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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IT 공공 프로젝트 실패 잦은 까닭은

사업 발주 공무원들 정보화 마인드 부족 … 요구사항 불명확•무리한 일정에도 밀어붙이기

  • 김영철/ IT 컨설턴트 kyc7481@nate.com

IT 공공 프로젝트 실패 잦은 까닭은

IT 공공 프로젝트 실패 잦은 까닭은

서울시 신교통카드 사업은 기술 부족이 아닌 공무원과 개발자들의 의사소통 실패에서 비롯됐다.

IT(정보기술) 개발자들이 공무원들의 노예인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완전히 ‘까라면 까’라는 식이다.” 정부가 주체인 대형 공공프로젝트 사업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불평 불만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7일 근무, 평균 퇴근시간 자정 이후, 며칠씩의 철야…. 이것은 동남아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의 노동현장이 아니다. 21세기의 신인류이자 정보화시대의 첨병인 IT 개발자들의 거짓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작업조건은 공공분야 프로젝트에서 더욱 심하다. 이유는 사업을 발주하는 공무원들의 정보화 마인드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의 부재와 일방적인 갑-을 관계에서 시작되는 권력의 불평등은 결국 사업의 실패로 귀결되곤 한다.

신교통카드 실패가 대표적 사례

이번 서울시가 주관한 신교통카드 프로젝트는 실패한 정보화 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사업에 참여한 국내 최고 수준의 SI(시스템 통합) 업체인 LG CNS 직원들은 혹독한 작업조건을 감내하며 최선을 다해 납품했지만, 결국 시민들의 원성을 피해갈 수 없었다. 과연 이 같은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서울시의 명확한 요구사항 수립의 지연을 꼽을 수 있다. 서울시는 인천시ㆍ경기도ㆍ철도청 등 유관기관과 대중교통 체계 통합안을 협상했으나 버스 준공영제, 대중교통요금 체계개편 등 여타 정책과의 혼선 때문에 타협안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여기에다 시스템 구축의 뼈대가 되는 대중교통 노선체계마저 늦어져 전산 시스템 작업 역시 급박하게 추진되고 말았다(일부 노선의 경우 개통 며칠 전에야 확정됐다는 후문이다).

일반적으로 발주처의 요구사항이 명확하게 수립돼야 시스템 개발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개통을 한 달 정도 앞둔 5월 중순까지도 전체 개발작업이 당초 목표 대비 10% 이상 지연됐다고 한다. 심지어 신교통카드 시스템에 사용될 칩셋은 3주 전에야 결정돼 부랴부랴 독일 중국에서 구매에 나섰다고 하니, 불충분한 테스트와 시스템의 오류는 예고된 인재였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일이지만 이 같은 대형사업의 경우 SI 업체들이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심지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왔다. 이 역시 발주처가 필요한 시스템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 무리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사전 테스트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요구사항의 미정이 일정을 지연시키는 사유가 됐다면, 프로젝트는 당연히 완료일을 연기했어야 옳다.

IT 공공 프로젝트 실패 잦은 까닭은
당시 IT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적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시스템 개통을 앞두고 실•국장이 참석하는 교통대책회의에서 시스템 개통을 8, 9월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교통카드 시스템의 개발 및 구축과정 전반에 대한 감리를 맡은 ㈜한국전산감리원의 이상인 책임감리인은 6월28일 서울시 측에 ‘오픈 불가’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업 주관자인 서울시는 일정 연기를 거부하고 무리하게 진행시켜 7월1일 교통대란을 불러일으켰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LG CNS는 최종 프로그램 수정 및 테스트를 위해 사업과 무관한 다른 부서의 인원들, 심지어 인사부서의 지원인력과 연구원 소속까지 700여명의 직원을 추가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다. 이 사업의 감리결과를 지켜보며 건설공사에서처럼 정보시설 감리인에게도 프로젝트를 중단시킬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어이없는 상황은 공공 부문의 프로젝트에서 특히 빈발하다. 일반 사기업의 경우 시스템이 불안정할 경우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지만 공공기관의 경우는 시민의 불편만으로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 부문의 시스템 구축사업은 참조할 프로젝트가 부족해 더욱 충분한 테스트가 필요한데도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번 1200억원 규모의 신교통카드 사업 같은 초대형 시스템 구축 사업은 대형 토목산업에 비유되곤 한다. IT 개발자들은 오늘도 박봉에 시달리며 험한 건설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묵묵히 한줄 한줄 소스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고생의 결과가 공무원들의 아집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 이 같은 인재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447호 (p66~66)

김영철/ IT 컨설턴트 kyc748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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