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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

추락하는 오비츠 또 진흙탕 싸움

1980, 90년대 연예사업 주무른 대부 … 부하 직원 내쫓다 법정 분쟁 입방아 올라

  • LA신복례 통신원 borae@hanmail.net

추락하는 오비츠 또 진흙탕 싸움

추락하는 오비츠 또 진흙탕 싸움
마이클 오비츠(Michael Ovitz)가 오랜만에 할리우드 뉴스 전면에 등장했다. 2002년 5월 자신의 연예 매니지먼트 그룹인 AMG를 라이벌 매니지먼트사인 펌(Firm)에 매각한다고 발표한 뒤 2년여 만의 일이다. 물론 좋은 뉴스가 아니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부하 직원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벌어진 법정 다툼 얘기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막강 파워 1인자로 할리우드를 좌지우지했던 그가 이제는 부하 직원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상대를 바꿔가며 계속돼온 그의 다툼 소식은 지난 세월 할리우드 가십난의 단골뉴스였다. 그러나 이번엔 방송국 사장도, 억만장자 사업 파트너도, 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도 아닌 올해 39살의 부하 여직원 캐시 슐먼(Cathy Schulman)이다. 슐먼은 AMG의 자회사 APG의 경영간부였다. 7월 말 오비츠와 슐먼의 다툼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영화계 밖에선 거의 무명에 가까운 인사였다.

둘의 다툼 소식을 전하기 전에 마이클 오비츠가 낯선 독자들을 위해 ‘세계영화대백과’에 나오는 그에 대한 설명 한 토막을 소개한다.

추락하는 오비츠 또 진흙탕 싸움

1995년 월트디즈니 사장을 역임했던 마이클 오비츠(작은 사진)가 부하 여직원과의 법정 다툼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상대 바꿔가며 싸움 가십난 단골

‘95년 월트디즈니 사장을 역임했던 마이클 오비츠는 미국 연예산업계의 대부로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이다. 오비츠는 20대 초반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20세기 폭스사의 평범한 직원으로 할리우드에 발을 들여놓은 뒤 75년 동료와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를 창업해 오늘날 막강한 연예군단의 대부를 자처하게 됐다. CAA는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톰 크루즈, 실베스터 스탤론, 데미 무어 등 200명에 가까운 정상급 영화배우, 음악가,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의 매니저 일을 하면서 할리우드 흥행업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매니지먼트 전문회사다. 80년대 후반 일본의 미국 영화사 인수 바람이 불어닥쳤을 때 그는 소니-컬럼비아, 마쓰시타-MCA·유니버설 합병에 깊숙이 관여했고, 캐나다 시그램사가 마쓰시타로부터 MCA·유니버설을 인수할 때도 막후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런 그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은 95년 아이즈너 회장에게 발탁돼 월트디즈니 사장 자리에 앉으면서부터다. 지나치게 개성이 강한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의견 충돌이 심했고, 결국 아이즈너는 오비츠를 불러들인 지 14개월 만에 그를 내쫓았다. 이때 오비츠는 퇴사 조건으로 현금과 주식을 포함해 무려 3890만 달러를 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아이즈너가 자신이 불러들인 오비츠 때문에 가슴을 치며 거액이라도 쥐어주고 내쫓아야 했던 것처럼 이제는 처지가 바뀌어 오비츠가 자신이 불러들인 슐먼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으니, 씨는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던가.

슐먼이 영화 프로덕션 APG 간부로 오비츠에게 고용된 때는 99년이다. APG는 디즈니에서 쫓겨난 오비츠가 할리우드 복귀를 꿈꾸며 세운 연예 매니지먼트 AMG의 자회사로, 오비츠는 당시 경제 붐에 힘입어 야심 찬 사업계획을 펼치고 있었다. 마틴 스코시즈,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등을 휘하에 두고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할리우드를 재창조한다는 깃발을 높이 든 채 TV 시리즈에 영화 프로젝트를 마구 벌였다.

할리우드의 거물이 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슐먼도 일거리를 집에 싸들고 가 하루 18시간씩 일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다. 오비츠는 슐먼에게 보너스 포함 60만 달러를 안겨주며 둘은 사이 좋게 발맞추어 나가는 듯했다. 슐먼이 환경문제에 관해 정치자문 역을 하는 남편과 함께 다른 주로 급한 개인 볼일을 보러 가게 되자 자기 돈으로 개인 제트비행기를 태워 보낼 정도였다고 하니.

