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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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 딱 맞혔다

‘권력과 풍수’ 김두규 교수 족집게 예언 … ‘독재자’ 될 수 있는 청와대 이전 반드시 지켜야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02-12-26 1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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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시대’가 개막됐다. 세계화, 정보화 등으로 무장한 시민사회의 선택은 변화와 개혁이었고 그 중심에 노무현이 서 있었다. 50대 대통령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3김 시대의 퇴장을 동반한다. 권위주의와 집단주의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 대신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로 무장한 20, 30대가 신파워그룹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정치개혁과 사회변혁을 강력히 주문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로서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노무현 시대, 과연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노무현 당선’ 딱 맞혔다

    노당선자는 이마의 깊은 외줄 주름과 우뚝 솟은 코로 대업을 이루었다는 게 관상가의 평. 한편 노당선자의 경남 진영 생가(오른쪽)는 좌청룡의 끝집에 위치해 있는 것이 역대 대통령 생가 터와 일치한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되던 12월19일 밤, 가장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집단 중 하나가 점술가들일 것이다. 특히 신의 계시를 빙자한 무속인들이나 사주팔자로 미래를 예언하는 술사들은 단 한 사람도 대통령 당선자를 맞히지 못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술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와 손잡는 사람이 대권을 장악할 수 있다”던 술사들도 선거 전날 밤 정대표의 돌연한 노후보 지지 철회 사태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던 것.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나자 증권가 일부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예언한 펀드매니저들이 도사들보다 한 수 위”라는 비아냥거림도 흘러나왔다.

    실제 ‘주간동아’가 언론과 각종 저서에 등장한 ‘대권 예언’들을 분석한 바에 의하면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예언한 사람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 그것도 ‘사주쟁이’가 아니라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일부 사람들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전주 우석대 김두규 교수. 대학에서 풍수학을 강의하는 김교수는 올 초 대선후보와 정치인들의 선영을 직접 살펴보고 쓴 ‘권력과 풍수’에서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었다. 11월 초 기자와 함께 대선주자들의 선영 묘를 둘러보는 풍수답사(‘주간동아’ 361호)에서도 노무현 후보의 선영 묘와 그가 태어난 생가는 대통령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감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괴혈에 부모 묘소 화려한 정치 역정 밟아”

    “자연적으로 생성된 바위 덩어리들이 묘소 뒤를 호위하듯 둘러쳐져 있는 명당을 흔히 괴혈(怪血)이라고 한다. 이렇게 묘소 가까이에 있는 바위는 후손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실제 노후보는 괴혈에 아버지(1980년 작고)와 어머니(1990년 작고)의 묘를 쓴 후 국회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대통령후보 등 화려한 정치 역정을 밟았다. 또 그가 태어난 생가 역시 역대 대통령의 생가 터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반면 김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이회창 후보의 선영에 대해서는 “금오산에서 선영으로 이어지는 지맥을 도로가 차단하는 바람에 명당의 기능을 상실했다”면서 오히려 “선영이 ‘배반의 땅’에 있기 때문에 조상묘의 덕을 보는 게 아니라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풍수로 후손의 미래를 예견하는 김교수의 능력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이인제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이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하고 있을 당시, 김교수는 이대행 조상의 묏자리를 “배신하거나 배신을 당하는 자리”라고 감평하기도 했다.

    김교수에 이어 지관인 박민찬씨(신안계 물형학연구소) 역시 대선 전인 11월 초 후보들의 선영을 감평하는 자리에서 노후보의 승리를 예고했다. “대선후보들 가운데 이회창 후보의 조상 묘지가 풍수상 가장 좋지 않으며, 노무현 후보의 경우 세간에 떠도는 소문보다 훨씬 좋은 곳에 조상묘가 있어 조상의 기운을 가장 빠르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박씨는 단일후보가 되기 전의 정몽준 후보의 경우 “현 정주영 회장의 묘터로는 이번 대선뿐만 아니라 차기에 도전하더라도 승산이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당선’ 딱 맞혔다

    노당선자의 부모 묘(위). 노당선자 가족이 살고 있는 서울 명륜동 빌라.

    흥미롭게도 노후보의 당선을 직설적으로 예언하지는 않았지만 얼추 비슷하게 짚은 이들이 관상 전문가들이다. 김태균 교수(수원과학대 사회복지학과)는 이회창 후보 관상에 대해 “대권까지 확실히 보장해주는 상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상대적으로 나은 노후보의 관상을 이렇게 평했다.

    “이마의 깊은 외줄 주름이 인상적이다. 이마 주름은 천인지(天人地) 세 줄이 제대로 모습을 갖춰야 좋다고 하나, 인(人)에 해당하는 외줄만 있는 상도 강한 의지로 대업을 이루는 추진력을 갖는 상이다. 또 웃는 얼굴에서도 나타나는 도전적인 눈매가 그 특성을 상승시킨다. 이 경우 동년배의 신망은 쉽게 얻으나 윗사람과의 관계는 문제 있는 편이다. 입 모양은 힘있고 양끝이 살짝 솟아 있어 대중의 분위기를 이끌 수 있다.”(‘주간동아’ 326호)

    그러나 김태균 교수는 관상학적으로 노무현 당선자의 가장 큰 약점은 도전적이고 비판적인 면 때문에 적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대중을 대상으로 설득할 때도 우호적인 사람의 열광적 지지와 비우호적인 사람의 비판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것.

    실제 노당선자는 선거 막판에 ‘튀는’ 행동과 말로 대선 파트너인 정몽준 대표의 지지 철회를 불러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노당선자의 지나친 자신감과 독단에 대해서는 김두규 교수가 일찌감치 그의 조상묘에서 감지한 바 있다.

    “그의 조상묘는 기운이 너무 강해 노후보에게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그의 조상묘 못지않게 태어난 생가도 강기(剛氣)와 살기(殺氣)를 띠고 있다. 이런 강한 기운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그에게 필요할 것이다.”

    한편으로 청와대 이전론자인 김교수는 노무현 당선자가 청와대에 입성할 경우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독선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더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독재자의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노무현 당선자는 자신의 청와대 이전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대통령 자신을 위하는 길이면서도 나라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

    그렇다면 대체 풍수와 사람이 어떤 관계에 있기에 이런 미래 예측을 서슴없이 하는 걸까. 김교수의 설명.

    “풍수학에서는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이라 하여 땅속에 묻힌 조상의 기 에너지가 후손에게 전달돼 일정한 영향을 준다고 본다. 자연의 형세가 편안한 자리에 조상이 묻혀 있으면 그 후손에게도 편안함의 기가 전달되고, 그렇지 않고 흉지에 묻혀 있으면 자손에게 흉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묘의 상태를 파악해보면 후손에게 어떠한 길흉이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김교수는 우리나라는 풍수학 입장에서 보면 ‘축복받은 나라’라고 말한다. 백두산에서 흘러나오는 지기(地氣)가 한반도 곳곳으로 퍼져 나가 수많은 명당을 형성해놓고 있다는 것. 다만 이런 명당이 조선시대의 경우 주로 권력욕만 좇는 정치인들 차지가 되는 바람에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흥할 수 없었다고 한다.

    풍수의 이 같은 인걸지령(人傑地靈·걸출한 인물은 땅 기운을 받아 생긴다는 뜻)론은 21세기에도 통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아직도 도처에 숨어 있는 명당 기운이 많은 사람과 더불어 먹고 사는 경제인에게 돌아갈 때, 그 기운을 받은 경제인들이 기업을 크게 일으켜 우리나라를 21세기의 경제강국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김교수가 새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은 이른바 ‘명당 부국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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