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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발라드 오빠’로 정상 질주

‘인연’ 히트 이어 7집 가요 순위·음반 판매 1위 … “나를 버리고 소중한 팬 더 챙겨야죠”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이승철‘발라드 오빠’로 정상 질주

이승철‘발라드 오빠’로 정상 질주

하이틴 스타 이승철에게는 언제나 \'귀공자 같은 외모\'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무대 위에선 카리스마가 넘쳤다. 새 앨범 7집에서 그는 전보다 훨씬 편해지고 가까워지 느낌이다.

요즘 떠돌고 있는 개그 하나. 한 초등학생이 가수 이승철의 팬클럽 사이트에 남겼다는 글이다.

‘이승철 오빠, 어쩌면 그렇게 발라드를 잘하세요. 조금만 노력하면 제2의 조성모로 성공하실 거예요.’

‘중견’ 가수 이승철(39)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정말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TV 공개방송에서 10대 아이들이 소리 지르고 박수 치면 뒤부터 돌아보게 돼요. ‘동방신기’ 나온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민망하죠. 물론 기분 좋지만,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죠.”

그가 부른 MBC 미니시리즈 ‘불새’의 주제곡 ‘인연’이 공전의 히트를 한 데 이어 새로 나온 7집 앨범 ‘긴하루-일곱번째 이야기’가 가요 순위와 음반 판매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데뷔 19년차인 그는 다시 10대의 우상이 되었다. ‘인연’의 컬러링 서비스가 280만회를 기록했으니 앨범으로 치면 80만장을 판매한 셈이다.





“10대 환호성 기분 좋지만 민망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층의 팬을 가진 가수 가운데 한 명이 됐다. 그의 ‘화려한’ 과거를 알지 못하는 초등학생에서부터 노래방 18번을 ‘희야’로 결정해버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그의 팬들은 현재진행형의 이승철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래서 이승철이 고교 시절 보컬로 그룹 활동을 시작했고, 1985년 ‘부활’의 데뷔 음반을 통해 단숨에 정상에 오른 하이틴 스타였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또 ‘부활’과의 결별과 스캔들에도 방송 홍보 없이 공연장을 입석까지 채우고 앨범 100만장을 팔아치운 ‘라이브의 황제’라는 사실도 지금 팬들은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7집 ‘긴하루’의 스타일과 창법이 전 앨범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나 ‘오늘도 난’의 이승철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한두 번 들어서는 이승철인 줄 모르게 하자고 했어요. 7집이 성공한 이유는 나를 버렸기 때문이에요. 대중과 함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요. 또래의 다른 가수들이 안 되는 이유가 대중들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거든요.

”무대에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와 달리 이승철은 “귀가 너무 얇은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했다. 혼자 결정하기보다 전문가들 말을 듣고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는 식이다.

이승철‘발라드 오빠’로 정상 질주
7집 앨범에서 7곡을 작곡한 신인 전해성씨 역시 그가 발탁했다.

”‘스팅’ 분위기로 새 앨범 작업이 상당히 이뤄졌는데 전해성씨를 만났어요. 그가 듣더니 ‘이건 쓰레기입니다’ 하더군요. 화가 나기는커녕 전 이런 말을 좋아해요. 그의 곡들은 아주 새로웠어요. 기존 작곡가들의 아성을 단숨에 깰 것 같더군요. 결국 다시 작업을 했지요.

”‘긴하루’ 앞부분에 나오는 이국적인 인도 악기 시타르도 전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고, 녹음할 때 ‘약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도 다른 스태프들이 ‘됐다’고 하면 스튜디오를 나갔다. 높은 실크모자를 쓰고 악사로 연출한 재킷 사진도 앨범 코디네이터의 제안이었다. 팬들의 환호를 당연하게 받았던 ‘황제’ 이승철이 아니라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기타 하나 들고 찾아가는 악사 이승철의 모습이다.

