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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

‘가격 or 품질’ 농산물 그것이 문제로다

  • 김재준/ 국민대 교수 jjkim@freechal.com

‘가격 or 품질’ 농산물 그것이 문제로다

‘가격 or 품질’  농산물 그것이 문제로다

먹음직스러운 두부가 놓인 상차림. 우리 콩으로 만든 두부는 수입 콩으로 만든 두부보다 단백질 함량이 많고 맛이 뛰어나다.

5월13일 제17대 초선의원 의정 연찬회에서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이 환영사를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와 가장 먼저 악수를 건넨 상대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당선자였다. 그러나 강 당선자는 두 손을 뒤로 한 채 끝내 악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의장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강 당선자는 “박의장이 4월1일 경제단체장들과의 모임에서 칠레산 와인으로 건배했다. 이는 농민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다. 어떻게 그런 사람과 손을 잡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6월9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노동당 의원단의 청와대 만찬장. 건배주로 복분자술이 나왔다. 누군가가 “강기갑 의원이 농민운동가 출신인 줄 알고 복분자 술을 내놓았느냐”고 조크하자 노대통령은 “보통은 만찬 때 와인이 나온다. 왜 차별하느냐고 실무자에게 물어봤더니 ‘복분자술이 더 비쌉니다’라고 하더라”고 응수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얼마 전에 체결된 상황에서 농민운동가 출신인 강의원의 행동은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언론 홍보 효과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격 or 품질’  농산물 그것이 문제로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한-칠레 FTA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공개 만찬에서 칠레산 와인으로 건배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의 악수를 거부했다.

외국 농민들은 시장개방에 반대하는 시위를 할 때 우리보다 훨씬 더 격렬하다. 먹을거리를 손상하는 행위를 거의 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 농민들은 도로에 트럭 수십대 분량의 토마토를 깔아 교통을 마비시키기도 하고, 쌓아놓은 농산물을 불태우기도 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삼성 이건희 회장이 전자제품에서 불량품이 계속 나오자 운동장에 500억원어치의 제품을 쌓아놓고 불도저로 밀어버렸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그 결과 불량률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때로는 과격한 퍼포먼스도 필요한 것이다. 우리 농산물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우리 농산물은 우리 땅에서 자라 한국인의 체질에 잘 맞고, 수입 농산물보다 맛이나 영양도 좋다. 수입 농산물에는 아무래도 농약이 더 많이 뿌려져 있을 것이다. 요즘같이 먹는 데 신경을 많이 쓰는 세상에서는 농약 없이 키운 유기농 농산물들이 환영받고, 식료품 매장 한 곳에 따로 배치돼 비싼 값에 팔리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만 봐도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은 분명히 드러난다.

‘가격 or 품질’  농산물 그것이 문제로다

‘서민의 술’인 소주에도 수입산 타피오카가 주정으로 쓰인다.

특히 우리 콩은 수입 콩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많고 맛이 뛰어나다. 또 된장, 청국장을 만들기 위해 발효시킬 때 발효 비율도 월등하다. 콩나물 콩의 경우에도 수입 콩은 우리 콩보다 발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콩은 단백질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등산객들이 하산하는 길에는 유난히 두붓집이 많다. 북한산 구기동이나 설악산 학사평의 두붓집들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시골 손두부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는 구기동 두부촌의 ‘할머니 두부집’(02-379-6276)이 추천할 만하다. 모양은 투박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 먹음직스러운 두부를 나는 간장에 찍지 않고 그냥 먹는다. 우리 콩으로 만든 두부의 소박함이 아주 좋다. 맛도 수입 콩으로 만든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소비하는 콩의 90% 이상이 수입 콩일 만큼 수입 콩에 의존하고 있다. 도대체 왜? 답은 비싸니까.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강기갑 의원도 소주로 건배하는 것을 거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국내 생산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의 60% 정도가 수입재료(주로 타피오카)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왜? 역시 국산 곡류, 고구마가 비싸니까! 올해 보리가 풍년이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보리 생산량이 너무 많아 농림부가 곤란해하고 있다고 한다. 대안 중 하나로 나온 것이 주정용 보리 소비를 늘리는 것. 하지만 또 값이 문제다. 국산 보리의 값은 수입 타피오카의 7배를 넘는다. 따라서 국산 보리를 많이 쓰면 쓸수록 소주 값 인상이 불가피해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가격 or 품질’  농산물 그것이 문제로다

농림부는 우리 보리를 주정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값이 문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보리 파동을 막기 위해 소주 주정 원료로 국산 보리를 사용하면 소주 값이 인상되어 세상살이의 시름을 잊으려 소주를 마시는 서민들에게 부담이 떠넘겨진다. 소주도 결국은 외국 원료로 만드니 수입농산물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농산물이 좋다고 해서, 우리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해서, 농산물 수입을 막는 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면 그 값을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에게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이런 좋은 점이 있는 반면 당신의 주머니는 이만큼 가벼워집니다”라는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결국 농산물 수입개방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느냐’ 하는 문제와 연관이 있다. 우리 농산물을 지키는 일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더 비싸더라도 우리 농산물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에 의심이 가도 값싼 외국 농산물을 선택할 것인지가 우리 농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4.06.24 440호 (p90~91)

김재준/ 국민대 교수 jjkim@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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