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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농촌체험 “우리 또 가요”

감자 캐고 고기 잡고 도시인들 고향의 정 흠뻑 … 농외소득 외 농산물 직거래 등 ‘도-농 상생’

  • 평창=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신나는 농촌체험 “우리 또 가요”

신나는 농촌체험 “우리 또 가요”

농촌 체험여행에 나선 도시 가족들이 강원 평창의 한 밭에서 감자를 캐고 있다.

세상에! 이 뙤약볕에 선풍기, 에어컨 없이도 이렇게 시원하다니….” 7월29일 오후 3시께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3리 찰옥수수마을. 우뚝 솟은 산들이 병풍처럼 사방을 에워싼 첩첩산골 마을이다. 내리쬐는 햇볕이 모든 것을 녹여낼 듯 뜨겁지만 민박집 계촌황토방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진옥선씨(36빊黎 여주)는 황토방에 짐을 풀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씨는 경기 시흥에 사는 동생 옥광씨(34) 가족과 칠순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2013년까지 전국 1000여곳 지정

하릴없이 뙤약볕 아래를 뛰어다니던 아들 장혜진군(11)이 감자 캐러 가자고 자꾸만 보챈다. 황토방 주인집 큰아들 정재현씨(29)가 진씨 일행 10여명을 데리고 물가의 감자밭으로 나선다. 수그러들지 않는 더위에도 아이들은 즐겁기만 하다. 저마다 호미 들고 밭두둑을 타고 앉은 게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모래땅이라 호미를 깊게 긁어 캐야 합니다.” 정씨가 감자 캐는 방법을 설명하자 저마다 따라하지만 쉽지 않다. 어른들은 흉내라도 내지만 아이들의 호미 놀림은 영 어색하다. 아무리 긁어도 감자는 몇 개 딸려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도 모른 채 두둑을 파헤친다. “감자를 처음 캐보는데 정말 신기하다.” 혜진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정재현씨의 어머니가 쌍둥이 감자를 캐내곤 “마산에서 쌍둥이 자매가 왔다갔는데, 그래서 쌍둥이 감자가 나왔는갑다”고 하자 모두 박장대소한다. 금세 호미 놀림이 손에 익었는지 시작한 지 30분 만에 주먹만한 감자들이 수북해진다.

신나는 농촌체험 “우리 또 가요”

감자밭 옆의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한 가족.

진씨 일행은 도시로 돌아갈 때 가져갈 만큼만 감자를 캔 다음 모두 개울가로 몰려간다. 피부에 좋다는 진흙을 몸에 바르기도 하고, 물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기도 한다. 동생네 막내아들 백철종군(8)은 물에서 신발도 잃어버리고 미끄러져 울기도 했지만 금세 또 웃으며 장난질이다. “지난해 여름에도 이곳에 와서 쉬다 갔습니다. 주인집 사람들의 구수한 인정에 옛날 고향집에 와 있는 듯 너무 편하고 좋아요. 반찬을 안 가져와도 다 얻어먹을 수 있고, 천렵에 농사체험도 신기해요. 감자전과 올챙이국수, 피망을 잘라 만든 술잔으로 마을 민속주인 감로주를 맛보면 정말 돌아가기 싫어진다니까요.”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고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농촌체험관광(Green Tourism)이 인기다. ‘그린 투어리즘’을 통해 도시민들은 농촌에서 자연을 즐기고, 농민들은 민박 등의 농외소득뿐 아니라 농산물 계약재배나 직거래를 통해 농산물 판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도(都)-농(農) 간 상생 프로그램의 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부는 2002년부터 그린 투어리즘 사업을 시작해 현재 농림부 등 7개 기관에서 300여곳을 지정해 시설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농촌진흥청의 농촌전통테마마을, 행정자치부의 아름마을, 농협의 팜스테이, 환경부의 자연생태우수마을, 산림청의 휴양마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2013년까지 전국적으로 1000여개 마을을 녹색농촌체험마을(현재 76곳 지정)로 지정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전국 1200여개 면 가운데 1개씩은 체험마을로 선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체험마을이 팔고 있는 ‘체험’의 형태는 두부 만들기, 새끼 꼬기, 송어 잡기, 복숭아 따기, 천연 염색하기, 방울토마토 따기, 도자기 만들기 등 무척 다양하다. 찰옥수수마을(계촌정보화마을븏ww.gyechon.invil.org)에선 7월24~25일 도시인을 대상으로 ‘고랭지 감자의 진수와 청정계곡의 더위사냥’이라는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나는 농촌체험 “우리 또 가요”

도시인들이 평창의 민속주인 감로주를 피망으로 만든 잔에 따라 마시고 있다.

48명(어린이 15명)이 참가한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숯불 바비큐, 간헐천 관광, 감자 캐기와 감자전 해먹기, 옥수수 삶아 먹기, 민물고기 잡기, 토끼 등 짐승 먹이 주기 등 다양한 체험을 했다. 휴가철을 맞아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는 농촌관광 포털사이트인 ‘농촌관광’(www.greentour.or.kr)이나 농촌정보화마을 홈페이지(www.invil.org)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강원 평창의 계촌정보화마을을 비롯해 경기 양평의 신론마을, 충남 홍성의 문당마을, 강원 화천의 토고미마을, 전북 진안의 능길마을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민간사업자들도 농촌관광 가세

신나는 농촌체험 “우리 또 가요”
신론마을(www.sinnon.net)은 2003년 체험마을로 지정된 뒤 농가소득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엔 관광객이 8000여명이나 몰려 전년도에 비해 1000% 이상 늘어났으며, 농특산물 판매도 2002년도에 1200만원에 그쳤던 것이 지난해 4억5700만원이나 됐다. 홍성 문당리는 220만평의 드넓은 논에 오리농법으로 쌀을 재배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도시민과 판매를 사전에 계약한 것이다. 액수로 환산하면 약 100억원 규모. 이 마을 역시 2003년 체험마을 지정 이후 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관광소득이 전년도에는 9600만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2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관광객도 8536명에서 1만1500여명으로 늘어났다. 화천의 토고미마을은 휴전선 인근의 오지마을이지만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상까지 받았다. 2002년 체험마을로 지정된 뒤 1년 만에 관광소득이 2850만원에서 2억3500만원으로 700% 늘어났고, 관광객 수도 100% 늘어나 연간 9000여명이 다녀갔다.

신나는 농촌체험 “우리 또 가요”

진흙 마사지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토고미 오리쌀 등의 농특산물 판매액도 33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의 가능성이 보이자 민간사업자들도 농촌관광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평창군은 그동안 지자체와 농업인에게만 허가했던 농촌관광휴양단지를 민간사업자에게 개방했고, 지스코 그랜뷰 리조트가 처음으로 단지를 조성해 분양하고 있다. 평창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어려운 농촌에 대규모 휴양단지가 들어와서 농촌 체험과 직거래 등을 연결해 농가소득 증대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험마을로 지정된 대부분의 마을들은 아직 큰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처음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도 많아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린 투어리즘은 이제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농림부 조사에 따르면 2002, 2003년 농촌관광을 경험한 이는 응답자의 10.6%에 그쳤고,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두 배 정도의 수요가 예상된다. 따라서 농촌관광 수요가 어느 정도 형성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자원을 개발하고 도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을 관리하는 농어촌기반공사 산하 도농교류센터 서영준 과장은 “그린 투어리즘은 자유무역협정, 도하라운드 등 개방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농촌에서 공동화를 막고 농촌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합하다. 아직은 관광수입 구조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점차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447호 (p58~59)

평창=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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