한때 TV 출연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고 ‘라이브’가 아니라며 반주테이프에 맞춰서는 노래하지 않았던 그는 요즘 어디서나 주변 사람들 편하게 해주며 노래한다. 인터뷰도 전에는 가능하면 빨리 끝내려고 했지만 지금은 최대한 긴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한다. “‘인연’이 터지면서 팬들은 물론이고 PD들과 기자들이 저를 소중한 사람으로 챙기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지더군요. 제가 리허설도 성실하게 하고 방송 횟수까지 직접 챙기니까 후배들은 좀 놀라는 눈치고요. 철이 좀 들었다고 할까.

”다른 건 모두 맡기지만 노랫말은 여전히 자신이 쓴다. 그의 작사 실력은 가요계에서도 유명하다. 7집에 있는 한곡 한곡의 노래들은 마치 이별을 소재로 한 연작 영화 같다.

“이별과 실연의 상황을 생각하고 시나리오 쓰듯 풀어내요. 우스운 건 가사 쓸 땐 여자친구와 잘 지내고 있을 때였는데 지금은 헤어졌다는 거죠.”그의 ‘화려한’ 이력 중 하나는 ‘칸 그랑프리’를 받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의 주연 배우였다는 사실이다. 그때 박감독은 신인이라 스타를 써야만 했고, 이승철은 ‘지금의 권상우처럼 서 있기만 해도 되던 때’였다.

“그 영화가 최초로 개봉 첫날 전회 매진, 개봉 이틀째 참패한 기록을 세웠잖아요. 저는 개런티로 라이브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만들 욕심이었죠. 박감독은 그때도 범상치 않았고 지금도 제 콘서트에 오곤 해요.”

최근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콘서트에 초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박대표가 미니 홈피 100만 번째 방문자와 함께 데이트를 한다는 것을 알고 ‘침체한 한국 가요계를 위해 공연장을 방문해달라’고 부탁했고 박대표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졌다. 그때 “왜 한나라당 대표를 초대했나”, “여성정치인이라면 강금실 법무장관도 있지 않나”라는 말이 나왔다.

이승철은 웃음을 터뜨리며 “난 법무부는 싫어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우리나라가 편 가르기가 참 심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



이승철‘발라드 오빠’로 정상 질주


“가요 산업혁명 프로젝트 진행 중”



‘어쩐지 고집만 센 예술가’일 듯하지만 이승철은 성공한 제작자, 즉 사업가다. 그래서 가요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눈도 남다르다. 현재 음반시장의 불황은 가요계 내부로부터 온 ‘부메랑’이라고 말한다. 함량이 부족한 가수들의 음반을 방송 홍보로 수백만장씩 팔아대면서 결국 불량한 음악들을 양산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이제 CD 앨범 10만장 팔기가 쉽지 않은데 제작비와 홍보비 부담이 너무 커요. 음악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돈 내고 다운받는 것이 합리적이죠. 불법 CD의 음질이 진품과 똑같은데, 가수들이 불법음반 사지 말라고 징징대서는 안 돼요. 이제 음반 시장은 죽고, 음원 시장은 엄청나게 활성화될 겁니다. 미래는 밝아요.”

LP 시대에 데뷔한 이 가수는 CD를 거쳐 MP3 시대를 앞서가고 있었다. 그는 ‘가요 산업혁명을 일으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귀띔한다. 또한 올 11월 일본 NHK에서 ‘불새’를 방송할 때 맞춰 ‘신화’와 함께 일본에서 대규모 공연을 연다.

한창 인터뷰를 하던 그는 창 너머로 고운 노부인이 지나가는 걸 보자 환하게 웃으며 “뭐 사오세요?”라고 외친다. 그가 ‘우리엄마’ 라고 한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1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실과 녹음 스튜디오, 살림집을 겸한 건물에서 먹고 자고 노래한다.

그가 전에는 너무 빨리 정상까지 가버린 틴 스타처럼 보였는데, 이젠 막 데뷔한 가수 같기도 하고 판을 잘 읽는 사업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하지 않을 때면 언제나 흥얼거리는 노래에서 유명한 ‘이승철의 소름 끼치는 보컬’을 듣지 못했다면, 지금 그에게서 ‘황제’ 이승철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승철‘발라드 오빠’로 정상 질주




주간동아 451호 (p60~61)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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