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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

“난치병? 자기(磁氣)가 있잖아”

‘대체의학의 희망’ 한서자기원 구한서 원장

  • 정현상/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doppelg@donga.com

“난치병? 자기(磁氣)가 있잖아”

“난치병? 자기(磁氣)가 있잖아”
자석 치료로 명성을 얻은 이가 있다. 구한서 한서자기원 원장(72)이다. 1950년대부터 30여년 연구 끝에 한서자기의학을 완성한 구 원장은 지난 25년간 수많은 난치병을 다스리며 국내외에서 ‘대체의학의 희망’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자석으로 병을 치료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일전에 미국 극지여행사 ANI를 통해 남극을 탐험한 한 유명 산악인이 “세계 부호들이 수천만원을 들여 남극여행을 꿈꾼다. 그 이유는 극지방의 풍부한 자기장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과연 자기장과 치료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서울 지하철5호선 방화역 근처 한서자기원으로 구 원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국립국어연구원 뒤편 깔끔한 현대식 4층 건물에 자리잡은 한서자기원에 들어서자 이름도 낯선 중병에 시달려온 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흉선암 자율신경실조증 재생불량성빈혈 공황장애 중풍 아토피…. 한서자기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개 양방과 한방을 오가며 장기간 치료를 받았는데도 낫지 않았거나 처음부터 대체의학을 믿고 찾아오는 이들이다. 자기요법으로 골수암을 이겨냈다는 박숙자씨(56·가명)는 “자기의학에 마음을 연 것은 치료의 부작용과 후유증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며 “생의 마지막이라고 여긴 극한 상황에서 기적처럼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부작용·후유증 없이 자석으로 병 치료 … 중환자들 북적

한서자기의학의 원리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구 원장이 어떻게 이 원리를 깨우쳤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구 원장의 경우 어린 시절 품었던 의문 하나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종종 집안 어른들한테서 ‘선산의 정기(精氣)’ 운운하는 말을 듣곤 했다고 한다.



“한서 니가 우리 집안 선산인 해장산 정기를 다 받았는기라. 니는 아매도 큰사람이 될끼다.”

호기심 많았던 구 원장은 어른들이 말하는 ‘정기’라는 게 뭔지 궁금했지만 어디에서도 분명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후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공부를 할 때도, 공직에 몸담고 있을 때도, 직원 3000명 규모의 섬유회사를 경영할 때도 늘 가슴 한구석에 풀지 못한 숙제처럼 ‘정기’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그렇게 엉뚱한 데 관심을 갖고 빠져 지내던 70년대 초반이었다.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회사 문을 닫고 가세마저 기울었는데 목뒤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스럼이 나고 통증이 심해 온갖 약을 다 써보았습니다. 그러나 병세는 점점 악화됐고, 고통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마침 한 지인이 지네를 가루 내어 고약과 함께 붙이면 나을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난치병? 자기(磁氣)가 있잖아”

환자의 맥을 짚고 있는 구한서 원장.

구 원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네 가루를 고약과 함께 몸에 붙였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부스럼이 온몸으로 번지고 피부가 지네껍질처럼 돼버렸다. 군데군데 진물이 나고 머리카락과 온몸의 털이 빠져 사람의 몰골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정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그만두지 않았고, 어느 날 문득 거짓말처럼 의상 대사의 법성게 한 구절을 만났다.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티끌 같은 입자 하나에 온 세상 진리가 담겨 있고, 낱낱의 모든 티끌마다 우주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세상 만물이 먼지 같은 티끌로 이뤄졌다면, 그 티끌 속에 온갖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것은 자기 입자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일면서 정기의 실체가 확연히 잡히는 듯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대우주를 운행하는 원력(原力)이 곧 자기력(磁氣力)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흔히 소우주라고 불리는 우리 몸 역시 이 원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나침반의 사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지구도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고 평균적으로 0.5가우스의 자장이 흐르고 있으며, 지구에 사는 인류도 이 영향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실체를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자기의 힘으로 질병을 치유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실체를 검증하고자 했다. 그래서 먼저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의 운기학 이론을 활용해 초보적인 체질 분류를 한 뒤 몸의 경락을 통해 자기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사용했다.

“자기의학의 첫 번째 임상 대상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했고, 진물이 나던 피부도 진정되면서 통증도 가라앉았습니다. 두 번째 임상 대상은 아내였습니다. 초겨울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요통으로 몸져눕던 아내에게 매달리다시피 해 자기력을 불어넣었는데, 놀랍게도 하루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요.”

어떻게 보면 한서자기의학은 침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기운을 더해주거나 빼주어 음양의 평행을 맞추는 보사법(補瀉法)이 침의 기본 원리. 그러나 이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바로 자석의 방향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순방향일 때는 자석 위치를 N극에서 S극으로 흐르게 하고, 역방향일 때는 반대로 흐르게 함으로써 침보다 더 객관적인 보사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주 원리에 따른 6400여 가지 체질을 분류하고, 그에 따라 질병을 발생시킨 원인이 되는 장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자석의 N·S극 작용 원리를 이용해 조화를 잃은 장부의 기능을 회복시켜 병증을 치료합니다. 자석은 단지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활성화해 스스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해소해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는 구실만 할 뿐입니다.”

구 원장은 자신의 논리를 객관화하고 과학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대전대와 경산대 부속 한방병원에서 관절통·근육통·신경성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한 결과 84%의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서울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에서는 위장장애·만성피로·우울증·소화불량 등의 기능성 질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환자의 86%가 증상이 호전됐으며, 중국 사천성중의약연구원에서도 97%에 이르는 호전 결과를 얻기도 했다.

“난치병? 자기(磁氣)가 있잖아”

환자들은 체질 분석에 따라 특정한 경혈에 자석을 붙이고 누워 있으면 된다.

N·S극으로 경락 보사 … 3개월 실천하면 뚜렷한 변화

요즘엔 전 세계적으로 자석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자기 자극이 우울증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 결과뿐 아니라 자석치료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자기치료법은 통증 부위 등에 자석을 붙여 국소적인 증상을 없애는 정도다.

한서자기의학의 진가가 발휘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구 원장은 대증(對症)적인 방법이 아니라 경락을 조절해 병의 발병 원인인 장부의 부조화를 다스리는 것이다. 그가 사용하는 자석(자기경락조절기)은 인체에 무해한 자기장 세기를 갖고 있으며, 발명특허(특허 제072160호)와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한서자기의학에 대해 송태원 전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는 “난치병 치료뿐 아니라 예방의학적 차원에서도 뛰어나다”고 말했고, 독일에서까지 찾아와 구 원장에게서 한서자기의학을 전수해간 볼케 올레쉬 독일 의사는 “환자 개인의 문제를 고려하는 뛰어난 자연요법”이라며 “실제 임상에 활용해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한서자기의학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통증 완화에는 속효성이 있지만, 적어도 3개월은 자기요법을 실천해야 장부의 뚜렷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구 원장은 ‘5만명 살린 자기요법’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을 통해 한서자기의학이 수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현대의학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첨단이라는 이름으로 하루가 다르게 의학이 발전하는데도 온갖 난치병이 난무하고, 약물 남용에다 의료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새롭게 눈떠야 합니다.”



주간동아 2005.01.18 469호 (p66~67)

정현상/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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