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퀘벡주 분리 압력 당분간 “휴~”

4·14 퀘벡주 총선에서 자유당 완승 … 다수의 캐나다인 반기지만 불씨는 여전

  • 황용복/ 밴쿠버 통신원 ken1757@hotmail.com

퀘벡주 분리 압력 당분간 “휴~”

퀘벡주 분리 압력 당분간 “휴~”

퀘벡주의 분리독립 문제는 캐나다 연방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캐나다 연방정부에 모처럼 좋은 일이 있었다. 4월14일 실시된 퀘벡주 총선에서 퀘벡 분리운동의 엔진이자 집권당이던 퀘벡당이 패배하고 자유당이 완승을 거둔 것이다. 자유당이 집권함으로써 한동안 캐나다 연방정부, 나아가 대다수 캐나다인들은 퀘벡 분리 문제에 대해 한시름 놓게 됐다.

퀘벡 분리운동은 연방국가인 캐나다를 짓누르는 거대한 압력이다. 중동의 쿠르드족, 스페인의 바스크족, 스리랑카의 타밀족 등 세계 도처에 똬리를 틀고 있는 분리독립을 꾀하는 세력 가운데서도 퀘벡주 독립은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즉 다른 지역의 분리운동은 해당 지역을 분리해 신생국 하나를 만드는 식의 분리에 그치겠지만, 퀘벡주 분리는 캐나다의 와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캐나다 연방주의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퀘벡 분리운동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퀘벡 주민의 대다수는 분리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믿고 있으며, 그러한 믿음에 힘입어 지난 20여년간 퀘벡당이 여러 차례 주정부를 장악할 수 있었다. 퀘벡당 집권 하의 주정부는 분리 문제를 놓고 1980년과 95년 두 차례에 걸쳐 주민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두 번 다 부결됐지만 두 번째 투표 때는 찬성 비율이 49.4%에 이르러 연방정부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당시 퀘벡당은 과반수의 찬성만 얻으면 연방과의 협상 없이 일방적 독립선언도 불사할 기세였다. 이후 퀘벡당은 언제고 독립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는 시점에 다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당론을 유지하고 있다.

분리 공약 퀘벡당 20여년간 집권

퀘벡주 분리 압력 당분간 “휴~”

퀘벡주 자유당 당수인 장 샤레스트. 4월14일 총선에서 분리독립을 외치는 퀘벡당을 밀어내고 집권에 성공했다.

과거 퀘벡 분리운동은 영국계 지배, 프랑스계 피지배라는 신분에 대한 불만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그 문제가 거의 해소된 지금은 문화적 소외를 내세우고 있다. 즉 영어계 중심으로 나라의 틀이 잡혀가는 과정에서 분리주의자들 사이에 퀘벡의 문화와 언어가 소멸돼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진 것이다.



한때 분리주의자와 연방주의자는 전쟁 직전의 상황까지 간 적도 있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 퀘벡공화국 수립을 위한 반란이 일어났고, 캐나다 연방 건국 후에도 여러 차례 대립이 격화됐다. 60년대 후반에는 과격 분리주의자들이 끊임없이 테러를 자행해서 계엄령이 선포되기도 했다. 그 후 지금까지 폭력적 분리운동은 사라지고 68년 결성된 퀘벡당을 중심으로 장내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퀘벡주 분리운동은 왜 캐나다 연방의 근간을 흔들 만큼 위험한가. 캐나다는 면적 998만km2(남한의 약 100배에 달한다)에 약 3100만명이라는 비교적 적은 인구가 살고 있다. 이들은 퀘벡을 포함한 10개 주와 3개 영역에 분산돼 있다.

이들이 캐나다라는 한 지붕 안에 들어오게 된 역사는 매우 짧다. 캐나다는 대륙에 가까울 정도로 면적이 넓다 보니 인접한 주라 해도 아시아나 유럽의 기준에서 보면 외국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각 주는 연방의 구속이나 인접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스스로 정부를 구성해 각종 민생문제를 처리해왔다.

캐나다 연방과 주정부의 관계는 한국 중앙정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다. 캐나다 주정부들은 연방정부를 상급기관으로 이해하기보다 각 주정부의 연합체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연방의 국민에 대한 통치 행위는 외교·국방·통화정책 등 몇 가지 분야로 한정되고 나머지 권한은 주정부에 있다. 캐나다인들의 민생은 연방정부보다 주정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그래서 캐나다인들은 자신이 사는 주에 대한 정치적 충성심이 매우 높다.

캐나다는 같은 연방제 국가인 미국·독일 등 다른 선진국보다 연방의 구심력이 훨씬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주 작은 목소리이긴 하나 퀘벡 외에 앨버타나 뉴펀들랜드 같은 곳에서도 분리독립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퀘벡이 떨어져 나갈 경우 연방의 구심력은 더욱 약화돼 다른 지역의 분리운동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이를 막으려면 연방정부가 각 주에 지금보다 더 많은 자치권을 주어야 하지만 이 경우 연방은 ‘직원 몇 명이 일하는 연맹체 사무국’ 정도로 격하할 것이다.

더 비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캐나다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부서진 캐나다의 파편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최강 세력인 미국에 흡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다수 캐나다인들은 자기 나라의 문화와 가치관이 미국과 다르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러나 퀘벡 문제와 상관 없이도 캐나다는 얼마 안 가 미국에 합병될 수밖에 없다고 보거나,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이번 퀘벡주 총선에서 총 125개 의석 중 76석을 자유당이, 45석을 퀘벡당이 차지했다. 곧 주(州)수상이 될 자유당 장 샤레 당수(44)는 젊은 데다 강력한 연방주의 정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 나아가 퀘벡 분리에 반대하는 대다수 캐나다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퀘벡 인구 약 700만명 중 82%가 프랑스어계이고 나머지는 영어계 또는 제3국어를 쓰는 이민자들이다. 영어계 또는 제3국어계 주민들은 대부분 퀘벡 분리에 반대한다. 프랑스어계 주민 중에서도 분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여서 이번 총선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주간동아 383호 (p58~59)

황용복/ 밴쿠버 통신원 ken1757@hotmail.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94

제 1294호

2021.06.18

작전명 ‘이사부’ SSU vs UDT ‘강철부대’ 최후 대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