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3

2004.07.15

‘숨은 입자’ 찾아야 우주 수수께끼 푼다

日 연구팀 ‘중성미자’ 질량 보유 증명 … 과학자들 액시온•윔프 입자 확인에 총력

  •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jyryoo@sciencenews.co.kr

    입력2004-07-08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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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입자’ 찾아야 우주 수수께끼 푼다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일본의 실험장치 `슈퍼 가미오칸데` 내부. 지하 1000m 속에 있다.

    거의 모든 물리학 교과서에서 ‘무게 없는 존재’라고 설명하던 중성미자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졌다(중성미자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 소립자의 하나로 ‘뉴트리노’라 불린다). 정확한 질량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질량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일본 쓰쿠바에 위치한 고에너지연구소 중성미자진동실험(K2K) 국제연구팀에 의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물리학계는 지금까지 금과옥조로 떠받들던 표준모형을 폐기하고, 물리학 이론의 상당 부분을 뜯어고치는 대공사가 불가피해졌다. 과학자들은 이제 중성미자의 질량 크기만 확인할 수 있다면 우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얽힌 수수께끼를 상당 부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비관론도 없지 않다. “과연 중성미자와 지금까지 인간이 밝혀낸 여타 입자들만으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혹시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미지의 입자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입자들이 우리 우주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를 쥐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품은 이들은 계속 새로운 입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인 소립자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수백 종에 이른다. 일일이 입자의 이름을 열거할 수 없자, 과학자들은 이들을 입자의 기본 성격에 따라 ‘게이지장을 동반하는 입자군’, ‘물질과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강입자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경입자군’ 등 3종류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많은 입자들을 총동원해도 우주의 비밀을 푸는 데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도 우주의 질량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이 문제는 결국 우주가 무엇으로 이뤄졌는지를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중요한 입자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주와 삼라만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전 우주 별 합쳐도 겨우 10% 질량

    “우주는 대체 무엇으로 이뤄졌을까?” 이 질문은 우주가 인간에게 던진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다. 우선 우주의 질량을 알아야 성분을 파악할 수 있고, 우주의 나이와 미래에 대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별의 이동 속도를 이용해(질량을 가진 물질은 중력의 영향 아래에 있기 때문에 공전 속도를 알면 별의 질량을 계산해낼 수 있다) 추정해낸 우주 질량은 우주가 던진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전 우주의 별을 모두 합해도 우주 전체 질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의 관측 능력 범위 밖에 있는 별들과 블랙홀까지 포함해도 전체 질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나머지 90%의 무게는 과연 무엇의 질량일까. 결국 과학자들은 이 90%의 질량을 담당하는 입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가정에 의견을 함께했다.



    그러나 계산을 반복하면 할수록 중성미자 역시 우주의 질량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성미자의 한계질량을 모두 더해도 우주 질량의 1%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중성미자의 질량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중성미자는 우주 질량 수수께끼의 후보 입자다.

    계산상 가능, 존재 흔적 찾기 어려움

    과학자들은 중성미자 이외에도 2~3개의 후보를 두고 그 존재를 증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후보는 다름 아닌 액시온(axion)과 윔프(wimp). 특히 암흑물질로 알려진 윔프는 우주 질량 물질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입자로 점쳐진다. 문제는 이들 입자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계산상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먼저 이 입자가 우주에 존재하는 흔적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들 입자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고,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빛도 내지 않는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없는 듯 스스로를 꽁꽁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이 입자를 찾아내는 것은 로또 당첨숫자를 맞히는 일보다도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과학자들은 드물게 일어나는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중성미자 검출방법과 비슷한 방법을 이용해 이들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중성미자도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윔프는 질량은 매우 크나 에너지가 거의 없다. 때문에 특정물질의 핵에 부딪히면, 마치 당구에서의 수구처럼 핵을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들어앉는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세슘과 요오드로 만들어진 거대한 결정을 땅속 깊은 곳으로 가지고 내려가 윔프가 부딪히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윔프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라면, 지구는 윔프의 바다를 헤치면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셈이므로 윔프의 측정량이 계절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마치 배가 물살을 헤치면서 나아갈 때 뱃머리에 물이 거세게 부딪히고 배 뒷전에는 잔잔한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증거를 잡아내면 윔프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윔프와 함께 우주 질량을 결정하는 다른 후보로 액시온이 거론된다. 서울대 김진의 교수가 존재를 예견한 액시온은 전자 질량의 1000억분의 1에 그칠 정도로 매우 가볍지만, 우주를 꽉 메우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우주의 비밀을 풀 기본 입자로서 손색이 없다. 더구나 이 입자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우주 초기질량 분포의 불규칙성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장점도 지닌다. 지금 전 세계 물리학 연구실에서는 이들 입자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분주하다. 물론 노벨 물리학상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상일 것이다. 어쩌면 우주가 던진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를 찾은 셈이니 노벨상이라도 약소할지 모른다. 과연 누가 이 영광을 차지할까. 숨겨진 입자를 찾는 과학자들의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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