그러나 지난 시절 그의 오만과 무자비에 질렸던 할리우드는 결코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결국 든든한 돈줄을 찾지 못해 개인돈 1억 달러를 쏟아부은 채 2001년 가을 또 다른 자회사인 프로덕션 ATG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모회사인 AMG마저 라이벌인 펌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때부터 오비츠와 슐먼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슐먼이 간부로 있던 APG가 프랑스 거대 미디어 그룹인 카날 플러스의 자회사 스튜디오 카날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3년 동안 연간 800만 달러의 지원을 받는 계약을 체결해 외적으론 밝은 전망을 보여주는 듯했으나, 슐먼에 대한 사내 불만과 견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 직권남용과 독단적인 매니지먼트 스타일이 문제였다. 결국 오비츠는 슐먼에게 직접 경고를 했고 2002년 1월 슐먼의 상관으로 컬럼비아 스튜디오 전 책임자를 앉혀버렸다. 그리고 둘 사이에 밀어내기와 버티기의 싸움이 전개된다.

슐먼이 회사를 그만두는 날 기밀서류를 빼돌릴 것이라고 의심한 오비츠가 경비를 붙여 그를 회사 밖으로 안내하기조차 했다니 두 사람이 벌인 신경전이 어떠했으리라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

결국 2002년 9월 오비츠는 고용계약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중재신청을 했고, 슐먼은 다음달 LA 대법원에 오비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2년여, 그동안 양측이 쓴 변호사 비용만 수백만 달러에 중재 심판 속기록은 5000쪽이 넘는다. 유니버설 픽처스의 스테이시 스나이더 회장과 영화감독인 마틴 스코시즈, 리처드 도너 등 쟁쟁한 할리우드 인사 10여명이 증인으로 중재심판장을 찾아야 했다.

추락하는 오비츠 또 진흙탕 싸움

월트디즈니 사장직에서 물러나는 조건으로 3890만 달러나 챙긴 마이클 오비츠를

7월 말 중재를 맡은 전직 판사는 오비츠의 손을 들어주면서 슐먼에게 APG 측에 36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슐먼이 회사 기밀서류를 훔치려 했고, 영화 판권에 대해 있지도 않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오비츠의 사업 거래에 타격을 입혔으며, 언론에 잘못된 정보를 고의적으로 흘려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 등이 판결문의 요지였다. 이후 비공개리에 진행돼온 심판과 사건의 전말이 언론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비츠 측은 현재 확정판결 효력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판결이 확정된다면 슐먼은 파산신청을 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사실 서로의 주장이 상반돼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진실인지 내막이야 두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일이다.

APG와 스튜디오 카날이 한 조인트 벤처 계약은 2002년 영화 ‘타임 라인’의 흥행 참패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 앞서 스튜디오 카날 측은 APG가 자금을 유용한다는 의심을 품고 감사를 벌인 적이 있다. 감사 결과 문제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두 회사의 계약 종결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두 회사를 통해 정확한 얘기가 흘러나온 적이 없다. 다만 슐먼은 중재심판에서 자신이 카날 측에 자금 유용 사실을 알렸고 이 때문에 오비츠가 격분해 자신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오비츠 측의 주장대로 슐먼이 스스로 사임을 했는지, 아니면 슐먼의 주장대로 회사가 그를 해고했는지, 양측이 타협에 합의한 뒤 오비츠가 그에게 13만5000달러를 줬는지, 아니면 “돈도 오지 않았고 타협안은 일종의 사기로 더는 효력이 없다”는 슐먼의 말이 맞는지 내막의 진위 또한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사악한 대부’라며 그를 질시하고 비난했던 할리우드 인사들은 지저분한 싸움 구덩이에 빠진 오비츠의 끝없는 추락을 보며, 또한 야심만만했던 한 여성이 왕년의 제왕에게 대들다 처참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를 안주 삼아 고소(苦笑)의 축배를 들고 있을지 모르겠다.



주간동아 451호 (p56~57)

LA신복례 통신원 bor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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