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수 좋아하시네, 생수가 보약이라고? 자살약이야.” “병에 안걸리는 법? 간단해. 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를 차갑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만들면 돼” 이게 무슨 말인가. ‘살아있는 물’ 생수를 자살약이라니, 게다가 발을 따뜻하게만 만들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니…. 혹시 사이비? 도대체 그는 왜, 어떤 근거로 이런 말을 하고 다닐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품이 꽤 든다. 청량리역에서 태백선을 타고 증산역에서 내린다. 다시 그곳에서 기관차와 객차 1량만이 연결된 정선행 ‘꼬마열차’를 갈아타고 별어곡이란 역에서 하차한다. 여기서 다시 꼬불꼬불 산길로 10여리. 헉헉, 눈 덮인 산을 넘어야만 그를 만날 수 있다.
김종수씨. 쉰 문턱을 코앞에 둔 나이. 건강장수법이란 화두를 붙잡고 평생을 매달린 재야 건강박사. 잘 나가던 직장 ‘때려치고’ 첩첩산중에 입산한 산꾼….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부른다.
해발 1119m.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자락, 전기조차 들어오진 않는 두메산골. 쓰러질 듯 서있는 화전민집 두 동. 그가 지금 사는 곳이다. 주민이라곤 달랑 5명.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초등학생인 아들 경태와 세 살 배기 딸 쌍둥이가 전부다. 경태는 10여리 떨어진 초등학교까지 걸어다닌다.
그는 이곳에 기림산방(氣林山房)이라는 건강수련원를 만들었다. 이름 그대로 바른 기운이 숲을 이루는 집. 그는 그곳에서 사람의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고 예절을 가르친다.
“바른 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입니다. 똑바로 앉지 않으면 등이 굽게 됩니다. 등이 굽으면 기(氣)가 막히고 소화가 안돼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호흡만 다스리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습니다.”
그의 ‘바른 생활 건강법’은 100세 이상의 장수 어르신들을 연구해 얻은 결과물이다. 그는 95년 전국의 장수노인 300여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바른 자세가 건강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등과 허리가 곧고 걸음걸이가 단정하며 바른 자세가 생활화돼 있었다.
그에 따르면 바른 자세는 예절에서 나온다. 물건을 드릴 때 두 손으로 드리면 배에 힘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단전호흡을 하게 된다. 차를 마실 때도 마찬가지. 또 앉을 때 허리를 쭉 펴면 혈액순환이 잘 되고 뱃심이 생겨 당당한 생활을 하게 된다. 존댓말에서도 건강이 나온다. 엄마와 어머니라는 말의 차이가 그것. “어머니”라고 부르면 자신도 모르게 단전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알 것 같은 건강상식. 기림산방에선 ‘거창한’ 건강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생활자세 교정과 예절 갖추기, 그리고 생활 속의 노동과 약간의 기체조가 전부다. 이런 ‘시시한’ 건강법을 배우려고 이 깊은 산 속까지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것도 돈까지 내가며.
그는 96년부터 기림산방에 산간학교를 열었다. 주로 여름방학에 4박5일 과정. 올해엔 겨울에도 개설했다. 기림산방에는 교육프로그램도 강의시간도 따로 없다. 가족과 수련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 교육이자 수련이다. 처음에는 차 마시는 법부터 가르친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다음은 앉는 자세. 가부좌를 틀고 허리는 항상 곧추세워 기를 돌게 한다. ‘11자 걸음걸이’도 중요한 교육. 팔자걸음은 기를 소비한다. 항상 11자로 걸어야 한다. 하루종일 말을 하지 않는 묵언(默言), 공동으로 밥짓고 설거지하는 것도 교육의 하나다. 이런 ‘시시한’ 교육을 받기 위해 이미 25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직장인 학생 주부 육군장성 대학교수 기업체사장 스님 신부 수녀 등 각계각층에서 왔다. 어떤 이들은 아예 짐을 싸들고 와 오래 머물기도 한다.
