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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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1~2% 상승, 차별화 양상”

2003년 부동산 경기 전망 … 일반인들 기대심리 높지만 전문가는 “끝났다”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2-12-27 0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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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1~2% 상승, 차별화 양상”

    일반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 열기는 한풀 꺾였지만 주상복합의 모델하우스 앞은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2002년 11월6일 롯데건설의 ‘잠실캐슬골드’ 모델하우스에 몰려든 청약자들.

    한글 인터넷 도메인 업체인 넷피아가 얼마 전 실시한 경매에서 6억원의 최고 경매가격을 기록한 단어는 바로 ‘부동산’이었다.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대표적 인기 사이트인 ‘쇼핑’이나 ‘포르노’ 등의 검색어를 누르고 최고 인기 도메인의 영예를 차지한 것은 그만큼 내년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이러한 기대심리와는 달리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당분간 부동산 시대는 끝났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내년에도 개발제한구역 해제, 강북 뉴타운 조기 개발, 부동산 금융상품 활성화 등 몇 가지 가격상승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투기 억제 정책과 주택 수요 감소 등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악재 중의 하나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박사는 “올해 부동산 시장 과열은 19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처럼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년에는 공급 과잉에 의해 자율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올해 상반기 부동산 값 폭등세도 투기적 수요가 없었더라면 유지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내년도 하향 안정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김박사는 또 “시장에서도 강남지역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최근 부동산 수요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거품이 걷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 중심 거래 거품 걷혀

    서민경제의 체감지표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 가격의 경우 올해 4분기 이후 이미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상황. 매매가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올해 1분기 11.2% 상승(전년 대비)에서 4분기에는 1%대로 주저앉았다. 그 사이 정부는 8∼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내놓았고 재건축 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등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총동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동산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2003년 주택 가격은 대략 1∼2% 미만의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협회 산하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도 아파트 가격은 입주 가능한 물량이 증가하고 주택 수요가 감소하여 1% 미만 상승의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산업연구원과 부동산 가격 조사업체인 부동산114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값 상승률은 1∼9월까지 21.6%를 기록해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의 3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1% 정도의 내년도 아파트 가격 상승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 역시 2003년 주택 가격이 올해 대비 1∼3% 수준에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시장 규제 대책의 효과도 있지만 그린벨트 해제나 신도시 조기 착공 등 긍정적 요인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역별, 유형별로 크게 차별화된 양상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서울시의 경우 강북 뉴타운 개발 기대감과 청계천 복원사업 조기 착공 영향 등으로 인한 기대심리가 인근 지역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도나 지방의 경우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수요 감소로 인해 오히려 소폭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차별화 양상은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에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사업 추진이 장기화되는 아파트들을 중심으로는 하락세가 예상되지만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이 용이한 단지들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한편 부동산 시장 전망의 선행지표가 되는 건설 경기 역시 전체적인 경기 둔화 전망에 따라 보합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는 전망이다. 주택도시연구원 이석재 선임연구원은 “10월 말 기준 수주 금액을 보면 전년 대비 24.8% 상승했지만 7월 이후 계속해서 마이너스 추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건설 경기 역시 하향 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를 전망하는 또 다른 지표인 건축 허가 면적도 전년 대비로는 19.0% 성장했으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내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집값 1~2% 상승, 차별화 양상”

    떴다방(위)과 재건축 열기(아래)로 상징되는 올해 아파트 가격 상승 행진은 이미 4분기 이후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에 이어 지난 9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치솟던 땅값의 경우에도 상승폭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대규모 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되는 등 이미 3분기 이후 정부의 투기 근절 의지가 시장에 반영돼왔다. 따라서 예측기관들은 내년도 땅값 상승률 역시 올해 예상 상승률 9%에 훨씬 못 미치는 2∼3%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등 유동물량이 풍부한 부동산의 가격 안정에 따라 목돈을 가진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최근 들어 주목을 끌고 있는 주상복합과 상가 분양 쪽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최근 분양을 마친 주상복합 아파트인 잠실 롯데캐슬은 3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프리미엄이 최고 1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테마형 쇼핑몰 등 각종 상가 수요 역시 아파트 가격 안정으로 인해 갈 곳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들이 몰리는 주요한 투자처가 되고 있다. 특히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신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이후 급속하게 수요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상가 수요야말로 경기 전망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무작정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9월 이후 국내 생산, 소비 등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내년 상반기에도 각종 경기지표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예측기관들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5∼6%대로 보고 있는 상황. LG경제연구원 김성식 박사는 “결국 단기 시세차익이나 기대 임대수익이 높기 때문에 상가 쪽으로 돈이 몰리는 것인데 이들 상가 역시 입주 시점이 되면 임대 관련 지표들이 떨어지면서 기대수익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묻지마 투자’도 사실상 힘들 것

    특히 상가는 배후 수요가 많아야 되는데 최근 경쟁적으로 분양광고를 내는 테마형 상가 중에는 그렇지 못한 곳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 결국 최근 들어 내수 경기가 꺾이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쯤이면 이 분야에서도 또 한 차례 거품이 꺼지는 현상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부동산 전문가 네트워크인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지속적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인지를 꼼꼼히 따져본 뒤 상가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대표는 “대형보다는 환금성이 뛰어난 소형 상가에 관심을 기울이되 주변 상인들이 추천해주는 상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시장금리 이상의 짭짤한 임대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은 지극히 한정될 것이며 그에 따라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뭉칫돈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현상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부동산 투자 인구 또한 크게 줄어들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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