원(옛 원자력병원) 순환기내과장 등을 신규 스태프로 기용했다.

삼성병원 관계자는 “암환자의 급증,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한 국내 의료기관의 경쟁력 제고, 국내 암환자의 해외유출 방지 등이 삼성암센터 건립의 배경”이라며 “개원에 대비해 신규 채용된 의료진을 미국·영국·일본 등지로 연수를 보내고 있으며, 향후 더 충원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아산병원 전체 암환자 10% 진료 ‘최고’



삼성병원의 ‘야심’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병원은 세계적 수준의 암 치료 시스템 구축을 꿈꾼다. 한마디로 ‘암 치료=삼성’이란 등식을 일반화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협력관계에 있는 암 치료의 명문,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 메이요클리닉 암센터를 집중 벤치마킹해 그 장점을 결합시키려 하고 있다. 삼성병원 본원은 기존 진료과별로 운영하고 암센터는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등 한국인에게 빈발하는 다빈도 암 중심의 센터로 운영될 계획이다. 암센터 건립은 삼성암센터 설립기획단장인 주인욱 교수(영상의학과)가 진두지휘한다.

‘삼성’이란 브랜드 가치를 앞세운 삼성병원의 공세에 서울아산병원(병원장 박건춘·이하 아산병원)은 수성(守城)의 입장을 취하는 형세다. 1989년 개원한 아산병원의 암 치료실적은 전국 1위. 입원환자의 40%가 암환자다. 국가 암 등록사업 통계에 따르면, 아산병원은 2004년 기준으로 전체 암환자의 7.9%인 8063명을 진료해 1위를 기록했다. 2006년의 경우 전체 암환자의 10%가량을 진료하고 있으며, 2008년까지 15%로 끌어올릴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고 국내 최고 위상을 굳히기 위해 아산병원은 현재 증축 중인 신관이 완공되면 13층 규모인 서관 전체를 리모델링해 2008년 6월부터 600병상을 갖춘 독립된 대형 암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아산 vs 삼성서울 ‘암센터 전쟁’

서울아산병원의 2008년 조감도. 맨 왼쪽이 암센터로 쓰일 서관이다.

아산병원이 특히 힘을 쏟는 부분은 환자 중심의 암 통합진료 시스템 구축. 이 시스템은 환자의 진료대기 시간을 거의 없애고 진단, 수술, 약물 및 방사선 치료를 위해 환자가 일일이 각 임상과를 찾아다녀야 하는 기존 진료체계를 탈피해 진단 및 수술 전문의, 항암 및 방사선 치료 전문의가 한곳에 모여 진료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첫 진료 당일에 환자 개인의 특성에 따른 최적의 맞춤형 치료방법이 결정된다. 통합진료 시스템은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도 일부 병원만 시범운영할 정도로 보편화되지 못한 상태.

암 치료에 대한 아산병원의 자부심은 대단하지만, 삼성병원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는다. 삼성병원이 신규 채용한 암 전문의들의 인사발령을 내기 며칠 전인 2월26일 이정신 진료부원장과 남주현 암센터장을 비롯한 아산병원 의료진 9명은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들은 두 팀으로 나눠 일주일간 동·서부 주요 대학병원 암센터를 샅샅이 훑으며 통합진료 시스템과 최신 암치료법에 대한 벤치마킹을 마쳤다. 그 대상은 서부의 스탠퍼드대학, UCLA 등과 동부의 컬럼비아대학, 코넬대학, 뉴욕대학 병원의 암센터 등 7곳. 오는 6월엔 항구적 협력체계를 맺고 있는 하버드 의대와 공동으로 암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한편, 미국 HMI(하버드 의대 국제협력센터)와도 협약을 맺어 암 연구자와 전문의 교류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아산병원 측은 “임상 진료와 기초 연구를 연계한 ‘중개 연구’를 확대해 최신 치료법을 암환자에게 직접 적용함으로써 암 완치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힌다.

서울아산 vs 삼성서울 ‘암센터 전쟁’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조감도.

삼성병원의 외부 인재 ‘수혈’에 대해서도 은근히 민감한 눈치다. 아산병원 이정신 진료부원장은 “아산병원의 암 스태프진 평균연령이 삼성병원보다 5년 정도 위여서 중견층이 두텁다. 따라서 2007년부터 3년간 주니어급 의료진을 상시 채용해 전략적으로 양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병원계 일각에선 삼성병원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경계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2000년 국립암센터 개원 당시 상당수 암 전문인력이 빠져나갔는데, 이번에도 핵심 인재 2명이 삼성행을 택했다”며 “인력 양성에 더욱 치밀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병원들도 암센터 강화에 총력전

삼성병원과 아산병원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은 다른 대형병원들의 암센터 증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2009년 완공을 목표로 외래암센터 및 통원수술센터 건립을 위한 설계작업에 들어갔고, 1969년 국내 최초로 암센터를 운영한 연세의료원 신촌세브란스병원도 2008년 새 암센터를 개원할 계획이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도 백혈병 등 혈액암 치료를 특화한 암 치료시스템을 2008년 완공될 12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에 마련할 계획이고, 국립암센터가 문을 열기 전까지 암 전문병원으로 명성을 떨친 원자력의학원은 2009년 부산시 기장군에 300병상의 동남권 분원을 개원한다.

이와 별도로 보건복지부는 2004년에 전남·전북·경상대 병원, 2005년엔 부산·충남·경북대 병원, 2006년엔 강원·충북·제주대 병원 등 9곳을 지역암센터로 지정해 해당 지역 암환자의 치료와 암 연구, 암 검진 및 예방 등 국가암관리사업을 수행하는 중추 기능을 맡겼다.

내로라하는 대형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암센터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이는 날로 커지는 암 치료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신규 발생 암환자는 연평균 12만명. 총 암환자 수는 36만명에 이른다. 암환자가 연간 소비하는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비보험 부문을 제외하고도 1조3992억원에 달한다(2005년). 게다가 암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 따라서 암 치료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욱이 암 치료 성적은 병원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2008년을 향해 질주하는 암센터 무한경쟁은 암환자에게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복지부 암관리팀 관계자는 “암환자 입장에선 치료기관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만성적인 병실 적체가 해소되며 진단-검사-치료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혜택을 누리게 되는 반면, 특정 대형병원에 대한 암환자 쏠림 현상도 빚어져 암센터를 못 갖춘 병원이 사양화하는 양면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동아 529호 (p36~37)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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