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관련 정기검사를 받고 있는 당뇨환자.
대한당뇨병학회는 2002년 4월 현재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약 500만명이 당뇨환자로 추정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이내에 국민의 25%가 당뇨병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 인구의 약 5.3%가 당뇨환자인 미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
당뇨 자체는 위험한 질병이 아니다. 당뇨에 의한 고통은 대부분 합병증 때문에 발생한다. 그중 당뇨의 3대 합병증으로 불리는 콩팥, 신경계, 눈 관련 합병증이 발생 빈도가 높고,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혈관계 합병증이나 뇌졸중, 동맥경화 등은 당뇨환자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당뇨 합병증 중 생명과 직결되지는 않는 눈 관련 합병증은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환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당뇨 합병증으로 실명하는 사람이 매년 2만4000명에 이르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형편. 국내의 경우는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은 실정이다.
눈 관련 합병증에는 당뇨망막병증, 백내장, 녹내장, 동안신경마비 등이 있는데 흔히 알려진 합병증이 백내장이나 녹내장이다. 물론 당뇨가 있으면 어린 나이에도 백내장이 나타나며 녹내장의 위험도도 정상인의 2배나 되는 등 주의가 필요하지만 당뇨로 인한 실명의 최대 원인은 바로 당뇨망막병증이다.
시력저하 땐 즉시 안과 찾아야
당뇨망막병증 초기 환자의 모습(위). 증식당뇨망막병증의 레이저 수술 후 모습.
문제는 당뇨망막병증에 걸렸다 해도 초기에는 전혀 자각증상이 없다는 점. 심지어 심각한 단계로까지 진행되었는데도 시력이 정상인 경우가 많아 방심했다간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시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안과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최상책. 다른 질환도 마찬가지지만 당뇨망막병증은 특히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강남 소중한 눈 안과 유창열 원장은 “시력저하가 2~3일 이상 지속되거나 혈당 변화가 심하지 않은데 시력이 떨어질 때, 눈앞에 까만 점이나 실오라기, 또는 먹구름 같은 것이 떠다닐 때(비문증)는 정기검사를 받을 때가 아니더라도 지체 없이 안과를 찾아야 한다”며 “이를 혈당 변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하고 무시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운영하는 당뇨버스.
유원장은 “시력 손상의 또 다른 원인인 황반부종이 있는 경우에는 국소 치료법를 사용해야 하는데 망막이 너무 심하게 부으면 레이저 치료효과가 떨어지므로 소량의 부신피질호르몬을 유리체강 내에 주사해 부종을 없애고 2차로 레이저 치료를 하기도 한다”며 “황반부종은 망막병증의 초기에도 생길 수 있어 방치할 경우 시력 손상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을 포함한 당뇨로 인한 눈 관련 합병증은 대처만 잘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당뇨환자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첫번째 예방수칙은 적어도 1년에 1회 이상은 반드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 망막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때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동공을 확대해(산동검사) 초기의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당뇨환자가 임신중일 때는 망막병증의 진행이 빨라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임신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안과검사를 해야 하고 그 후 3개월마다 한 번씩,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음은 철저한 혈당 조절과 자가 혈당 검사 등 평소의 당뇨 관리다. 최근 연구인에 따르면 혈당 조절은 조기진단과 적절한 약물 선택, 운동, 식이요법이 조화롭게 병행돼야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철저하게 혈당 조절을 하면 당뇨로 인한 망막병증뿐 아니라 다른 합병증의 발생 위험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원장은 “이미 당뇨로 진단받은 경우에도 사춘기에 들어섰다거나 임신한 상태, 또는 고혈압 고지혈증 콩팥질환이 있으면 당뇨망막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가속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주치의와 상의해 검사 시기와 치료방법 등을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