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엔 ‘입실수도’ 방학 땐 ‘지옥 세미나’
하마터면 ‘오보(誤報)’할 뻔했다.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이 권철신(63·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뿐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3시간 남짓 권 교수와 인터뷰를 한 뒤 주차장으로 향하려는데, 그가 성균관대…
200708142007년 08월 08일“병들고 상처난 한글 보면 가슴이 아려요”
스팸메일이겠거니 했다. ‘우리말123’이라니, 순화시킨 제목으로 가장한 광고일 테지, 전자우편함의 절반을 더 채우고도 “아직 배고프다”며 밤낮없이 날아드는 광고더미가 지겨워 열어보지도 않고 휴지통에 버리길 근 한 달. 돈 내라고 아…
200701302007년 01월 24일마약 팔던 갱에서 마약쟁이 돌보는 천사로
여기, 갱단에서 힘깨나 쓰던 ‘주먹’이 있다. 악명 높은 중국계 조직폭력단 와칭의 행동대원 에릭 한. 그의 표현대로 에릭 한은 “사탄을 위해 몸 바쳐 일했다.” 낮에는 007가방으로 마약을 배달했고, 밤에는 ‘약을 하면서’ 섹스를 …
200701162007년 01월 10일“술 마신 후 골 때리면 진짜 약주가 아니쥬”
술 덜 깬 아침, 술 빚는 이를 찾아 나섰다.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면 용몽리에서 3대를 대물림해 술과 사는 남자라 했다. 술이 약보다 독이 더 되는 세상, 뉴스에선 연일 술로 빚어지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세밑도 턱에 찬 이 …
200701022007년 01월 02일“땅에 코박은 살림살이 어렵고 징하지라”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온전히 자신의 손으로 삶을 일궈온 사내다. 서해 갯바람에 맨가슴 맡기듯 달랑 두 주먹 쥐고 세상을 제 몸 하나로 걸어온 사내는 흙과 비비며 사는 일을 퍽이나 사랑하는 농사꾼이요, 그 사랑 덕에 시인이 된 사람…
200611282006년 11월 22일“햇볕 전파로 북녘을 녹이고 싶다”
1991년 7월. 스물네 살의 청년 하태경(39)에게 그 여름은 길고 무더웠으며 아팠고 슬펐다. 구소련이 해체되고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으며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이 함께 사인한 ‘남북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에 관한 합…
200611142006년 11월 09일藝와 禪에 바친 청춘 ‘서울의 新풍류객’
사람 냄새가 난다. 아니, 진동을 한다. 말끝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행복’이고 ‘즐겁게 잘 사는’ 방법이다. 그는 좋게 말하면 ‘한량’이요, 굳이 직업으로 표현하자면 ‘수행가’도 되고 ‘명상가’도 되는 그런 사람이다. 신문로에 …
200610312006년 10월 25일츄리닝 입히고도 멋 살리는 ‘미다스의 손’
‘까칠’했다. 까칠하지 않으면 ‘뾰족’하단 말도 대략 통과다. 목소리를 배제한 채 몇 번의‘문자’가 오간 연후에야 겨우 잡을 수 있었던 약속이었다. 휴대전화 문자가 아니면 결코 닿을 수 없는, 통신을 벽 삼아둔 그녀를 만나기까지 조…
200610102006년 10월 09일한라산에 마음 주고 쪽빛 바다에 정붙이고
파랗고, 파랗고, 파랗다. 시베리아의 삭풍(朔風)을 젖히고 한반도 끝자락, 서귀포에 내려선 러시아 남자 빅토르 라셴세브(Victor Ryashentsev)의 눈동자에 담긴 바다 빛이 그렇고, 하늘이 그렇다. 그리고 뜨겁다. 작열하는…
200609192006년 09월 13일“바다는 여긴데 서울서 바다이야기를 하데요”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20-2번지. 독도인 김성도(66), 김신열(68) 부부의 주소다. 이 평범한 주소는 8월25일 김 씨 부부가 자신의 거주지에 문패를 달던 날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왔다. “태어나 처음 다는 문…
