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내면을 ‘손 떨림’으로 완벽히 표현한 니콜 키드먼의 연기가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
11년을 함께한 톰 크루즈와의 결별과 소송, 연이은 스캔들과 유산 등 현실이 ‘지옥’이었다면, ‘디 아더스’ ‘물랭루즈’ ‘디 아워스’로 이어진 배우로서의 삶은 ‘천국’ 그 자체였다.
어린 시절 그는 키만 삐죽한 ‘못생긴 소녀’였다. 열등감과 고독을 달래기 위해 텅 빈 극장에서 연기 연습을 시작한 게 배우가 된 계기. 빨강머리와 멋 없이 큰 키가 부담스러운 못생긴 소녀에게 연기와 영화는 열등감을 던져버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니콜 키드먼은 노력파 배우로 유명하다.
아역배우 시절엔 다른 배우들의 대사까지 죄다 외웠을 정도. 지금도 새 영화를 시작할 때마다 배역을 위해 방대한 분량의 책 읽기에 나선다. ‘여인의 초상’에선 배역을 위해 꽉 조이는 코르셋을 항상 입고 생활하다 병원에 실려 갔고, ‘물랭루즈’를 찍을 때 다친 무릎은 아직도 온전치 않다.
‘디 아워스’에서도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보철 코를 붙여 화제가 됐다.
니콜 키드먼에게 오스카를 안긴 ‘디 아워스’는 베를린영화제에서 3명의 여자 주인공(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줄리안 무어)에게 동시에 여우주연상을 선사한 수작. 이 영화는 시대배경이 다른 세 여자 주인공의 하루를 통해 보편적인 여자의 일생을 묘사한 작품이다.
니콜 키드먼은 ‘디 아워스’에서 동공의 초점을 잃은 채 ‘자기만의 방’에 빠져드는 울프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아카데미상 수상에 앞서 ‘디 아워스’의 울프 역으로 골든글로브,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