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4

2006.02.28

대통령 전용열차 ‘경복호’ 있었네

2001년 제작, 새마을호와 외관 같은 8량짜리 … DJ가 타고 북으로 달려갈 그날 오나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06-02-22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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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전용열차 ‘경복호’ 있었네

    2002년 2월20일 김대중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도라산역까지 타고 갔던 대통령 전용열차 ‘경복호’.

    요즘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4월 방북설이 화제다. 하지만 북한은 DJ에게 초청장을 보낸 사실이 없고, DJ가 서명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DJ의 4월 방북은 꼭 성사돼야 한다’는 식의 말들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4월 방북설의 내용 중에는 ‘2000년 DJ는 대통령 전용기로 평양에 갔는데 이번에는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갈 것’이라는 부분이 있다. 이로써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전용열차가 한국 대통령에게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대통령 전용열차의 정체는 무엇일까.

    열차의 이름은 ‘경복호(景福號)’. 외관은 새마을호 열차와 똑같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 새마을호는 8량으로 편성되는데, 그중 맨 앞과 맨 뒤 차량은 객차와 기관차를 겸한다. 반은 기관차이고 반은 객차로, 이 차량이 앞뒤에서 밀어주는 구조다. 경부선을 달리는 새마을호는 이 같은 8량짜리 새마을호 두 개를 엮어 16량으로 운행된다.

    방탄은 기본, 최첨단 시설 갖춰

    그러나 경복호는 8량으로만 달린다. 달리 말해 경부선에 8량짜리 새마을호가 달리고 있다면 그 열차는 십중팔구 대통령 전용열차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전용열차를 타면 사람이 붐비는 기차역에서 내려 전용차로 갈아타야 하므로 경호에 어려움이 생긴다. 반면 전용헬기로 움직이면 이러한 어려움이 크게 줄어들므로 대통령 행차에서는 주로 전용헬기가 동원된다. 기상이 나쁠 경우에만 전용열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8량 중 어느 한 량에 최측근 수행원과 함께 탑승하고, 나머지 객실에는 경호원을 비롯한 수행원들이 탑승한다.



    경복호는 태생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1999년 4월 김대중 정부는 경의선을 타고 평양에 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철차(鐵車) 전문 제작업체인 로템에 경복호 제작을 의뢰했다. 하지만 남북 경의선이 연결되기 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됨으로써 DJ는 전용기를 타고 평양에 갔다.

    대통령 전용열차 ‘경복호’ 있었네

    경기도 의왕시의 철도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전용열차.

    경복호는 2001년 4월 제작이 완료됐는데, DJ는 2002년 2월20일 경복호를 타고 비무장지대의 도라산역에 들어가 다른 교통편으로 이 역에 도착한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경복호를 모는 기관사는 평소에는 다른 열차를 운행한다. 경복호는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없고 당연히 방탄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파를 이용한 도청을 막기 위해 외부 전파를 전부 흡수하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한편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철도박물관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타던 전용열차가 전시돼 있다. 이 열차(객차)는 일제강점기인 1927년 경성철도차량 공작소에서 제작한 1등 침대차를 개조한 것. 박 대통령은 이 열차를 애용했으나, 이후의 대통령들은 전용열차를 거의 타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과 대통령 취임 초기, 경복호를 타고 지방 나들이를 많이 했다. 경복호를 만든 DJ는 이 기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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