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5

..

대만 반체제작가, 대륙을 뒤집어놓다!

  • heb8610@donga.com

    입력2005-10-05 16: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공산당이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인민입니다. 공산당이 우리를 위해 복무하도록 해야 합니다.” “공산당은 역사상에 나타난 모든 사물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소멸됩니다.” “지금 전 세계 어떤 정부의 통치자도 모두 기관총과 탱크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민들이 총명해야 하고, 자유를 쟁취하는 데 지혜로워야 합니다.”

    공산당 타도의 논리와 방법론을 선동하는 듯한 한 작가의 연설이 중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주인공은 대만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리아오(李敖). 장소는 베이징대학, 청중은 베이징대학 학생과 교수 등 지식인들. 홍콩TV가 이 연설을 위성으로 중계했다.

    중국 당국의 공식초청을 받고 56년 만에 대륙을 찾은 유명작가는 베이징대학 강연에서 작심이라도 한 듯 ‘준비해온 독설’을 쏟아냈다. 공산당 소멸론에서부터 자유주의, 언론자유, 6·4톈안먼(天安門) 사태 등 민감한 주제들을 넘나들었다. 심지어 “한 친구가 내게 ‘만리장성을 가보겠냐’고 묻기에 ‘아직 못 가봤지만 그보다 먼저 친청(秦城·정치범 수용소로 유명한 베이징의 감옥)을 가보고 싶다’고 대답했다”는 일화까지 소개, 초청 측 인사들의 얼굴을 새파랗게 만들어놓았다.

    리아오는 헤이룽장성 하얼빈 태생으로 올해 70세다. 14세 때 부모를 따라 대만으로 건너갔으며 2000년 신당 후보로 대만 총통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 현재는 무소속 입법위원(국회의원)이다. 비판적인 글쓰기로 투옥된 적이 있는 그는 대만으로 간 뒤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다. 네 번 결혼을 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번 추천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화제를 몰고 다닌 이색인물이다.

    올해 들어 롄잔(連戰) 전 국민당 주석,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 등 대만의 유력 인사들을 대륙으로 불러들인 일련의 평화공세를 펼쳤던 중국 당국은 그 연장선상에서 리아오를 초청했다. 리아오가 평소 대만 독립파를 비난해오던 터여서 특유의 독설로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독립노선을 신랄히 비판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중국 당국을 궁지에 빠뜨리는 발언을 쏟아놓자 그 배경을 놓고 숱한 분석이 나왔다. 중국 당국은 리아오가 독립반대파라는 점만 중시했지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성격의 소유자임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당초 리아오는 문제의 발언을 할 계획이 없었는데 누리꾼(네티즌)들의 요구로 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리아오의 대륙 방문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선 “당신은 국민당이나 민진당을 비판할 줄만 알았지 감히 공산당에 대해서도 나무랄 수 있겠냐?”며 비꼬는 말들이 난무했다는 것.

    하지만 리아오의 이번 베이징대학에서의 독설은 중국의 일반인들에게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을 관장하는 당 중앙선전부에서 보도통제 조치를 취했기 때문. 대부분의 신문과 TV는 리아오가 대륙을 방문했으며 베이징대학에서 연설했다는 사실만 보도했을 뿐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파문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리아오는 젊은이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작가다. 문제의 강연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그에 대한 찬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러한 리아오의 강연에 대해 중국 정부가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중국 정치 개혁의 중대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리아오가 대만으로 돌아간 9월29일까지도 중국의 태도가 관용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