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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의 실전 風水|명문 집안에 위기가 닥칠 때: 연안 이씨 월사 이정구의 경우

이장, 집안 번창 터닝 포인트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이장, 집안 번창 터닝 포인트

이장, 집안 번창 터닝 포인트

월사, 아들 그리고 손자에 걸친 3명의 대제학 신도비.

조선 명문 거족을 꼽을 때 월사 이정구(月沙 李廷龜, 1564~1635) 집안을 빼놓을 수 없다. 신흠(申欽), 장유(張維), 이식(李植)과 함께 조선 중기 4대 문장가로 알려진 월사 집안 내력을 보면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이종무(李宗茂, 조선 개국 원종종신)→이회림(李懷林, 원종공신)→이석형(李石亨, 연성부원군)→이혼(李渾, 문과 장령)→(…) →이정구(李廷龜, 좌의정)→이명한(李明漢, 이조판서)→이일상(李一相, 예조판서)→(…).

이 가운데 이정구→이명한→이일상 3대가 모두 양관(홍문관과 예문관) 대제학을 지내 조선 왕조 최초의 ‘3대 문형(文衡, 대제학)’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이 집안은 단순한 높은 벼슬아치가 아니라 글로써 집안을 빛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는 월사의 조상과 후손들을 맏아들 위주로 소개했지만 차남이나 지손(支孫)들 역시 그들에 뒤지지 않았다. 특히 월사의 두 아들, 8명의 손자 그리고 15명의 증손자대에 이르러 이 집안의 번성은 최고조에 달한다(김학수 저서 ‘17세기 명가의 내력과 가풍’ 참조).

한 달 사이 5명 가족 잃고 실의 … 풍수 통해 운명 바꾸기

그러나 당대 최고의 명문가도 뜻하지 않은 우환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다. 월사가 죽은 후 1년 뒤 터진 1636년 병자호란이 원인이었다. 난리를 피해 월사의 부인과 후손들은 강화도로 피신한다. 1637년 청나라 군대가 이곳을 점령하면서 월사의 둘째 며느리, 첫째 손자며느리가 자결을 했고, 둘째 손자 가상(嘉相, 1615~37)이 가족을 구하고 대신 죽음을 맞는다. 얼마 뒤 월사의 부인과 맏며느리가 난리 후유증으로 병을 얻어 죽는다. 불과 한 달 사이에 5명의 가족을 잃게 된 것. 거기에 인조를 호종(扈從)하던 맏손자 일상(一相)이 척화론을 주장, 유배를 당한다.



전쟁으로 인한 일이기는 하지만 가문의 불행은 너무 끔찍했고 집안사람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자 이러한 불행의 원인이 2년 전에 돌아가신 월사의 무덤 자리로 돌려졌다. 원래 월사 무덤은 경기도 용인 문수산(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에 있었는데, 이곳은 조상 이석형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바로 옆에는 포은 정몽주 무덤이 있는데, 이석형은 정몽주의 손녀사위다. 정몽주와 이석형이 각각 묻힌 자리는 ‘쌍유혈(雙乳穴)’로 유명한 곳이다. 쌍유혈이란 여인의 ‘두 젖가슴처럼 생긴 자리’라는 풍수 용어다. 그만큼 이 일대가 좋은 땅이라는 뜻인데, 어찌된 일인지 월사 무덤 자리만큼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 제기를 죽은 월사가 꿈에 나타나서 한 것이었다. 월사가 이곳에 안장될 즈음 큰아들 명한의 꿈에 두 번씩이나 나타나 자리가 마땅치 않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월사의 생전 풍수 실력은 어떠했을까? 월사는 광해군이 신임하던 명풍수 이의신(李懿信)의 풍수 실력이 형편없다고 임금 앞에서 말할 정도로 풍수에 정통했다. 선친의 풍수 실력을 알고 있었던 아들 명한이 집안의 우환과 선친이 꿈에 나타나는 것 모두가 무덤 탓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장, 집안 번창 터닝 포인트

월사의 두 아들이 2년에 걸쳐 잡은 명당.

명한과 소한 형제는 300리 길을 마다 않고 제천에 살고 있는 이삼등(李三登)을 찾아가 길지 선정에 도움을 청한다. 이삼등이 당시 풍수계에서는 최고의 실력자였기 때문이었다. 이삼등의 도움으로 명한 형제는 현재의 가평군 상면 태봉리 능안 115번지에 있는 길지를 찾았는데, 그 자리는 과연 아버지 이정구가 아들 명한의 꿈에 두 번씩이나 나타나 암시한 분위기와 일치했다. 그렇게 해서 이정구의 무덤은 용인에서 가평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집안의 불행들이 이로써 말끔히 씻어지고 새로운 가문 번창을 기약한 것이다.

이는 한 집안이나 집단의 위급한 상황에서 운명을 바꾸려는 노력이 풍수를 통해서 시도된 것인데, 풍수학 고전 ‘장서(금낭경)’는 ‘군자는 하늘이 하는 일을 빼앗아 천명을 바꾼다(君子奪神功 改天命)’고 했다.

이러한 운명 바꾸기 방법 가운데 하나가 사람이 사는 곳을 옮기는 것이다. 산 사람이 사는 곳을 옮기는 것을 이사라고 한다면, 죽은 사람이 사는 곳을 옮기는 것이 바로 이장이다.



주간동아 518호 (p97~97)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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