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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인스턴트 영웅시대'

입소문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일반인들 책·뉴스·인터넷 등이 도화선 … 뜨고 싶은 전문직은 에이전트 통해 작업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소문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입소문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몸짱 아줌마’ 정다연 씨

‘봄날 아줌마’ 정다연씨는 보통사람’에서 갑작스레 유명인사로 떠오른 대표적 인물이다.

“정말 우연이었죠. 운동 좋아하는 40~50대가 모인 ‘봄날클럽’이라는 동호회가 있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밥을 먹는데 거기서 ‘잘못된 운동법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우리가 나서서 고쳐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제가 그중 어린 편이고, 인터넷에도 능숙한 까닭에 짐을 떠맡게 됐죠.”

그렇게 해서 정씨는 지난해 말 ‘딴지일보’에 자신의 운동법을 담은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딴지일보’ 측에서 “메일만 보고는 모르겠다, 사진을 보내달라”는 주문을 했다. 좀 창피했지만 살 빠지기 전 사진과 최근 사진을 함께 보냈다. 그런데 동네 어린이전문 사진관에서 바벨을 들고 찍은 ‘섹시 사진’이 인터넷에 돌면서 갑작스레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됐다.

“정말 놀란 게, 어떻게 수소문했는지 제가 다니는 헬스클럽으로 스포츠신문 기자, 방송국 프로듀서들이 몰려온 거예요. 탈의실에 3~4시간씩 숨어 있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내가 뭐라고 사람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나’ 싶어 그중 한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했죠.”

입소문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명강의로 유명한 카피라이터 최윤희씨

이것이 ‘화근’이 됐다. 방송국, 신문사, 잡지사는 물론 출판사, 연예기획사, 광고모델 에이전트에서까지 전화가 폭주했다. 메일 박스에는 이러저러한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서까지 메일이 차고 넘쳤다. 지금은 유통업에 종사하지만 한때 연예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했던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남편은 “길게 안 갈 테니 일단 숨어 있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은 이미 커진 다음이었다. 급기야 TV 9시 뉴스에까지 나오면서 ‘보통 아줌마’로서의 삶도 막을 내렸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몸짱 정다연씨, 명강사 최윤희씨 순식간에 유명인사

‘장안 최고의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카피라이터(전 현대방송 홍보국장) 최윤희씨. 토요일에도 2~3회의 강의를 소화해야 하는 최씨를 유명인사로 만든 건 책 출간이었다. 1999년, 최씨는 평범한 주부였다 마흔 다 된 나이에 카피라이터로 새 인생을 살게 된 사연 등을 담은 책 ‘행복, 그거 얼마예요’를 펴냈다. 얼마 후 KBS ‘아침마당’에서 출연 요청이 왔다. 최씨의 특별한 삶, 남다른 인생관, 탁월한 입담과 유머감각은 주부들과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강의와 출연 요청이 이어졌다.

입소문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동성로 시스터즈’

연예인 중에도 ‘우연히’ 스타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적지 않다. ‘롯데리아 걸’로 뜬 남상미, 고3 시절 수능 관련 인터뷰 장면이 뉴스에 나오는 바람에 기획사들의 집단 러브콜을 받은 한가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이름’을 얻는 데는 전문 에이전시의 치밀한 기획이 큰 몫을 차지한다.

올 초 SBS ‘최수종쇼’의 ‘기쁜 우리 노래방’ 코너를 통해 전국적 유명세를 얻은 ‘동성로 시스터즈’. 이들이 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 역시 인터넷이었다. 대구 계명대 무용과에 다니는 세 여대생이 노래방에서 찍은 ‘엽기 동영상’이 ‘핑키스타’라는 사이트를 기점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면서 마침내 SBS 관계자들 눈에까지 띈 것. ‘핑키스타’ 측은 “처음부터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재미로 동영상을 올린 수많은 팀 중 ‘동성로~’가 유난히 눈에 띄었고 마침내 공중파까지 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 여대생 중 한 명인 박수란씨는 ‘핑키스타’ 소속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입소문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황수관 전 연세대 의대 교수