200609122006년 09월 11일한국서 키우는 버마 민주화의 꿈
8월8일 전 세계에 뉴스를 배급하는 통신사들은 1988년 8월8일 미얀마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 18주년을 맞아 세계 각지에서 ‘미얀마 민주화 촉구 시위’가 열렸다는 소식을 타전했다. 아웅산 수치의 초상화를 앞세운 시위에는 …
200608222006년 08월 16일징한 세상 잊고 ‘그림 속으로’ 손끝으로 藝 전통 이어
고백컨대, 이런 삶은 살지 않으려 했다. 전남 강진 ‘촌놈’. 힘 쓰며 사는 인생이 어울릴 법하건만, ‘예(藝)’라 불리는 모든 것에 ‘될’ 소질을 보인 신동(神童)이었다고 한다. 여섯 살에 천자문을 떼고 아홉 살에 의재 허백련(毅…
200608152006년 08월 09일사진작가에서 소리채집가로 “우리 가락 미치도록 좋을씨고”
‘미친놈’이라 불러도 좋았다. 무모하기 짝이 없기야 누가 본들 매한가지일 터. 하여 무시로 등짝을 향해 꽂히는 비난 정도는 예사가 되었다. 온몸의 잔털이 일제히 오스스 일어서던 그날의 ‘소름’ 이후 잘나가던 사진작가 김영일(45)은…
200607252006년 07월 19일“흙 살리러 농촌으로 떠납시다”
“돈 벌 생각이면 농촌 오지 마시오.” 귀농운동을 한다는 이가 대뜸 꺼내는 말이다. 당혹스럽다. ‘농촌에서도 열심히만 일하면 돈 벌 수 있다’고 애써 설득해도 혹할까 말까 한데, 그는 “불편함, 배고픔을 각오하는 사람만 농사지으러 …
200002242006년 07월 19일“문명이 싫어 산 속에서 산다”
“육각수 좋아하시네, 생수가 보약이라고? 자살약이야.” “병에 안걸리는 법? 간단해. 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를 차갑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만들면 돼” 이게 무슨 말인가. ‘살아있는 물’ 생수를 자살약이라니, 게다가 발을 따뜻하게…
200002102006년 07월 12일‘신라의 전령사’를 아십니까
경주(慶州)를 찾는 관광객이 들르는 코스는 대개 정해져 있다.경부고속도로 경주톨게이트에 들어와 우회전한다. 그러면 벚꽃길과 보문호수를 끼고 보문관광단지가 나온다. 놀이공원-콘도-호텔-온천-외식업소-골프장이 즐비한 이곳에서 여흥을 즐…
200001272006년 06월 27일가구 만드는 재미로 홍천에 살어리랏다
강원도 홍천 내촌의 두메산골에 사는 목수가 간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종로구 인사동 쌈지길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가구 전시회를 연 것이 지난해 7월이니 거의 1년 만이다. 이번엔 청와대 입구 소격동 선 컨템퍼러리에서 6월13일부터…
200606272006년 06월 21일‘칼’ 빼든 여전사 “한다면 한다”
소한 추위가 찾아와 수은주가 영하 10도까지 곤두박질치던 1월7일 새벽 1시. 김강자서장(55)은 두터운 점퍼를 걸쳐 입고 집무실을 나섰다. 경찰차에 오른 김서장은 성북구 하월곡동의 속칭 미아리텍사스로 향했다. 자정이 넘은 늦은 시…
200001202006년 06월 15일“드라마처럼 살고 싶어 인생 여러 우물 파죠”
그가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엔 국내 최초의 ‘출판 원고 경매’. 시인 송현(59)은 4월 초 인터넷 다음 카페에 자신을 대표로 한 ‘한국출판물경매회사’를 개설했다. 출판 원고 경매란 집필 원고들을 인터넷상에서 공개 모집한 뒤 경…
200605162006년 05월 10일“EM으로 땅 살리면 농업도 살지요”
4월3일 제주도 서귀포의 한 귤밭을 찾았다. 한창 짙푸른 잎사귀가 솟아오르고 있는 귤나무 사이사이로 민들레, 도라지꽃, 개불알꽃 등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땅을 한 삽 퍼 올렸더니 초콜릿 색깔의 건강한 흙이 모습을 드러낸다. 쇠똥구리…
200604182006년 04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