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무엇이 제약업계를 이렇듯 치열한 몸집 불리기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가. 무엇보다 제약산업은 업계를 장악하는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인데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 업이기 때문이다. 거대 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평균 5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 개발 예정인 제품은 알츠하이머나 당뇨 등 치료가 어려운 복합질병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연구의 중심이 인간유전자 연구 등으로 전환되고 있어 과거에 비해 신약의 숫자는 줄어드는 반면 개발비와 연구기간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신약개발비 못지 않게 마케팅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워너램버트는 97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신약을 37억달러나 들여 개발했지만 판매가 시원치 않자 98년 매달 의사 8 만1000명을 방문하고 5만7000통의 전화상담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콜레스테롤제제 시장을 장악했다. 이렇듯 기술력과 함께 마케팅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40대 제약업체의 마케팅 인력이 95년의 3만6000명에서 6만2000명까지 불어났다.
결국 제약업계의 현실은 합병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지만 합병 및 제휴를 통해 기술과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업만이 강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도 제약산업을 연구개발형 생명과학 산업으로 키워 선진 제약국으로 부상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미 국산 신약이 개발됐고 가까운 장래에 50여개의 신약을 내놓을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이를 통해 세계 의약품 시장점유율을 현재의 1.5%에서 2010년에는 5%까지 늘일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약정보센터를 비롯 한 연구지원기관의 설립 및 자금 지원은 물론 의약산업의 정보통신망과 물류센터 건립 등 제약업계의 유통 및 물류혁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해외 업체들의 국내 진출 확대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최근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이 일본 제휴업체에 대한 사실상의 적대적 M·A를 선언하는 등 미국과 유럽업체들 이 일본 시장에 대한 본격 공세를 가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물론 해외 업체들이 신약 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국내 기업들에 대해 당장 인수를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이에 대한 대비만큼은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