입소문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정혜신 신경정신과 전문의



요즘은 연예인이 아닌 전문직 종사자들도 에이전트를 통해 유명세 얻기에 나서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계다. 의료전문 홍보대행사 등을 통해 미디어 노출을 노리는 것. 대행사들은 기자와 의뢰인을 직접 연결하거나, 아예 광고비를 지불하고 특정 지면을 사 의학칼럼을 싣는 등의 방식으로 의사를 ‘유명인’으로 다듬어간다. 이렇게 얻은 유명세가 병원 매출 신장에 큰 영향을 끼침은 물론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TV 프로그램 출연이다. 제작진이 개인적 인맥을 통해 출연 의사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요즘은 전문 홍보대행사의 추천을 받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전문지식도 지식이지만 대행사의 도움을 받는 의사들은 외모와 언변, 준비된 멘트 등이 아무래도 낫기 때문이다.

뜨고 나면 검증에 시달려 … 철저한 자기관리 필요

‘베스트 클리닉’ 이승남 원장은 2년 전부터 SBS의 ‘맨투맨’, MBC의 ‘찾아라 맛있는 TV’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일약 의료계 유명인사가 됐다. 이원장은 2년 전 의료 홍보대행사 ‘마콜’과 계약을 맺으면서 미디어에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제 치료법을 널리 알리고 싶은데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런 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제가 방송 출연이 잦다 보니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는 동료들도 꽤 있어요. 개중에는 ‘협찬비를 내면 방송에 출연시켜주겠다’는 식의 사기에 속아 넘어간 이들도 있는 듯하고요.”

연예인이 아닌 경우 책 출간, 입소문, 인터넷에서의 유명세 등을 통해 ‘실마리’가 마련되면 미디어가 개입한다. 우선 지방신문이나 전문지, 대학신문 등 소규모 매체에 등장하다 종합잡지, 중앙일간지 등에 기사화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 이렇게 되면 방송사가 관심을 갖고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온다. 광고대행사, 강사 전문 공급업체 등도 눈독을 들인다.

수많은 히트 자서전을 기획한 ‘도서출판 고즈윈’ 고세규 대표는 “미디어에 소개된 이들 외에, 여러 사람에게서 동시다발적으로 ‘얘기된다’는 추천이 들어오는 인물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아침마당’ 이은미 PD는 “시청자들의 자천타천이 워낙 많다. 다른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인물을 데려다 쓰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발굴해 다른 쪽에서 ‘스타’로 크는 모습을 본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대 허행량 교수(신문방송학)는 “유명인이 되기 위해서는 5가지 변수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타고났거나 후천적으로 갈고 닦은 특별한 재능, 남다른 노력, 에이전트 등 적절한 전문가 집단(게이트 키퍼), 그 게이트 키퍼와의 궁합, 그리고 운”이라고 설명했다.

“유명세는 상업적 파워와 직결됩니다. 누구든 유명인의 길로 들어서면 그중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받는 보상을 목표로 삼게 되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진짜 ‘내공’이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명사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내공이란 단순히 전문 분야에서의 실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최윤희씨는 “콘텐츠 파워, 노하우가 아닌 노후(Know Who), 인간성, 건강 등이 두루 받쳐줘야 긴 생명력을 누릴 수 있다. 사람들은 ‘저 친구, 실력도 없으면서 갑자기 떴다’는 식의 얘기들을 하지만, 일단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면 아주 맹탕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입소문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한기범(농구)

입소문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김동성(쇼트 트랙)



최씨는 이어 “입소문이라는 게 정말 무섭다. 시한부가 아닌 앙코르로 이어지는 ‘유명세’를 원한다면 철저한 자기관리를 한시도 늦춰서는 안 된다. 특히 성숙한 인격, 원만한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유명인이 되고 나면 끝없는 검증에 시달려야 한다. 정다연씨도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사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일종의 통과의례인 셈이다. 정씨는 “솔직하고 겸손한 게 최고인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유명인사 검증 시스템은 매우 취약한 편. 방송강의 등으로 유명한 한 교수는 “매스컴의 힘이 정말 무섭더라. 거기 한번 나왔다는 것만으로 강사료가 뛰고 대우가 달라져 정말 놀랐다. 미디어가 한 개인에게 엄청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빨리 달아오른 만큼 잔인할 정도로 빨리 식는 게 우리나라의 ‘명사 소비구조’다. 미디어의 검증에 한계가 있다면 스스로라도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잘 알고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443호 (p16~18)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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