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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와 강삼재 ‘승부 원점으로’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YS와 강삼재 ‘승부 원점으로’

YS와 강삼재 ‘승부 원점으로’

엇갈린 운명?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과 강삼재 전 의원.

3년 6개월간 벌인 사투 결과는 1승1패.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강삼재 전 의원은 여유를 찾고 웃는 반면,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얼굴은 굳어졌다. 얼굴 표정으로만 본다면 3차전의 향방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YS의 패배다. 그럼에도 YS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과연 그의 침묵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7월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이른바 ‘안풍 사건’과 관련해 국고 손실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의원과 김 전 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차장이 안기부 계좌에서 빼낸 940억원이 외부에서 유입된 돈일 가능성이 높고, 설사 예산이라고 해도 회계상 이미 조작된 돈을 사용한 데 대해 횡령죄를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논리에 따라 강 전 의원을 횡령과 국고 손실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횡령과 국고 손실을 모두 인정한 1심과 정반대다. 법조계에서는 강 전 의원이 빼든 비장의 승부수인 ‘YS 관련 카드’가 판을 뒤집은 것으로 보고 있다. YS의 ‘정치적 아들’ 격인 강 전 의원이 YS에게 겨눈 칼은 실로 날카로웠다. 칼날을 잡은 YS는 잘못하면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많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YS 비자금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다. 검찰로선 어떤 형태로든 YS에 대한 조사를 비롯해 전면적인 재수사가 불가피해진 것.

이미 정치권에서는 안기부 자금이 YS 비자금, 즉 대선잔금이나 당선축하금이었다는 미확인 보도에 무게를 실은 지 오래다. 상도동도 이런 시중 흐름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YS 측은 의혹 제기에 침묵으로 대응했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사실임을 웅변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강 전 의원은 당초 “무덤까지 갖고 갈 비밀”이라며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천문학적인 추징금 등에 기가 질려 천기를 거스르며 YS를 물고 넘어졌다.

외형상 강 전 의원의 폭탄 돌리기지만 궁지에 몰린 강 전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윈-윈 게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강 전 의원도 살고, YS도 살 수 있는 상생의 수라는 것. 대선잔금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엔 해당하지만 공소시효(3년)는 이미 지났다.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뒤집고 대가성 여부까지 밝혀내야 한다. 또 검찰이 기존 주장을 고수하고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사건의 실체는 영원히 미궁에 빠지게 된다.



안풍 사건의 큰 줄기는 940억원이라는 거금이 1995~96년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 전 의원을 통해 신한국당에 입금됐고, 이 돈이 96년 총선자금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돈이 어디에서 흘러나왔느냐’가 사건의 핵심이다. 강 전 의원은 1심에서 ‘돈의 입구’에 대해 함구,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실체적 진실을 까 보이는 승부수를 띄워 일단 생환한 것.

상도동은 항소심 판결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YS는 이날 오전 상도동 자택에서 비서진들에게서 고법 판결 내용을 보고받았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사 YS는 40여년 동안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혀왔다. 이번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강 전 의원의 폭탄 돌리기에 YS는 계속 침묵만 지킬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443호 (p10~11)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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