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1

2004.09.09

경제팀의 이상한 시장주의 ‘눈총’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4-09-03 1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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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팀의 이상한 시장주의 ‘눈총’

    김정태 국민은행장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국민은행 간 회계기준 위반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김정태 국민은행장 중징계 방침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나서 ‘신관치(新官治)’를 우려하는 집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열에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 등 진보 경제학자, 일부 국내 투자자들도 포함돼 있다. 그 움직임에 맞서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은 8월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카드 합병 관련 합병세무 절세 전략’이라는 국민은행 내부 문건까지 공개하며 “최근 일부에서 금감원이 국민은행을 흔든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계는 물론 투자자, 언론마저 이를 믿지 않는 눈치다.

    금감원이 적발한 국민은행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란, 지난해 9월 국민카드 합병 당시 절세를 위해 대손충당금 처리 등을 불투명하게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위법 사항’에 대해 상당수 회계 전문가들이 “중대 과실이 아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국민은행은 이 일을 처리하기 전 회계법인, 내부 감사 및 감사위원회, 국세청 질의까지 마쳤다. 8월25일 증권선물위원회의 ‘국민은행 회계기준 위반’ 의결 전 열린 감리위원회에서도 민간위원 5명 중 4명이 “전혀 회계 위반이라 볼 수 없다”거나 “과실이라 해도 단순과실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26일 오전 김중회 부원장이 직접 기자들을 불러모아 놓고 “국민은행 최고 책임자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 말하는 등 김행장 연임 불가를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금융당국이 ‘김정태 밀어내기’에 사력을 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김행장이 SK글로벌과 LG카드 부실 처리 과정에서 시장 논리를 앞세우며 정부 뜻을 거스른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그 ‘심정적 배후’로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거론하고 있다. 이부총리는 올 2월 취임사에서 “일부 금융기관이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을 돌보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 관-민 금융계를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지금, 김행장 몰아내기에 이부총리의 ‘복심’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이에 대해 이부총리는 “국민은행은 정부가 직간접으로 투자한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금융 회계 감독당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렇더라도 틈날 때마다 ‘내추럴 본 시장주의자’임을 강조해온 경제부총리 재임 중, 역시 시장경제 원칙을 집요하리만큼 고수해온 선도 은행장이 중징계 논란에 휩싸인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모양새가 좋지 않은 일임이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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