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8

..

‘한국어 연구’ 펴낸 우리말 지킴이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3-03-27 14:1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어 연구’ 펴낸 우리말 지킴이
    “해방된 지 4년밖에 안 돼 우국지정이 넘치던 시대였지. 연애도 죄악시할 만큼 할 일이 많았던 때라 젊은이들 대부분 법과나 상과를 택했어요. 국문과라고 하면 ‘평생 맞춤법이나 따져라’라는 소리를 들었죠.”

    강신항 성균관대 명예교수(73)는 1949년 서울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후 훈민정음 이전의 우리말 연구에 푹 빠졌다. 그리고 평생 친구인 이기문 서울대 명예교수(73)를 만났다. 이들을 중심으로 정연찬(74), 채훈(74), 김완진(72), 이승욱(72), 정기호(72), 김열규(71), 안병희(70), 성백인(70) 등 전쟁통에 서울대 국문과에 들어온 49∼52학번들은 부산 피난시절부터 모이기 시작해, 환도 후 1957년에 동인지 ‘국어연구’를 창간했다(이 학술지는 지금도 서울대 국문과 석사논문 게재지로 발간되고 있다). 모두 술을 못 마시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모여서 공부나 하자고 시작한 일이 ‘국어연구’였는데, 지금은 서로 집안의 장맛을 비교할 정도로 돈독한 정을 쌓았다.

    지난 40년 동안 각자의 터전에서 학문에 매진하던 이들이 하나둘 은퇴를 하면서 다시 모였다. 3년 전부터 매월 첫번째 월요일 정오에 만나 묵은 정을 나눠오다 학창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한국어 연구’를 창간하기로 했다. 2년 전부터 준비해온 논문들을 모아 4월 초 태학사에서 ‘한국어 연구’ 1호를 펴낸다. 경남 김해의 인제대에 재직중인 김열규 명예교수만 이 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은퇴 후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 “죽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강신항 교수. 그는 동인지 창간을 주도했다고 알려진 데 대해 “학창시절부터 이기문 교수가 일을 벌이면 내가 뒤치다꺼리를 했다”며 웃는다.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