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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꿈나무대회 ‘아니 벌써 20년’

빙상•체조 등 비인기 종목 초등생 선수들 각축의 장 … 유승민•이형택•여홍철 등 스타 대거 발굴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교보 꿈나무대회 ‘아니 벌써 20년’

교보 꿈나무대회 ‘아니 벌써 20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교보생명컵 꿈나무 체육대회’에 출전한 어린이들이 아테네 올림픽 선수단에 보낼 응원판을 만든 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염홍철 대전시장(뒷줄 왼쪽부터).

“형 누나들 힘내세요. 파이팅! 언젠가는 저도 꼭 올림픽에 나갈 겁니다.” 7월30일 ‘교보생명컵 꿈나무 체육대회’(이하 꿈나무대회) 개회식이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 앞. 2004 아테네올림픽 선수단에 보낼 대형 응원판이 세워지자 꿈나무대회 참가자들이 앞다퉈 모여들었다. ‘대한민국 파이팅’ ‘힘내라 선수들’ 등 응원 문구를 적어넣는 이들 옆에서 부산중앙초등학교 6학년 고정관군은 자신의 다짐을 함께 적었다.

고군은 지난해 꿈나무대회 체조 부문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 체조의 차세대 유망주. 2001년 이 대회 체조 부문 4관왕에 올랐던 형 고정보군과 함께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운동하고 있다. 고군만이 아니다. 응원판 곳곳에는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또 다른 어린 선수들의 꿈이 소중히 담겨 있었다. 꿈나무대회는 해마다 육상, 수영, 빙상, 체조 등 기초체육 종목의 초등학교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전국대회. 1985년 시작돼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교보 꿈나무대회 ‘아니 벌써 20년’

체조 부문에 참가한 어린 선수.

8월13일 아테네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국민적 관심은 온통 그리스 아테네에 쏠려 있지만, 체육계 관계자들은 대전을 주목하고 있다. 8월4일까지 열리는 이 대회에서 스타로 떠오른 선수가 미래 한국 스포츠의 대들보로 성장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의 이진일, 체조의 여홍철 이주형, 쇼트트랙의 채지훈 김동성 전이경, 탁구의 유지혜 김무교 선수 등 120명에 달하는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 대회를 통해 발굴됐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참가 선수 가운데 유도의 방귀만, 테니스의 이형택 조윤정, 탁구 유승민 주세혁 선수 등도 초등학교 시절 이 대회 우승 경력이 있다.

이른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등용문으로 꿈나무대회가 갖는 위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일한 초등생 전국육상대회 겸해



교보 꿈나무대회 ‘아니 벌써 20년’

‘꿈나무대회’ 유도 부문 출전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고 있다.

1회 때부터 꿈나무대회를 주최하며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박치수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축구, 야구, 농구 등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돼 있는 종목들은 스폰서도 많고, 각종 대회도 많이 열린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많은 메달이 걸려 있는 기초 종목은 상대적으로 지원이 취약하고 인기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꿈나무대회는 비인기 기초 종목의 어린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국대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육상의 경우 꿈나무대회를 제외하고는 초등학생 대상 전국육상대회가 아예 없다. 세계무대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육상 뒤에는 불모지로 남겨진 초등학교 육상 교육의 현실이 놓여 있는 것. 육상연맹 관계자는 “그래도 꿈나무대회가 생긴 후 우수선수들에게 체육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갖가지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이 대회를 목표로 팀을 창단하는 초등학교들이 생겨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진일 선수처럼 이 대회를 통해 스타로 떠오르는 육상인이 늘어나면 교사와 학생들의 관심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희망찬 미래는 아직 요원하다.

역시 비인기 종목인 탁구의 경우도 꿈나무대회는 초등학생 대표 상비군의 선발전도 겸하는, 국내 최대의 어린이 탁구 축제다.

“스포츠 3D 종목 외면해선 안 돼”

교보 꿈나무대회 ‘아니 벌써 20년’

‘꿈나무대회’ 테니스 부문 경기 모습.

한국초등탁구연맹의 신재문 국장은 유승민, 주세혁, 이철승 선수 등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탁구선수들이 어린 시절 이 대회에 참가했을 때의 경기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 복식 분야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유승민 선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꿈나무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어요. 5학년 6학년까지 대회 최초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무서운 신예로 이름을 알렸지요. 2003년 파리세계선수권 단식 준우승을 거두며 세계 탁구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주세혁 선수도 1990년 4학년부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어린 나이인데도 이미 다른 선수들과 확연히 다른 힘과 기술을 갖고 있었어요. 탁구계 인사들이 주목했고, 이들은 일찍부터 체계적인 지도와 훈련을 받을 수 있었지요.”

이들이 초등학생 시절 재능을 펼칠 수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비인기 종목 체육회 관계자들은 어린 유망주들이 꿈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좀더 많이 생기고, 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대한체조협회 진기일 차장은 “기초체육은 운동이 힘들고, 인기가 없고, 돈벌 가능성도 별로 없는 ‘3D 종목’이라 학부모들이 운동을 아예 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큰 대회가 열릴 때만 반짝 기초체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나라는 안 돼’ 하며 실망하고 돌아서는 지금과 같은 패턴이 이어지면 한국 기초체육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보 꿈나무대회 ‘아니 벌써 20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국가대표 유승민 선수가 1994년 ‘꿈나무대회’에 출전해 강한 스매싱을 하는 모습.

꿈나무대회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교보생명 김종호씨도 “아직 어린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경기 중의 진지함과 재능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며 “어린이들이 꿈을 잃지 않고 마음껏 운동할 수 있게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탁구 국가대표팀 김택수 코치는 참가 선수들을 위해 탁구 대표선수들이 사용하는 러버(rubber) 100장을 주최 측에 기증했고, 유승민 조윤정 방귀만 선수 등 이 대회를 거쳐간 아테네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영상을 통해 참가자들의 노력과 선전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선배 선수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주간동아 447호 (p74~75)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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