‘바른생활 건강법’의 요체는 두한족열. 머리가 뜨거우면 화를 내기 쉽다. 몸은 더워야 한다. 특히 발은 따뜻해야 한다. 몸의 기는 순환된다. 발을 따뜻하게 만들면 그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고 머리는 자연스럽게 차가워져 맑게 된다. 온돌방에서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는 원래 ‘촌놈’이 아니다. 전형적인 서울 토박이. 대학시절엔 산에 미쳤었다. 안가본 산이 없다. ROTC로 군생활을 마친 뒤 한 식품회사에서 예비군 중대장을 맡았다.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정신교육’, 방문객들에게는 회사 목장 홍보가 주 임무. 대학 산꾼시절 관심을 가졌던 자연건강법에 뛰어난 화술을 가미해 일장 연설을 하면 장내는 말 그대로 ‘흥분의 도가니’. 그의 연설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강의해 달라는 곳이 꼬리를 물었다.
“신났지요. 잘나갈 때는 1회 강의료를 50만원까지 받았으니까요. 그러나 곧 회의가 들었지요. 강의시간에 바른 생활을 연설하면 끄덕끄덕 수긍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강의 끝나면 곧바로 나쁜 생활습관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말더라구요. ‘이게 무슨 짓인가. 녹음테이프와 다른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91년 어느 날 홀연히 짐을 쌌다. 10여년의 직장생활, 각박한 인정, 빌딩 숲…. 질력이 났다 . 자연의 품에 살며 자연 속에서 바른 생활교육을 하기로 했다. 정착한 곳이 지금의 오음골. 당시엔 화전민들이 버리고 간 집들과 키보다 더 큰 쑥대만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묵정밭을 갈고 집을 수리하고 길을 내고….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았다. 그러길 1년여. 마침내 사람 사는 집이 완성됐다. 그는 이곳에 가족을 이끌고 뿌리를 내렸다. 그동안 가족이 많이 늘었다. 닭 20여마리, 백구와 누렁이…. 얼마 전 백구가 새끼를 낳아 대가족이 됐다.
요즘에도 그에게 강의를 요청하는 기업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한 달에 3일 이상은 산방을 비우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살자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병이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말과 행동 등 생활습관이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병만 치료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병을 치료하면 무엇합니까. 잘못된 생활습관은 다시 병을 만듭니다.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려면 생활습관부터 고쳐야 합니다.”
약과 나쁜 자세로 자신을 파괴하는 현대인. 그의 건강법은 도시인들에게 죽비소리가 되어 백두대간 속으로 퍼졌다.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품이 꽤 든다. 청량리역에서 태백선을 타고 증산역에서 내린다. 다시 그곳에서 기관차와 객차 1량만이 연결된 정선행 ‘꼬마열차’를 갈아타고 별어곡이란 역에서 하차한다. 여기서 다시 꼬불꼬불 산길로 10여리. 헉헉, 눈 덮인 산을 넘어야만 그를 만날 수 있다.
김종수씨. 쉰 문턱을 코앞에 둔 나이. 건강장수법이란 화두를 붙잡고 평생을 매달린 재야 건강박사. 잘 나가던 직장 ‘때려치고’ 첩첩산중에 입산한 산꾼….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부른다.
해발 1119m.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자락, 전기조차 들어오진 않는 두메산골. 쓰러질 듯 서있는 화전민집 두 동. 그가 지금 사는 곳이다. 주민이라곤 달랑 5명.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초등학생인 아들 경태와 세 살 배기 딸 쌍둥이가 전부다. 경태는 10여리 떨어진 초등학교까지 걸어다닌다.
그는 이곳에 기림산방(氣林山房)이라는 건강수련원를 만들었다. 이름 그대로 바른 기운이 숲을 이루는 집. 그는 그곳에서 사람의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고 예절을 가르친다.
“바른 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입니다. 똑바로 앉지 않으면 등이 굽게 됩니다. 등이 굽으면 기(氣)가 막히고 소화가 안돼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호흡만 다스리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습니다.”
그의 ‘바른 생활 건강법’은 100세 이상의 장수 어르신들을 연구해 얻은 결과물이다. 그는 95년 전국의 장수노인 300여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바른 자세가 건강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등과 허리가 곧고 걸음걸이가 단정하며 바른 자세가 생활화돼 있었다.
