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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산으로 가는 盧 교육정책

대학총장, 장관에 이르는 길?

학문·사회적 명망 ‘행정 마인드’도 겸비 … 임기 못 채우고 퇴진 다반사 성적은 안 좋아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대학총장, 장관에 이르는 길?

대학총장, 장관에 이르는 길?

2001년 1월30일 첫 번째 교육부총리인 한완상 장관(앞줄 가운데) 등이 개명된 ‘교육인적자원부’ 현판식을 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 전성은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이 장관 물망에 올랐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결국은 서울대 총장 출신을 뽑을 거면서….”(교육부 전문직 K씨)

안병영 전 부총리를 제외하고 이기준 윤덕홍 이상주 한완상 전 부총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대학총장’ 출신의 교육부 수장이라는 점이다. 전직 장관들의 이력까지 살펴보면 정권의 성격을 떠나 교육부 장관이 되는 지름길은 ‘대학총장’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다(두 번째 진출 경로는 서울대 사범대학 학장).

정통 교육 관료 출신이 장관으로 발탁된 경우는 전무하고, 엄격한 의미의 정치인 출신은 김대중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인 현 이해찬 총리가 유일하다. 한국 교육의 상징이자,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국·공립대학 소속 약 40만 교육공무원을 거느린 교육계의 수장, 나아가 내각 서열 3위인 교육부총리 자리는 이미 대학 교수나 총장의 몫으로 굳어진 느낌이다.

“경제나 기술 관련 부처는 무엇보다 전문성을 중시하지만, 교육부만큼은 국민이 도덕성과 인품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문적ㆍ사회적 지명도를 확보한 대학총장이 유리했다.”

대다수 교육관료들은 “경험적으로 대학총장 출신이 최선이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평교수 출신들은 교육 마인드가 뛰어난 반면, 부족한 행정 마인드로 인해 관료주의란 높은 벽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 과거 이돈희(2000년 8월), 문용린 전 장관(2000년 1월)이 평교수 출신 장관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선진국에선 정치인·교육관료 출신이 주류

‘총장 출신 장관론’은 자연스럽게 이기준 전 부총리 옹호론으로 연결됐다. 우선 국립대인 서울대 총장을 지냈기 때문에 교육부 본부 직원보다 많은 서울대 직원들을 통솔해본 행정 경험에, 언론을 관리해본 정치력까지 더해졌다는 것. 또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에 과거 A사립대학 총장 출신 K 씨처럼 특정 학교에 유리한 정책을 펼칠 위험도 없다. 한마디로 서울대라는 큰 무대에서 학식에 행정능력까지 검증받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대학총장 출신 장관치고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도 드물다. 대부분의 교육부 장관들은 1년 임기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업무 보고만 받고 물러나기 일쑤였고, 지금까지 국민의 기억에 남는 교육부 장관은 드물 정도가 됐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 주류를 이루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나 교육관료 출신 장관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이해찬 전 장관의 과격한 개혁이 극렬한 찬반 양론으로 갈렸기 때문에 앞으로 정통 정치인이 곧바로 교육부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교육관료들 역시 이미 대학총장의 몫으로 굳어진 장관 자리에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고, 더욱 안정적인 보직(장학사나 국립대 고위직)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아쉬움이 덜하다는 자평이다.

여기에 초ㆍ중등교육 관할권이 점차 지방 교육청으로 이관되고 있기 때문에 부총리급의 교육부 장관은 계속 대학총장 출신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국교수노조’ 이거용 부위원장(상명대 교수)은 “아무래도 대학 출신은 경험적으로 초ㆍ중등교육 상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고 대학총장 출신 장관론을 해석한다. 다만 이 교수는 “교육부 개혁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학총장이 아니라 예수가 와도 혈혈단신으로는 교육 개혁을 이뤄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일찍이 관가에 나돌던 “장관은 과객이고, 교육부는 관료의 천국이다”는 표현과 같은 맥락이다.

“학벌사회 속성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출신 교육부 장관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단선적 서열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고, 대학총장 출신은 초ㆍ중등교육을 위계적으로 수직화하는 폐해가 있다.”(한국교원대 엄도형 교수)

일각에서는 “대학총장 출신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지지부진한 교육 개혁을 호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극단적인 해석도 있다. 한편 일부 교수들은 대학총장 자리를 관계나 정치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역시 취임 초기에는 ‘교육 대통령론’을 꺼내며 “교육부 장관과 임기를 같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현실은 정반대였고, 노 대통령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인 리처드 라일리 교육부 장관 단 한 명과 8년의 임기를 함께했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 한국보다 경쟁력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주간동아 2005.01.18 469호 (p24~24)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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