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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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코 한코 예술로 짜낸 ‘새하얀 유혹’

  • 글·사진/ 전화식 다큐멘터리 사진가 utocom@kornet.net

    입력2003-03-27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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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코 한코 예술로 짜낸  ‘새하얀 유혹’

    레이스로 만든 옷을 비롯해 갖가지 레이스 용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위). 화려하고 섬세한 레이스로 한껏 멋을 부린 여인.

    천 위에 무늬를 수놓는 자수와 달리 비침무늬를 만들어내는 레이스는 레이스용 코바늘 또는 보빈 등의 기구를 사용하여 뜬 편물을 말한다. 레이스는 한여름 무거운 커튼을 대신하여 창을 장식하거나 탁상 위를 장식해왔다. 바람이 따뜻해지고 태양볕이 뜨거워지는 계절이면 생각나는 레이스. 통기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워 유럽에서는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레이스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역사적인 인물이 있다. 나폴레옹 황제가 바로 그 주인공. 자신의 마차를 온통 손으로 짠 레이스로 치장하고 그것도 모자라 로마교황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천m에 이르는 벨기에 산 레이스를 특수제작하여 선사하기도 한 인물이다.

    레이스는 이런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명품으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싶다. 그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행커치프, 쿠션, 커튼, 테이블클로스, 깃, 옷자락의 장식, 여름용 부인복, 아동복은 물론이고 심지어 속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의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폴레옹이 벨기에 산 레이스를 선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벨기에만큼 레이스를 정교하고 아름답게 제작하는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수의 최고’

    한코 한코 예술로 짜낸  ‘새하얀 유혹’

    운하의 도시인 브루게는 아기자기한 멋이 돋보이는 곳이다.

    레이스는 이집트에서 발견되었을 정도로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섬세하고 화려한 레이스 종류, 예를 들어 기하학무늬, 자연무늬, 꽃무늬, 당초무늬 등이 고안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수도원에서였다. 레이스의 인기는 이후에도 계속되어 프랑스 루이 왕조 시대에는 궁전 의상으로까지 선택되었고 남성들도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된 옷을 입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수요가 많으면 더욱 발전하게 되는 법. 이 과정에서 각지에서 독특한 레이스가 만들어져 현재의 다양한 레이스 기법이 확립됐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로 대량생산되는 값싼 제품과의 경쟁 속에서도 수제품 레이스의 맥은 끊기지 않았는데, 1920년경부터는 레이스 산업이 쇠퇴기를 맞이했다. 때문에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생산하고 있지만 기념품으로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벨기에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레이스 전통기술의 유지와 레이스 산업의 부활을 위해 양성기관을 설립하여 명맥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여기에 창작 레이스 예술가들도 가세해 전통기술을 현대에 되살리려 분투하고 있다.

    벨기에 레이스 산업이 빛을 발한 때는 18세기 무렵. 벨기에와 프랑스가 레이스 공업의 중심이 되어 기술 향상에 노력한 때다. 이때 레이스의 무늬는 섬세하고 우아한 미를 완성하게 되는데, 그것이 로코코 레이스다. 그물코를 극도로 가늘게 하는 최고의 기술도 이때 완성됐다.

    레이스는 그 기술의 특성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뉜다. 니들포인트 레이스, 보빈 레이스, 엠브로이더리 레이스, 기계 레이스, 케미컬 레이스가 그것이다.

    니들포인트 레이스는 유럽식 레이스 뜨기의 하나로 니들메이드 레이스, 니들 레이스라고도 부른다. 틀에 천을 붙이고 그 위에 도안을 그린 본을 놓은 다음, 도안의 윤곽을 코칭 스티치로 고정시켜 한 바늘씩 복잡한 무늬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이것은 버튼홀 스티치와 브리지 등의 컷워크 기법을 이용하여 공간을 메워가는 실 레이스 뜨기 중 가장 독특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레이스는 16세기경 이탈리아에서 색실 자수 대신 흰 실을 사용한 데서 시작되었는데, 프랑스의 알라손, 벨기에의 브뤼셀 등지로 전해졌다. 특히 브뤼셀과 베네치아 산이 유명하여 당시 유럽의 귀족이나 상류사회 사람들의 옷에 주로 사용되었으며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주로 실내 장식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코 한코 예술로 짜낸  ‘새하얀 유혹’

    레이스를 판매하는 상점 내부(왼쪽). 전통적인 방법으로 정성스럽게 레이스를 짜는 할머니의 모습.

    보빈 레이스는 보빈에 감은 네 가닥의 실을 비틀거나 교차시키거나, 얽어 만드는 레이스 기법으로 필로 레이스, 본 레이스라고도 한다. 보빈 레이스의 기원은 3세기경 콥트인(Copt·그리스도교도)의 분묘에서 발견된, 실을 감은 보빈 작품이라고 한다. 13세기에 들어와서는 제노바의 여자 수도원에서 주로 만들어 썼는데, 교회의 괘포(掛布)나 수도사의 옷 일부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다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 남녀 귀족 구별 없이 널리 사용하면서 점차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이 레이스에 사용되는 실은 주로 무명과 삼이며, 명주실이나 금은사도 사용된다. 사용도구로는 보빈·필로·핀·형지(型紙) 등이 있으며, 그중 보빈은 원래 나무나 기다란 막대기의 위쪽을 가늘게 하여 실을 감고 아래쪽은 원뿔 모양으로 만든 것인데, 최근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엠브로이더리(자수) 레이스는 네트나 리넨 천에 레이스풍의 모양을 내는 자수를 일컫는 것으로, 넓은 뜻의 레이스로 간주되고 있다. 조젯·론 같은 얇은 직물이나 튤 같은 그물천에 속이 비치는 무늬를 수놓은 레이스가 이에 속한다. 1838년에 스위스인 J.하일만이 이러한 레이스를 짜는 기계를 만들었는데, 여성용 블라우스나 드레스, 커튼 등에 사용된다.

    레이스 편물기계를 사용하여 레이스 뜨기를 한 제품도 레이스에 속한다. 원래 레이스는 장식적인 것이지만 기계 레이스를 통해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깃·소매·옷자락 장식, 부인복·아동복, 이외에도 행커치프·쿠션·커튼·테이블클로스 등 많은 부분에 다양하게 사용되어 레이스의 대중화에 기여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케미컬 레이스는 기계로 수놓은 다음 약품에 적시어 바탕 천을 용해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벨기에에는 여전히 레이스 가게가 많이 있다. 예전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벨기에인들은 그림을 도안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름다운 문양을 뽐내는 레이스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선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은 레이스 산업의 부흥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맑은 하늘을 이고 서 있는 고풍스런 건물 사이에 걸린 기하학적 무늬의 새하얀 레이스들.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벨기에 사람들의 꿈도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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