그에 따르면 바른 자세는 예절에서 나온다. 물건을 드릴 때 두 손으로 드리면 배에 힘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단전호흡을 하게 된다. 차를 마실 때도 마찬가지. 또 앉을 때 허리를 쭉 펴면 혈액순환이 잘 되고 뱃심이 생겨 당당한 생활을 하게 된다. 존댓말에서도 건강이 나온다. 엄마와 어머니라는 말의 차이가 그것. “어머니”라고 부르면 자신도 모르게 단전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알 것 같은 건강상식. 기림산방에선 ‘거창한’ 건강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생활자세 교정과 예절 갖추기, 그리고 생활 속의 노동과 약간의 기체조가 전부다. 이런 ‘시시한’ 건강법을 배우려고 이 깊은 산 속까지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것도 돈까지 내가며.
그는 96년부터 기림산방에 산간학교를 열었다. 주로 여름방학에 4박5일 과정. 올해엔 겨울에도 개설했다. 기림산방에는 교육프로그램도 강의시간도 따로 없다. 가족과 수련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 교육이자 수련이다. 처음에는 차 마시는 법부터 가르친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다음은 앉는 자세. 가부좌를 틀고 허리는 항상 곧추세워 기를 돌게 한다. ‘11자 걸음걸이’도 중요한 교육. 팔자걸음은 기를 소비한다. 항상 11자로 걸어야 한다. 하루종일 말을 하지 않는 묵언(默言), 공동으로 밥짓고 설거지하는 것도 교육의 하나다. 이런 ‘시시한’ 교육을 받기 위해 이미 2500여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직장인 학생 주부 육군장성 대학교수 기업체사장 스님 신부 수녀 등 각계각층에서 왔다. 어떤 이들은 아예 짐을 싸들고 와 오래 머물기도 한다.
‘바른생활 건강법’의 요체는 두한족열. 머리가 뜨거우면 화를 내기 쉽다. 몸은 더워야 한다. 특히 발은 따뜻해야 한다. 몸의 기는 순환된다. 발을 따뜻하게 만들면 그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고 머리는 자연스럽게 차가워져 맑게 된다. 온돌방에서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는 원래 ‘촌놈’이 아니다. 전형적인 서울 토박이. 대학시절엔 산에 미쳤었다. 안가본 산이 없다. ROTC로 군생활을 마친 뒤 한 식품회사에서 예비군 중대장을 맡았다.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정신교육’, 방문객들에게는 회사 목장 홍보가 주 임무. 대학 산꾼시절 관심을 가졌던 자연건강법에 뛰어난 화술을 가미해 일장 연설을 하면 장내는 말 그대로 ‘흥분의 도가니’. 그의 연설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강의해 달라는 곳이 꼬리를 물었다.
“신났지요. 잘나갈 때는 1회 강의료를 50만원까지 받았으니까요. 그러나 곧 회의가 들었지요. 강의시간에 바른 생활을 연설하면 끄덕끄덕 수긍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강의 끝나면 곧바로 나쁜 생활습관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말더라구요. ‘이게 무슨 짓인가. 녹음테이프와 다른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91년 어느 날 홀연히 짐을 쌌다. 10여년의 직장생활, 각박한 인정, 빌딩 숲…. 질력이 났다 . 자연의 품에 살며 자연 속에서 바른 생활교육을 하기로 했다. 정착한 곳이 지금의 오음골. 당시엔 화전민들이 버리고 간 집들과 키보다 더 큰 쑥대만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묵정밭을 갈고 집을 수리하고 길을 내고….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았다. 그러길 1년여. 마침내 사람 사는 집이 완성됐다. 그는 이곳에 가족을 이끌고 뿌리를 내렸다. 그동안 가족이 많이 늘었다. 닭 20여마리, 백구와 누렁이…. 얼마 전 백구가 새끼를 낳아 대가족이 됐다.
요즘에도 그에게 강의를 요청하는 기업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한 달에 3일 이상은 산방을 비우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살자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병이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말과 행동 등 생활습관이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병만 치료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병을 치료하면 무엇합니까. 잘못된 생활습관은 다시 병을 만듭니다.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려면 생활습관부터 고쳐야 합니다.”
약과 나쁜 자세로 자신을 파괴하는 현대인. 그의 건강법은 도시인들에게 죽비소리가 되어 백두대간 속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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