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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교수’ 이원종의 거친 음식 이야기⑦

섬유소 풍부한 고구마 ‘천연 변비약’

  •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섬유소 풍부한 고구마 ‘천연 변비약’

섬유소 풍부한 고구마 ‘천연 변비약’

고구마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폐암 발생의 위험을 줄여준다. 고구마순무침(왼쪽)과 고구마.

나는 매년 6월경에 고구마 모종을 심고, 가을철에 손님이 오면 가장 먼저 고구마밭에 들어가 고구마를 캐서 준다. 손님이 올 때마다 고구마를 캐서 주다 보면 막상 10월에 수확할 때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올해에는 아예 심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아내는 8월 말이 다 되어서야 시장에서 고구마 모종을 사왔다. 나는 아내의 권유로 심기 싫은 고구마 모종을 억지로 심었다. 그 후 9월이 되어서야 고구마가 어느 정도 자라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순을 수시로 잘라 고구마순무침을 해먹고 있다. 그때마다 아내는 나에게 “부인 말을 잘 들어야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이에요” 하며 나의 속좁음을 탓하곤 한다.

비타민 A와 C 풍부 겨울철 꼭 필요

고구마의 생육 적정온도는 22~30℃이며, 고구마 재배에 좋은 땅은 유기질이 풍부하고 배수와 통기가 좋은 토양이다. 고구마는 토양이 너무 비옥하면 덩굴이 무성하고 맛이 좋지 않다. 따라서 비료를 따로 주거나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잘 자란다.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는 이랑 폭을 75cm로 하고 포기 사이는 25cm로 한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지나가면서 “너무 얇게 심었다” “너무 촘촘히 심었다”며 한마디씩 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몰라 나 나름의 방식대로 심는다.

고구마는 비타민 A인 베타카로틴을 가장 많이 함유한 식품 중의 하나인데, 노란 빛깔이 강한 것일수록 비타민 A의 함량이 많고 흰 것일수록 적다. 고구마 100g에는 2.2mg의 비타민 A가 들어 있어 하루에 필요한 양의 3배 이상을 함유하고 있다. 또한 고구마 100g에는 비타민 C가 약 30mg 들어 있어 큰 고구마 2개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C를 모두 섭취할 수 있다. 따라서 비타민 A와 C가 부족하기 쉬운 겨울철에 고구마는 꼭 필요한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고구마 100g에는 칼륨이 350mg 정도 들어 있다. 칼륨 성분은 나트륨(소금)을 몸 밖으로 내보내주어 고혈압을 방지한다. 따라서 고구마를 먹을 때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김치 속의 소금이 배출되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구마에는 섬유소가 많아 배설을 촉진해 변비에 효과가 있으며, 고구마를 썰 때 나오는 흰 수지에 섞여 있는 야라핀이라는 성분 또한 하제(下劑) 기능이 있어 변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를 먹으면 피부가 고와진다는 것은 바로 고구마가 배설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고구마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하면 폐암 발생의 위험을 5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담배를 계속 피우면서 베타카로틴을 섭취해 폐암을 예방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하버드대학의 헤네켄스 박사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위험이 20~30배 높으며, 담배를 피우면서 베타카로틴을 섭취한다 하더라도 폐암에 걸릴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10~15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구마순은 우리 집에서는 수시로 먹는 음식이다. 여름철부터 가을까지 고구마밭에 들어가서 고구마순을 따다 고구마순무침을 해먹는다. 시장에 가도 한 단씩 묶어서 파는데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다. 껍질을 벗기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부부가 마주 앉아 껍질을 벗기며 대화를 할 수 있어 아내는 나와 고구마순 껍질 벗기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구마순은 별 가치가 없는 식품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고구마순은 식이섬유를 12% 정도나 함유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어떤 채소나 과일보다도 많은 것이다. 따라서 인스턴트식품이나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구마순무침은 고구마 줄기의 껍질을 벗겨 살짝 데쳐서 마늘, 파, 고춧가루, 깨소금을 넣고 무쳐 먹는다.





주간동아 2005.10.11 505호 (p89~89)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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