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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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나가” 부장 과장들 노조 만든다

사측, 일부 관리직들에 퇴사 권유… “정세영 인맥 제거용” 분석도

  • 입력2006-07-06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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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나가” 부장 과장들 노조 만든다
    현대자동차가 신년 벽두부터 노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월20일 일부 관리직들이 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비롯된 이번 사태는 국내 대기업 사상 최초의 일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장 차장 과장 등의 관리직들이 노조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 연말 이루어진 인사와 사직 권유 때문. 현대차는 지난해 12월31일 인사 홍보 기획 감사팀 등에 있던 관리직 50여명을 전국 각지의 영업소로 발령냈다. 이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주로 택시판매와 부실채권 회수. 전직배치된 관리직들은 1월5일부터 12일까지 업무적응을 위한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교육이 끝날 무렵 개별적으로 사직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회사측은 1월말까지 회사를 그만둘 경우 1000만~1500만원 정도의 위로금을 얹어주겠다고 제의했다는 것.

    관리직들은 이같은 회사측의 방침에 반발했다. 몇몇 사람을 중심으로 노조설립 논의가 이루어졌다. 현대 기아 관리직 노동조합 설립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행교씨는 “회사의 필요성에 따른 전직배치는 인정한다. 그러나 교육이 끝나자마자 회사를 떠나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새로운 부서에서 일도 해보기 전에 나가달라는 것은 어떤 저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사직을 권유당한 사람 대부분이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받지도 못했다. 회사의 부당한 인사조치를 바로잡기 위해 노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측은 순환근무를 위한 통상적인 인사조치였을 뿐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 인사고과가 나쁜 일부 관리직에게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직을 제의했을지 모르나 전직배치된 관리직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현대자동차써비스와 현대정공을 합병함으로써 인사 기획 총무 등 관리 파트의 업무가 중복돼 상당수의 유휴 인력이 발생했다. 현대차는 이들 인력을 영업 현장으로 내보내거나 전직 배치함으로써 과잉 인력을 해소해왔다. 회사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관리직 인사도 그런 인사교류의 일환이라는 것.



    그러나 현대그룹 내에서는 정몽구회장 체제를 굳히기 위한 ‘물갈이 인사의 완결편’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작년 3월 정몽구회장이 삼촌인 정세영회장을 밀어내고 자동차를 차지한 뒤부터 현대차에는 인사 태풍이 불어닥쳤다. 정세영회장 인맥을 정몽구회장 인맥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벌어진 것. 이에 따라 요직에 현대차써비스와 현대정공 출신들이 포진됐다. 거의 1년 내내 인사가 이루어져 계열사 사람들조차 “현대차를 너무 흔드는 게 아니냐”며 우려할 정도였다.

    이번에 타 부서로 전출된 관리직 중에는 정세영회장 시절 중요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이 들어 있다. 경기도의 한 영업소로 발령난 Q씨도 그런 사람 중 한 명. Q씨는 “작년 여름부터 사내에 정세영회장 인맥을 분석하는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돼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래서 내심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간부사원들의 노조설립 신고서는 1월말 현재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애당초 접수를 받은 노동부는 노조의 조직이 2개 이상의 시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월21일 노조 사무소 소재지인 서울시 용산구청으로 이관했다. 그러나 용산구청은 노동부의 견해는 잘못된 것이라며 노동부 산하 서울서부지방 노동사무소로 다시 넘겼다. 처리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인데 그만큼 이 문제가 미묘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에서 간부직 노조가 구성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현대차 간부직 노조가 출범할 경우 그 파문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노사관계에서 말 많고 탈 많았던 현대그룹은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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