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0

2004.06.24

뇌로 가는 혈 ‘펑’ 만성피로 굿바이

정확한 진단 증상에 맞는 처방 입소문 … 갑자기 핑 어지럼증 치료도 최고 수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6-17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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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로 가는 혈 ‘펑’ 만성피로 굿바이

    국보한의원 양회정 원장이 어지럼증 환자의 막힌 혈자리를 침으로 뚫어주고 있다.

    회사원 김상중씨(43)는 최근 1년간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 언제나 나른한 게 머리가 무겁고, 의욕이 없는 증세가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울렁거리고 열이 오르면서 머리까지 지끈거려 출근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유 없이 목안이 자주 아픈 김씨는 목과 겨드랑이 주위 림프선에 통증을 느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또 조금만 일을 하면 목덜미나 어깻죽지에 근육통이 오고 팔다리가 저리며 가벼운 운동에도 심한 피로감을 느껴 직장에 가기조차 두려웠다. 푹 쉬어도 증상은 개선되지 않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도 “별 이상이 없다”는 말뿐, 갖은 보약을 먹어봐도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

    6개월 넘게 육체·정신적 탈진 현상

    국보한의원(서울 강동구 천호동) 양회정 원장은 김씨의 질환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양원장이 말하는 만성피로증후군은 과도한 일과로 육체적, 정신적 탈진상태가 6개월 넘게 지속되는 현상. 김씨는 양원장에게서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침을 맞은 뒤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느꼈다. 양원장은 “만성피로증후군은 뇌로 가는 혈이 어떤 이유로 정체돼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침으로 막힌 혈을 뚫어주고, 혈의 순환을 활성화해주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씨의 만성피로증후군은 양원장의 침 치료와 정체된 혈을 풀어주는 순수 천연약재를 석 달간 복용한 뒤 말끔히 사라졌다.

    양원장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 가운데 3분의 2가 넘게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등 신경계의 이상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그냥 좋아지겠지 하고 무시하다간 점차 두뇌 기능에 이상이 오면서 심하면 장소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잃고, 면역반응 이상으로 류머티스성관절염에 걸릴 수 있는 등 상당히 위험한 질병”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성장 지연은 물론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때문에 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들은 자가면역 질환, 암, 간염, 당뇨병 등 다른 질병의 증상과 혼동되는 부분이 많아 효과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양원장의 지론. 양원장은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을 기허(氣虛·기 부족), 혈허(血虛·피 부족), 음허(陰虛·음기 부족), 양허(陽虛·양기 부족), 기울(氣鬱·기 정체), 어혈(瘀血·혈액순환 장애), 수체(水滯·진액 정체) 등으로 나누고 원인에 맞게 처방한다.

    국보한의원은 어지럼증 분야에서도 최고 수준의 치료 사례와 경험을 보유한 전문클리닉이다. 사실 만성피로증후군과 어지럼증은 뇌의 혈액순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같은 계통의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 설사 빈혈이라 해도 어디에서 혈액이 새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 어지럼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

    환약 ‘뇌력’ 체질별로 투약 좋은 효과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거나 길을 걸어갈 때 갑자기 하늘이 빙빙 돌고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 오래 서 있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시야가 흐려져 외출하기가 두렵다.”

    만약 이런 증상을 자주 느낀다면 일단 어지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어지럼증은 한자어로 ‘현훈(眩暈)’이라고 하는데, 시야가 흐리고 머릿속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말한다.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뇌혈관 장애의 증가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빈혈, 과로로 인한 기력 저하, 우울증이나 공포 등의 정신신경과적인 문제, 뇌경색이나 뇌출혈,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전정신경계의 문제 등 매우 다양한데, 이는 모두 뇌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뇌로 가는 혈 ‘펑’ 만성피로 굿바이

    만성피로증후군과 어지럼증의 치료는 정확한 원인 진단에서 시작된다.

    “혈액은 자고 있을 때나 정신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나 별 차이가 없지만 어떤 이유로든 혈액에 산소가 줄어들거나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아지면 증가합니다. 이때 평소 심장에서 나온 혈액의 20%를 공급받던 뇌는 부족한 산소를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혈액의 양(혈류량)을 늘리지만 이는 결국 역효과를 일으킵니다. 혈관은 그대로인데 혈류량만 증가하다보니, 뇌 내부의 혈압은 증가하고 뇌동맥의 혈류 속도는 오히려 더 느려지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거죠.”

    양원장은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기전을 이렇게 설명한다. 따라서 뇌의 정체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면 어지럼증은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셈. 하지만 뇌의 원활한 혈액순환은 맑은 피와 양질의 동맥, 정맥, 굳지 않은 부드러운 두개골 주변의 근육이 확보돼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이들 조건만 충족되면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그에 따르는 두통, 이명, 난청, 만성적인 피로감, 우울증 등도 함께 해소된다.

    뇌로 가는 혈 ‘펑’ 만성피로 굿바이

    국보한의원에서 개발한 어지럼증 치료제 ‘뇌력’.

    양원장은 “어지럼증은 치료받을 곳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전문의료진을 만나지 못하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어지럼증은 빙빙 도는 회전성과 비회전성 여부 및 수반 증세에 따라 원인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완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보한의원에서는 어지럼증을 원인에 따라 4가지로 나눠 치료한다. 속에 생긴 열이 간의 음기를 손상시켜 간의 양기가 머리 쪽으로 올라간 상태, 장기출혈로 인해 기혈이 소모되거나 소화기관이 약해 뇌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 신장의 정기가 부족해 골수가 생성되지 않고 뇌척수액이 부족한 상태, 고지방·고열량 식사로 비위기능이 상해 습과 담이 맑은 양기가 머리로 올라가는 것을 막고 있는 상태가 바로 그것. 양원장은 “어지럼증은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다른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동시에 위의 네 가지 방법을 함께 적용한다”고 설명한다.

    뇌로 가는 혈 ‘펑’ 만성피로 굿바이

    국보한의원 내부 모습.

    예를 들어 중풍과 같이 뇌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중풍 치료를 위주로 하고, 어지럼증이 있으면 원인이 위의 네 가지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관찰해 그에 따라 치료한다는 것.

    특히 국보한의원에서 처방하는 ‘뇌력(腦力)’이라는 환약은 어지럼증은 물론 두통, 만성피로증후군, 우울증, 공황장애 등에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에 좋은 약재들을 특성에 따라 감식초 발효, 술 발효, 누룩 발효 등을 통해 효력을 증가시켜 만든 뇌력은 환자 체질에 따라 처방을 달리함으로써 허약한 장부를 강화하고 환자의 몸을 질병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킨다. 양원장은 어지럼증 치료에 만성피로증후군처럼 순수 천연약재와 함께 침과 뜸을 활용한다. 머리가 아프면서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에는 목과 머리 부위에 침을 놓고 소화불량, 구역질, 어지러운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복부에 침을 놓거나 뜸을 뜨면서 사지의 관문이라고 하는 사관혈을 치료한다. 주로 기운이 약해서 어지럼증이 생긴 경우에는 ‘족삼리(足三里)’나 ‘삼음교(三陰交)’ 부위에 뜸을 뜨면 효과적이다.

    뇌의 혈액순환에도 머리 부위의 경혈인 태양, 백회, 천주, 풍지, 하관 등에 적절한 침을 놓음으로써 치료 기간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양원장은 “뚜렷한 질병을 동반하지 않은 어지럼증의 경우 적극적인 치료방법이 없지만, 한의학에서는 증후별 특징만으로도 적합한 약재를 처방하고 변증(辨證)이라는 치료술을 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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